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기억해, 어떤 순간이 와도 우리는 영원히 가족이란다.”
천오백 살 오리 우체부가 전하는 무지갯빛 사랑의 메시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원한 이별의 순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삶의 일부이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더욱 막막하고 뼈아픈 슬픔의 기억을 남긴다.
이지북 중·저학년 어린이 문학 시리즈 〈샤미의 책놀이터〉 열다섯 번째 작품 『오리 우체부』는 고수진 작가만의 특별한 감수성이 깃든 작품으로, 어린이가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판타지 동화다. 이별을 어려워하는 어린이, 그리고 그 곁에서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은 어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전한다.
어느 날, 주인공 동주는 아빠가 남긴 오리 모양 토기에서 무지갯빛 깃털을 발견한다. 오리 토기를 통해 천오백 년 전 금관가야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동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 주는 ‘오리 우체부’와 영혼 인도자 ‘아도’의 도움으로 동주는 아빠에게 마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 동주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용기 내어 하늘 끝까지 날아가 보기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마음에 남아 있다면 『오리 우체부』를 만나 보자. 오늘 밤, 오리 우체부가 그 말을 전해 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괜찮아, 네 마음은 잘 도착했어.”라고 따뜻한 답장을 전해 올지도.
■■■ 지은이
글 고수진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뒤 JY 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동화 『은하수꽃』 『1019, 고려 아이들』, 어린이 논픽션 『동물에서 찾은 파동 이야기』 『메타버스에서 찾은 뇌과학 이야기』 『세종대왕이 4차 산업혁명을 만난다면』, 청소년 소설 『칠성 에이스』 『식스틴』(공저)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나요? 사실 누구나 용기가 부족하거나 쑥스럽거나, 상황이 맞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하며 꺼내지 못한 말이 있을 거예요. 때로는 그런 말이 큰 짐이 되어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는 하지요. 혹시 동주를 보면서 진심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다면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_「작가의 말」에서
그림 박현주
만들고 그리는 것이 좋아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나 때문에』 『비밀이야』 『이까짓 거!』 『안녕하세요? 우리 동네 사장님들』 등이 있습니다.
■■■ 책 속에서
“싫어요. 그리고 짜증 나니까 말 좀 그만 거세요.”
내 퉁명스러운 말에 아빠가 조용해졌다. 아빠와 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아빠가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오동주. 대체 언제까지 툴툴댈 거야? 아빠가 그렇게 미워? 아빠가 몇 번이나 사과했잖아!”
그 순간 마음속에 꾹 눌러 왔던 무언가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하면 다예요? 아빠 때문에 엄마가 떠났는데? 아빠가 잘못했잖아요!” _7~8쪽
아빠 흔적이 가득한 이곳에 오면 그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 아빠가 정말 밉다고 소리쳤던 기억이 떠오르는 바람에 오히려 마음만 더 아팠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아빠에게 모진 말을 뱉은 순간을 백 번 천 번 후회했다. _8쪽
‘여기가 가야라니…….’
나는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도는 내게 사과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흘 전 붉은 까마귀가 나를 오리 토기에 가두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를 꺼내 주는 사람이 없었지. 이 숲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하고 음산해서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거든.” _20쪽
“누가 몰래 도망쳤다면서요. 그러면 반대로 몰래 들어가는 방법도 있는 거 아니에요?”
나는 한마디 더 얹었다.
“은혜를 갚겠다면서요. 지금 갚으세요!”
“뭐?”
아도는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네 말대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죽은 자의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저세상의 문지기를 잠시 속일 수 있지. 죽은 자의 물건에서는 죽은 자의 냄새가 나니까. 하지만…….”
나는 아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도착하기도 전에 붉은 까마귀에게 붙잡힐지도 몰라.”
“붉은 까마귀에게 붙잡히면 어떻게 되는데요?” _25쪽
띄엄띄엄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싶어 팔도 들어 보고 다리도 움직여 보았다. 분명 내 몸은 멀쩡했다. 이것 보라는 듯 아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도가 돌 하나를 주워 나에게 건넸다. 나는 손을 뻗어 돌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돌이 내 손을 통과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동시에 내 심장도 덜컥 내려앉았다.
‘왜 이러지?’ _33쪽
‘어? 어디 갔지?’
감쪽같이 사라진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오리가 노란 부리로 내 몸을 툭툭 건드렸다. _36쪽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주먹코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던 천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나를 짐짝처럼 어깨에 둘러업었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주먹코 아저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초가집 사이를 빠르게 지나 복잡한 골목을 돌더니 어딘가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_42쪽
“그 물건들 태우면 안 돼요! 제발 비켜 주세요!”
