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청소년들의 멀고도 가까운 유대와 연대
그 사이에서 자라나는 따스함에 대하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5권 『열일곱의 사계』가 출간되었다. 『열일곱의 사계』는 『범람주의보』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같은 청소년 소설은 물론 『우연이 아니었다』 등의 순문학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믿고 보는 작가’ 설재인의 신작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중 ‘계절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권, 『3월 2일, 시작의 날』에 실린 단편 「메모리 카드」를 장편화한 것으로, 주인공 ‘성아민’이 사계절에 걸쳐 만나는 네 아이와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단편과는 또 다른 무게감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결말로 독자들을 이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일곱 살 ‘성아민’은 국내 최고의 대학교 경영학과에 막 입학한 미성년자 대학생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스펙이지만, 아민은 어리고 빈티가 난다는 이유로 학과에서 노골적인 따돌림을 당한다. 심지어 집까지 불에 타 거처를 잃고,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도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만다. 대학생활은커녕 당장 노가다판이라도 뛰어들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민은 학교 게시판에서 과외 구인 공고를 보고 바로 연락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스무 살인데다가 엄청난 부잣집 아들인 ‘송유정’과 조우하게 된다.
■■■ 지은이
설재인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장편 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레드불 스파』 『드림 라운드』,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를 출간했다.
■■■ 차례
희준, 하나
열일곱, 봄: 아민과 유정
희준, 둘
열일곱, 여름: 아민과 성현
희준, 셋
열일곱, 가을: 아민과 지원
희준, 넷
어느 겨울: 아민과 희준
작가의 말
“얘들아, 너희 인생의 서사는 어떠니?”
수많은 장르와 소재, 연령대를 넘나드는 작가 설재인,
‘평균’이라는 선 밖의 아이들에게 주목하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17살 ‘성아민’은 국내 최고의 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미성년자 대학생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스펙이지만, 그는 어리고 추레하단 이유로 학과에서 노골적인 따돌림을 당한다. 심지어 집까지 불에 타 거처를 잃고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도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가난한 처지에 대학생활은커녕 당장 노가다판이라도 뛰어들어야 하는 아민은 고등학교 1학년 생의 과외를 해달라는 구인 광고를 보게 된다.
과외 대상은 20살 성인인 남성 ‘유정’. 과학자로 이름을 날린 부모로부터 방치되어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유정은 병원 생활을 오래 해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그만큼 외부 자극에 예민해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아민은 이것이 과외가 아닌 감시라고 생각하나, 관짝 같은 고시원보다 펜트하우스가 좋았기에 과외를 수락한다.
그런데 유정이 밝힌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그 둘은 자신의 부모가 아니며, 과학실험을 한다고 자신의 머릿속에 칩을 박았으며 자신은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거였다. 아민은 그저 넘겨버리고 유정과의 기묘한 동거 과외를 이어간다.
어느 날, 피크닉을 가고 싶다는 유정의 말에 아민과 유정은 돗자리와 음식을 들고 피크닉 장소로 향한다. 그러나 예보에도 없던 폭우로 피크닉은 시작도 못 한 채 끝나버리고, 장소가 아민의 대학교 근처였던 탓에 아민을 깔보던 학우들이 그들의 꼴을 보고 비웃는다. 아민은 떠나고자 했으나 유정은 아민을 버려둔 채 그들과 술을 마시러 가고, 그걸 마지막으로 유정은 추락사한 채로 발견된다. 아민은 유정의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메모리 카드를 습득한다.
같은 해 여름, 아민은 교수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5학년 영재 조카의 과외를 맡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주성현’으로 부모의 기대가 높아 벌써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끝낸 아이였다. 아이는 아민의 가난이 부럽다며 사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며 방법을 아민에게 묻는다.
