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비밀 복수 모임 ‘AA’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돌 오빠와를 둔 주인공은 악몽 같던 과거와의 악연을 끊기 위해 성적에 집착한다. 어느 날, 문제집에 잘못 표기된 정답으로 인해 시험문제를 틀린 주인공은 ‘미미 책방’으로 가 분풀이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주인공은 세상을 향한 ‘복수’를 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작고 사소한 의지로 발현되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나를 괴롭게 하는 무수한 세상의 굴레 속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소설 속의 여러 인물은 자신의 삶과 자존감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누군가는 그 복수가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고도,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보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악의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반 아이들에게서 주인공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고심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자신 있는 것이 공부임을 깨닫게 되고, 반 전체에게 공부를 시키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이도해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도 말과 글이 서툴러, 작가라고 불리기 부끄럽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 믿는다.
Lesson 1. 그렇게 쉽게 사과하면 안 되는 거란다
Lesson 2. 인류 발전에 코딱지만큼도 기여하지 않는 법
Lesson 3. 모두의 인생에는 적이 있는 법
Lesson 4. 빈곤한 상상력과 창의성은 두통만 불러올 뿐
Lesson 5. 이득은 좀 더 가시적이고 확실한 것이어야 했다
Lesson 6. 지옥에는 버터도 설탕도 없을 텐데
Lesson 7. 사람은 언제나 루틴의 동물
Lesson 8. 얼굴에는 적당한 음영이 있어야 한다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
“전 그 애들 모두에게 공부를 시킬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의 복수 모임이 열린다!
『시간을 파는 상점』을 시작으로 『오즈의 의류수거함』『소리를 삼킨 소년』『식스팩』 등에 이르기까지 꿈꾸는 십 대를 위한 이야기를 보여 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이 12회를 맞았다. 이번 수상작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자의와 타의로 혼자가 된 열여덟 살 주인공을 포함하여 소심하지만 담대한 결심을 품은 채 살아가는 여러 인물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우등생이 되어 엄마와 오빠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꿈꾸는 주인공은 어느 날 문제집에 잘못 기재된 정답으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게 된다. 분노를 풀기 위해 학교 앞 서점에서 문제집 속 해당 문제에 줄을 그어 대던 주인공을 발견한 서점 주인 ‘미미’는 주인공에게 서점 2층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라며 제안을 가장한 ‘협박’을 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다쿠아즈에 악취가 나는 치즈를 소량 넣어 미식가들의 후각을 마비시키려는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쿠키의 음모에 경악하고, 같은 반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자퇴한 수학 천재 뚜벅이가 세상에 절대 도움 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듣고, 현실 세계의 연결 고리를 무너뜨리는 SNS에 몇십 년 후에 악성 바이러스가 퍼지도록 코드를 심으려는 킬로의 말에 의아해하는 등 익명의 세계에서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모두 몇 년부터 몇십 년까지의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 ‘고명경 패거리’에게 지금 당장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모임의 리더 이코는 그런 주인공에게 “너 그 애 뒤통수에 지우개라도 던질 수 있겠니?”라고 묻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실제로도 지우개조차 던지지 못한다.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상처를 이겨내고 세운 계획은 소심해 보일지라도 담대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소심한 사람들’이다. 너무 소심해서 사회가 그릇된 방식으로 자신들을 괴롭혀도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익명 속에 숨어서 아주 사소하면서도 큰 피해가 가지 않을 복수만을 꿈꾼다. 이들의 복수는 정말로 누군가의 삶을 몰락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나’라는 스스로가 이 사회에서 오롯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나의 존재가 이 행위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행위라는 것을 자신에게, 그리고 이 세상에 공표하기 위한 발버둥이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아주 작은 에너지라도 꾸준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살아남으면 한 방울의 물이라도 떨어트릴 수 있고, 그 낙수가 모이면 바위를 뚫는 날도 분명 온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이 소심하고 미약한 존재들을 통해 오늘을 겨우내 살아가고 있는 소설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심사 과정 중 심사위원들이 “청소년들이 바라는 청소년 소설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모두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소설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즉,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이야기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는 청소년 독자의 ‘복수’까지도 응원하는 소설인 셈이다.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복수는 악의적이거나 거대한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몸도 마음도 가장 급변하는 청소년기의 시간을 잘 버텨내고 있음을, 내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만의 목소리로 세상에 표현하겠다는 의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스스로를 극복하고 다음 발걸음을 내디뎠듯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가장 사소한 발걸음을 통해 오늘의 내가 건재함을 느끼고, 내일로 가기 위한 힘을 얻기를 바란다.
작은 시도들로 회복하는
‘나’와 우리의 자존감
주인공이 자신의 고통을 하찮은 복수로 승화하였듯,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거나 가질 법한 어두운 내면을 치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_김혜정 유영민 김선희(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