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앙증맞은 덧니, 깜찍한 보조개 뒤에 숨겨진 반전?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걱정 해결사가 돌아왔다!
과도한 숙제에 짓눌린 어린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그려낸 판타지 동화 『안녕, 걱정 인형 2: 숙제가 사라졌다』가 이지북 고학년 동화 〈책 읽는 샤미〉 서른다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어린이문학과 청소년 문학의 경계는 물론,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어린이·청소년 주인공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김은영 작가의 『안녕, 걱정 인형』 두 번째 이야기다.
『안녕, 걱정 인형』을 통해 ‘게임 계정 사기’에 시달리는 요즘 어린이들의 말 못 할 고민을 짚어냈던 김은영 작가는 『안녕, 걱정 인형 2: 숙제가 사라졌다』를 통해 지나친 경쟁주의에 일찍부터 내던져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숙제 감옥’에 갇힌 주인공 미들과 친구들이 ‘숙제 파업’을 벌이며 시작된 어린이의 연대와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에 『안녕, 걱정 인형』에서 주인공 현진의 게임 계정 사기 고민 해결을 도운 걱정 해결사 해나가 다시 등장해 재미와 흥미를 더한다. 과연 말랑하고 폭신한 걱정 해결사 우리의 해나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 출판사 리뷰
이 세상에서 숙제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어린이들이 진짜 기다려 온 속 시원한 학원 판타지!
『안녕, 걱정 인형』 두 번째 이야기
숙제 감옥에 갇힌 어린이들의 절박한 외침 ‘숙제 파업’
이름처럼 어중간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미들은 엄마가 선택한 ‘일등갑 학원’에 다니며, 엄마가 짜준 일정대로 엄격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미들은 겨우 초등 5학년이지만 일찍이 중학생 과정을 ‘마스터’해야만 하고, 1등이 되어야 ‘갑’이 될 수 있는 지나친 입시 경쟁과 경쟁주의 속에 내던져진다.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미들은 친구들과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 시간도, 휴대전화 메시지가 아니고서는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다. 심지어 집에 돌아와 주어진 숙제를 다 해내지 못하면 이런 작은 자유마저 보장받지 못한다.
“박미들, 딱 대학 갈 때까지만이야. 네가 원하는 의대나 약대에 가면…….”
“의사? 그건 엄마 꿈이겠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18쪽)
숙제에 짓눌려 좋아하는 그림 한 장 마음 편히 그릴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던 미들은 학원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 ‘숙제 파업’을 주도했다가 일등갑 학원에서 강제 퇴원 처리를 당한다. 그리고 강제 퇴원 처리를 당한 날,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다 전에 본 적 없는 수상한 인형 뽑기 가게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외로움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포근하고 깜찍한 ‘걱정 인형’ 하나를 갖게 된다. 미들은 걱정 인형에게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고백한다.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인형의 까만 눈동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도와줘, 제발.”(32쪽)
앙증맞은 덧니, 깜찍한 보조개 뒤에 숨겨진 반전?
그 아이가 나타난 순간부터 우리를 짓누르던 숙제가 사라졌다!
엄마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일등갑 학원으로 돌아간 미들. 학원으로 돌아간 미들은 그동안 학원에서 본 적 없던 한 아이를 만난다. 미들과 같은 ‘2등 반’에 새로 왔다는 해나다. 해나는 학원에 나타난 첫날부터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어른들의 약속 아래 아이들이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일등갑 학원의 원칙에 의문을 던진다.
“학원에서 미리 동의서를 받았는데, 뭐가 문제지?”
“학원 홍보용이지만, 이름과 성적까지 공개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선생님들도 순위를 매겨서 현수막에 이름을 적어 놓으면 기분이 좋겠어요?”(38쪽)
그런데, 앙증맞은 덧니, 깜찍한 보조개를 지닌 해나라는 아이, 왜 이렇게 낯이 익을까? 꼭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이 아이는 숙제 파업을 주도한 미들에게 다가와 “정말 대단하다.”며 친구가 되자고 한다. 그리고 해나가 학원에 나타난 날부터 학원은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매일 숙제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등갑 학원은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설득하려 하고, 이전에 숙제 파업을 주도한 이력이 있는 미들은 원장의 특별한 감시와 눈초리를 받기 일쑤다. 한편, 숙제가 사라진 다음부터 미들과 친구들은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마치 깜깜한 지하실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새로운 공간을 발견한 것처럼, 그동안 좋아하는 것에 도전할 수 없었던 외로웠던 마음에 작은 불빛이 켜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몰랐던 것을 발견할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은 불안함이나 걱정, 혹은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몰랐던 세상을 모르는 세상으로 두려는 마음은 주인공 미들의 마음이 아니다. 미들과 친구들은 선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궁금함을 해결해야겠다는 순수함으로 몰랐던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천천히 찾아 보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때로 어른들은 어린이의 마음을 추측하려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마치 어린이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과 같은 것을 원하고, 자신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고백과 용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한다.
하지만 어린이의 마음에는 어른보다 더 명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선과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마음을 바라보려 할 때 어른들은 어린이를 이해하려는 용기를, 어린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용기는 어린이가 이 세상에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을 기꺼이 내어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숙제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순수하지만 간절한 고백 안에 담긴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이 고백은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언어는 아닐지도 모른다. 삐뚤어진 욕심과 추측의 영역에서 한걸음 벗어날 때 비로소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어린이들의 간절한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 테니.