주먹코 아저씨가 허리춤에서 새끼줄을 꺼내 내 손목을 꽁꽁 묶으며 말했다.
“왜 자꾸 소란을 피우는 거야? 조용하지 않으면 네 입도 막아 버릴 거다.”
떼를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일단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한풀 꺾이자 아저씨가 주먹을 들어 쥐어박는 시늉을 해 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_50쪽
“때가 되었소. 두 사람 모두 밖으로 나오시오.”
“네? 어디로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요?”
나는 창밖을 쳐다보았다. 아직 바깥은 어두컴컴했다.
“장례를 치르기 전에 맑은 물에 깨끗하게 목욕해야 한다. 날이 밝기 전에 끝내야 하니 서둘러.”
나는 속으로 ‘안 돼!’ 하고 외쳤다. 이대로 순장당하면 내 몸을 영원히 되찾지 못하고, 내가 몸을 빌린 다로라는 아이도 나 때문에 죽게 된다. 게다가 장쇠 할아버지는 이제 겨우 살아갈 마음을 먹었는데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_78쪽
아도가 내게 시간을 주었을 때, 다시 아빠를 만날 생각에 몹시 기뻤다. 하지만 이제 그 희망을 버려야 할 때가 왔나 보다.
‘아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_90쪽
“동주야,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아빠는 영원히 너의 아빠고 엄마는 영원히 너의 엄마야.”
나는 아빠의 말을 되뇌었다.
‘우리는 영원히 가족…….’ _106쪽
“마음을 전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아.”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린이에게 보내는
하늘 끝 아빠의 다정한 위로
아빠와 말다툼을 벌인 날, 동주는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한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동주는 아빠에게 모질게 굴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깊은 후회에 잠긴다.
어린이에게 이별은 그 자체로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지만, 후회와 자책이 더해지면 더 깊은 슬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순간, 『오리 우체부』는 어린이 독자의 마음에 슬며시 찾아가 마음을 전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주인공 동주는 아빠의 오리 토기에서 발견한 무지갯빛 깃털을 통해 천오백 년 전 금관가야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죽을뻔한 위기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을 구하고, 아빠에게 마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오리 우체부』 속 동주는 이별의 아픔을 겪고도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의 마음을 꿋꿋하게 돌보고 구해 내는 용기 있는 어린이다. 동주는 이 여정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오리 우체부가 언제라도 아빠에게 내 마음을, 나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이 세상 어딘가에 마음을 전해 주는
오리 우체부가 있다면?
“옛날 사람들은 오리를 신비로운 새로 여겼어.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오가며 마음을 전해 준다고 믿었지.” _본문에서
『오리 우체부』 속 아빠의 말처럼 옛사람들은 물과 하늘, 땅을 자유롭게 누비는 오리가 죽은 자의 영혼을 안전하게 인도한다고 믿었다.
고수진 작가는 과거 사람이 죽었을 때 오리 토기를 함께 묻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오리 우체부’라는 신비한 존재를 만들어 냈다. 이 특별한 오리의 도움으로 동주는 아빠를 만나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오리는 언제나 동주의 곁에 조용히 머무르고, 나아갈 방향을 알려 주며, 위험한 순간마다 동주를 지킨다. 동주에게 오리는 아빠에게로 자신을 인도하고, 아빠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그렇게 오리는 마음을 대신 전해 주는 신비로운 존재이면서 이별의 아픔을 겪은 어린이에게 조용한 위로와 손길을 건네는 마음의 전달자, ‘오리 우체부’로 기억된다.
천오백 년 시간을 건너
하늘을 넘어서라도 꼭 전하고 싶은 마음
갑작스러운 이별, 전하지 못한 마음과 후회의 순간들……. 『오리 우체부』는 어린이가 이별을 경험할 때, 어떻게 그 시기를 마주하고 지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고수진 작가는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있는 후회와 슬픔의 감정을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그리고 ‘오리 우체부’라는 상상 속 존재를 통해 새롭게 풀어낸다.
『오리 우체부』는 단순한 이별 이야기를 넘어 이별을 겪은 어린이에게는 위로를, 사랑을 전하고 싶은 어린이에게는 용기를 심어 주는 뜻깊은 작품이다. 잊고 있던 진심을 전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다정하게 다가갈 『오리 우체부』. 슬프지만 따뜻한 이별 이야기에 박현주 작가의 생생하고 선명한 삽화가 더해져 어린이 독자에게 아름다운 위로와 따뜻한 감수성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