아민은 가난을 특권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행태에 분개하며 성현에게 직접 가난을 택하고 부모로부터 떠나 가출하라 종용한다. 그렇게 성현은 집에서 도망쳐 아민의 고시원에서 빌붙어 살게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통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어느 날, 아민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 중, 유일하게 연락처를 아는 히키코모리 남자에게 파스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 일은 예기치 못한 큰 사건으로 번지고 만다. 히키코모리 고시생은 아민에게 과외를 부탁했던 노교수의 아들이었고, 공황발작으로 응급실에 입원한다. 그와 동시에 성현도 모습을 감춰 버린다.
아민은 죽어버린 유정을 떠올리며 제발 유정과 달리 성현만은 무사하고 안전하길 바라는데, 다행히 성현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고 아민이 자신을 돌려보내 줬다며 도리어 위인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같은 해 가을, 아민은 고시원에 머무는 어떤 여자의 부탁으로 자신의 아들을 과외 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는다. 푼돈에 가까운 과외비였지만 아민은 불우한 환경에 놓인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봤기에 선뜻 승낙한다.
아이의 이름은 ‘민지원’. 불우한 가정환경과 달리 모난 데 없는 성격과 어머니에 대한 헌신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랑 많은 아이다. 지원은 공부보다 돈을 벌어 학대하는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의 목표이자 꿈이기에 공부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원과 함께 지내면서 아민은 남들에게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던 어머니와 자신의 이야기, 본인이 원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다며 진심을 터놓는다. 아이와 떨어져 살면서도 아이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와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 아민은 그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준다.
하지만 그런 아민에게 대학교에서 지원의 동네로 재능기부 봉사 활동 이야기가 나오며 다시 한번 가난한 자의 처지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부딪힌다. 돈이 없으니 푼돈 받아 가며 과외 해 준다고, 아민 같은 애들 때문에 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민은 집단에 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있을 줄 몰랐다는 혼란에 빠진다.
그 후 지원이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발견되자 아민은 고민 없이 지원의 동네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민은 지원의 아버지가 자신의 학창 시절, 자퇴할 때 가난하다는 이유로 온갖 모진 소리를 쏟아냈던 담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원의 엄마가 아민에게 접근한 목적은 지원의 아빠에게 같은 학대를 받았음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명문대에 입학한 아민과 지원이 같은 길을 걷게 하고자 함이었다.
시간이 지나 어느 겨울, 경영학과에서 사범대로 전과한 아민은 비상한 머리로 제일자유고라는 한국 최고의 명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중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함희준’에게 유정과 성현, 지원의 이야기를 해준다.
수능 당일, 아민은 수능을 본 지원을 맞이하기 위해 시험장 앞 24시간 무인점포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성현, 지원, 희준, 아민은 그동안 무시했던 허기를 참지 못하고 무인점포를 거덜 낼 요량으로 라면과 소시지, 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그리고 아민은 가게 천장의 무늬를 보며 펜트하우스의 천장을 떠올리고, 곁에 없는 한 사람을 그리며 메모리 카드를 손에 쥔다.
독자들은 아민의 덜컥이는 매일을 보면서 괴로움이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먼저 느낄 것이다. 숨통 트일 새도 없이 구르고 또 구르는 아민이 짠할 것이다. 그의 힘듦이 너무나 치밀하고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는 덕분에(?) 마치 내가 힘든 일들을 겪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괜히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민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눈앞에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나도 끝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는 따스함을 향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한 걸음 한 걸음에, 아민이 사계절에 걸쳐 마주친 세 아이가 함께한다. 흔들릴 때는 손을 잡아주고, 지쳤을 때는 어깨를 빌려주고, 종종 별안간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면서.
지금 내가 ‘정상’적인 세상 밖을 맴돌고 있는 것만 같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혼자 외롭게 가는 것만 같다면 잠시 멈춰서 어깨너머를 넘겨다 보기를 바란다. 그 시선의 끝에는 언제나 아민과 지원, 성현과 희준이 머물러 있을 것이다. 과거의 자신과 같은 이를 위해 다정하게 손을 내민 채 말이다. 그러니 이제 무거운 짐을 가볍게 툭툭 털고 일어나 네 아이와 함께, 『열일곱의 사계』와 함께 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