작품은 경쟁주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얼마나’, ‘얼만큼’보다 중요한 ‘무엇’과 ‘왜’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과연 사라진 숙제를 통해 정말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미들과 해나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는 과연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 지은이
김은영
가장 나다울 때는 책을 읽고, 책을 쓸 때라고 믿어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끙끙대는 작가랍니다.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공부했어요. 쓴 책으로 장편동화 〈안녕, 걱정 인형〉 시리즈, 『우리 반 마틴 루터킹』, 『내 용돈은 내 마음대로 쓸 거야』, 청소년 소설 『소리를 보는 소년』과 어린이 논픽션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주권 이야기』,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인권 존중의 씨앗』(공저) 등이 있어요.
다만 제가 원하는 건, 여러분도 미들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 꿈꾸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은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길 바라요. 많은 어른이 여러분의 편에 서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_「작가의 말」에서
■■■ 그린이
호랑쥐
일상 속 포근함과 즐거운 상상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린 책으로 『안녕, 걱정 인형 2: 숙제가 사라졌다』, 『던져 봐, 오늘의 나』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hamperson_
■■■ 차례
- 숙제 파업
- 안녕, 걱정 인형
- 이상한 아잉 해나
- 숙제가 사라졌다
- 수상한 지하실
- 희망이 사라진 날
- 숙제 감옥
- 실험 학원
- 지하실의 비밀
- 말할 거야!
- 안녕 해나야
-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이게 뭐야?”
종이를 받아 든 원장의 얼굴이 굳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친구들과 연습한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저희는 앞으로 학원 숙제를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저희와 의견이 같은 친구 스무 명의 서명이에요.” _8쪽
“숙제 파업이라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휴.”
한숨을 크게 내쉰 원장이 몸을 휙 돌리고는 회의용 탁자에 둘러앉은 선생님들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며 사고 치는 동안 선생님들은 대체 뭘 한 겁니까?” _10쪽
수학을 못하는 나는 무려 세 번이나 입학시험을 쳤다. 그리고 겨우 시험을 통과했을 때, 엄마는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에 합격한 것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점점 몸과 마음이 힘들어졌다.
“엄마, 나 이제 열두 살이야. 그런데 학교에, 학원에, 엄청난 숙제까지. 꼬박 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 어떨 땐 퇴근하는 아빠보다 더 늦게 올 때도 있잖아. 힘들어. 나 진짜 힘들다고!” _17쪽
‘걱정이 있나요?’
신비한 가게가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앞으로 힘껏 밀었다. 그때였다. 철컥 소리와 함께 꼼짝하지 않던 문이 활짝 열리며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_23쪽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인형 뽑기 전원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인형을 뽑는 집게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계 앞으로 다가가 뽑기 기계에 들어 있는 인형들을 보았다. 눈이 예쁜 강아지 인형, 수염이 귀엽게 난 고양이 인형……. 그런데 뒤죽박죽 섞여 있는 인형 더미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형 하나가 있었다.
뽀글뽀글한 단발머리에 동그란 눈, 축 처진 눈꼬리, 깊은 보조개가 귀여운 인형이었다.
“네가 내 걱정 인형이 되어 줄래?” _24쪽
“네가 좋아하는 원탑 보이스 콘서트 티켓이야.”
‘그렇게 갖고 싶다고 할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하필 이럴 때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주는 이유가 뭘까.’
“미들아, 스트레스 풀고 와. 다녀와서 마음 잡고 다시 공부하자. 학원 문제는 엄마가 잘 해결할게.”
콘서트 티켓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쓰디쓴 한약을 먹이기 전에 엄마가 손에 들고 있는 달콤한 사탕. 나는 엄마가 나를 설득하기 위해 원탑 보이스를 걸고 말하는 게 미웠다. _31쪽
“미들아. 우리, 숙제하지 말까?”
“뭐라고?”
해나의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 학원이 없어지거나 학원 숙제 파일이 아예 사라져 버리면 모를까.”
다시 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숙제가 사라진다? 그거 재밌는 생각이네.”
환하게 웃는 해나의 입술에서 귀여운 덧니가 살짝 드러났다. 마치 보석이라도 박힌 것처럼 반짝하고 빛이 났다. _44쪽
“선생님, 숙제 검사했어요? 몇 명이나 해 왔죠?”
원장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숙제 가져온 애가 한 명도 없나 봐.” _48쪽
“그리고 한 가지 더. 원장님의 특별 지시 사항이 있어. 오늘 벌어진 일은 친구나 가족,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학원 이미지가 나빠지면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까 다들 조심해. 부모님께도 시험 대비 특별 보충 수업으로 안내할 거야.” _58쪽
“매주 화요일 아홉 시에 그 지하실에 사람이 모이는 것 같아. 주변에 못 보던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고 자물쇠도 풀려 있거든. 내가 몇 번이나 봤어.” _63쪽
그때 끼이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하실 문이 열렸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대편 골목을 향해 달렸다.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곳이라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_66쪽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학원은 엄마가 선택하는 것이고, 학원에서 짜 주는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가끔은 내가 공부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지만, 상황을 바꿔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_73쪽
엄마가 내 방문을 빼꼼 열며 물어보았지만,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학원에 있었다는 걸 모르는 엄마가 내 기분을 알 리 없었다. 강당에서 엄마가 했던 말이 귓속을 맴돌았다. _88쪽
나도 햇빛을 보지 못한 나뭇잎처럼 시들어 갔다. 학원 지하실에 대해 알아보자고 했던 것도, 숙제 자습을 막아 보자고 했던 의욕도 모두 사라졌다. 학원을 마치면 피로에 찌들어 쓰러져 자기 바빴다. _90쪽
꿈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내게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어떤 레벨 반인지만 물었지, 꿈을 물어본 어른은 없었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조사할 때도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게 의사라고 적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_108쪽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 해나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수호의 손을 그리고 수호는 위철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고함을 질러 대는 어른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_1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