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내일 (트리플 24)

안녕한 내일 (트리플 24)

저자1 정은우
출판사 자음과모음
발행일 2024년 5월 3일
분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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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작가작품독자의 트리플을 꿈꾸다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24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안내서. 서사적 완결성과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문체로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 제46회 오늘의작가상을 받으며 작가적 입지를 단단히 다진 소설가 정은우의 첫 연작소설『안녕한 내일』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의 작품집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며』에 수록된 「민디」를 비롯해 두 편의 소설이 실린 이 소설집에서는 정은우 소설가가 읽어낸, 감염병으로 인해 국경이 닫혀버린 독일에서의 삶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조명한다.

출판사 리뷰 불안을 껴안은 삶에 인사하며

촘촘하게 확장되어가는 이방인의 세계

 

그런 순간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까.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게 될 날이.”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과 제46회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고, 장편소설 『국자전』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알린 작가 정은우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안녕한 내일』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의 작품집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며』에 수록된 「민디」에서 가지를 뻗은 두 편의 소설이 실린 이 소설집은 세계와 인물의 충돌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우며 쓸쓸한 연대의 나날들의 기록이다.

 

「민디」는 한국에서의 지긋지긋한 삶을 청산하고 독일로 떠난 은선과 수산나의 이야기이다. 도망치듯 독일에 온 퀴어 여성 둘은 고양이 ‘민디’를 키우며 행복이 가득할 줄 알았지만, 갑작스레 덮친 감염병으로 심해진 인종차별 앞에서 망연자실한다. 백신을 맞기조차 어려운 환경이 되자 은선은 한국에 잠시 돌아가 백신을 맞고 다시 돌아오자고 한다. 그러나 돌아갈 집이 있는 은선과는 달리 수산나는 자신이 한국을 떠나며 돌아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대로 고양이를 놔두고 떠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둘 사이의 간극이 커져 간다. 그사이 고양이 민디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비행기를 탈 날은 점점 다가오게 된다.

 

중앙역 광장에서는 월요일마다 반이민자 집회와 반이민자 집회에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은선은 광장을 지나칠 때마다 뛰듯이 걸었다.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굴욕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은선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굴욕에 익숙해진다는 건 굴복하는 셈이고, 굴복하는 순간 그들이 맞이할 결과는 패배였다.

우리를 위해서 참아야 한다니. 수산나의 방식은 너무 우아했다. 어쩔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 ‘우리’라는 단어를 들을수록 은선은 수산나가 낯설어졌다. 수산나를 사랑했다. 사랑한다고 믿었다. 사랑해야 했다. 수산나도 그녀를 사랑하니까. 독일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수산나뿐이었다. (16쪽)

 

 

부서진 마음과 무너지고 다시 무너지는 생활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겠다는 다짐과 결의

 

두 번째 이야기 「한스」는 독일 시골 마을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한수와 그의 가정의 이야기이다. 감염병은 도시의 문제라고 여기지만, 동양인인 자신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백인과 아랍계 치료사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그는 독일인 치료사 미하엘과의 관계를 통해 인종과 계급 차별이 심한 이 시골 마을에 어찌어찌 정착해 살고 있다. 그러던 그의 병원에 어느 날 베를린에서 동양인이라 무차별 폭행을 당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환자로 찾아온다. 아랍계 치료사는 동양인이므로 그를 한수가 치료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를 담당하게 된 것은 미하엘이다. 그러던 중 미하엘이 고열이 발생해 출근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환자를 보러 간 한수는 무차별 폭행을 당한 한국계 환자를 만난다. 그는 자신을 폭행한 것은 독일인이지만 미하엘은 그들이 아랍계라고 주장했다고 말하며, 독일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폭로한다.

 

일식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어느 독일인은 한수에게 물었다. 너희 동양인들은 웃을 줄밖에 모른다며? 그러고는 제 일행들과 무슨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되는 듯이 웃어댔다. 한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기만 했다.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 줄줄이 쌓이고 엉켰지만, 알고 있는 독일어 문장들은 너무 단순하고 짧았다. 귀갓길에서 그는 중얼거렸다. 당신에게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날 함부로 바보 취급하지 마. (70~71쪽)

 

 

선명하게 드리운 폭력의 그림자에 비추는

미래의 빛과 기투하는 존재들

 

마지막 이야기 「수우」의 주인공 수아는 한국에서 온 건축 전공 석사유학생이지만 감염병으로 인해 실기 수업을 진행하지도 못하고 수입원이 끊겨 가난한 상황이다. 그녀는 어느 날 연보랏빛 편지지를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불현듯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그 결심은 과거에 돌보았던 한 아이와 그 아이의 할머니와 보낸 시간에서 비롯된다. 아이는 한국계 독일인으로, 수아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다소 괴팍한 성격의 할머니는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와 혈혈단신으로 삶을 개척한 사람이다. 그녀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먼 나라로 와 가족을 일구었지만, 자식에게 원망을 들으며 손녀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친구가 없다. 수아는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와 자신을 향한 할머니의 서툴지만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사무장이 숙자를 불렀다. 근무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숙자의 독일어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었다. 프라우 황. 사무장은 바싹 움츠러든 숙자를 보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영어로 말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당시 독일 병원에서는 직원 복지를 위해 당구대나 자판기를 들여놓거나 파티를 열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은 고참 간호사들의 의견에 따랐지만, 사무장은 숙자에게 묻고 있었다. 그래서 숙자는 말했다. 춤추고 싶다고.

사무장은 두 달 후 병원 로비에서 자선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숙자는 시내에 나가 처음으로 드레스와 구두를 샀다. 정말 원 없이 춤을 췄다고,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125~126쪽)

 

『안녕한 내일』은 감염병으로 인해 국경이 닫혀버린 독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감염병으로 팬데믹이 선언되자, 질병과 인종차별, 가난 사이에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겪는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국경 너머의 삶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조명한다. 정은우가 이들의 삶에서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것은, 어려움 그 자체가 아니다. “삶은 곧 싸움”이며 이들은 고국에서부터 이국에 이르기까지 매일을 싸워가고 있다. “싸움이라고 하면 차별에 저항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떠올리게 되지만, 『안녕한 내일』은 나의 세계를 발견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을 그러낸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전심전력”을 다하면서.

「수우」의 주인공 수아는 영영 잊히지 않을,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를 본다. 그것이 그녀의 미래를 살게 한다.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가능성. 그것이 정말 작가가 발견해낸 비전이라면 그가 앞으로 쓸 이야기는 누군가의 투지를 되살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작가는 어떤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이를 쓰게 만들고, 마침내 소설은 작가에게서 벗어나 누군가의 이야기가 된다. 인물들이 불꽃처럼 투지를 품고서 저마다의 싸움을 치열하게 벌여가는” 이야기. 이 소설은 우리가 기다린 바로 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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