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아말 없이는 어디도 가지 않을 거야
거기가 천국이라고 해도
전작 『늙은 개』에서 어린이·청소년 극 희곡 작가로서의 독특한 시선을 드러내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동화를 선보인 정승진 작가의 신간이 〈책 읽는 샤미〉 56권으로 출간됐다. 제1회 이지북 고학년 장르문학상에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최종심까지 올랐던 특별한 작품으로, 초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더욱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찾아왔다.
『아말과 사마』는 사라진 고양이 아말을 찾기 위해 난민 캠프를 탈출하려는 사마의 이야기이자, 사마를 기다리며 자신을 내쫓으려는 무리에 맞서 싸우는 아말의 이야기이다. 시리아 난민에서 시작한 이 책은 ‘바다 건너온 것들’이라는 이름 아래 출신, 성별, 종 구분 없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 준다. 사마와 아말의 시점을 오가며 펼쳐지는 두 갈래의 모험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난민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환기한다. 애타게 서로를 찾는 둘의 여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난민과 이주민, 더 나아가 나와 다른 존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 지은이
정승진
어린이 청소년 희곡과 동화를 쓰고 있다.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손톱」이, 극작가협회 신춘문예 어린이청소년극 부문에 「고래바위에서 기다려」가 당선되었다. 동화는 『늙은 개』가 첫 책이고, 그동안 쓰고 공연한 희곡은 「거인 이야기」 「늙은 개」 「이야기 쏙! 이야기야!」 「내 소원은」 「같이 가자 친구야」 「득충」 「장난감 병원이 문을 닫는 날」 「토끼로 사는 아홉 가지 어려움」 등이 있다.
■■■ 그린이
김완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린다. 잊고 지내 온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려고 노력한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별집, 달집 그리고 등대』 『공룡 아빠』 『하우스』 『BIG BAG 섬에 가다』가 있고, 그린 책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편의점』 『시간으로 산 책』 『딱 하나만 더 읽고』 『아빠는 잠이 안 와』 『오늘 또 토요일?』 『늙은 아이들』 『슈퍼 히어로 우리 아빠』 『일기 고쳐 주는 아이』 외 다수가 있다.
1. 검역소
2. 새로운 친구들
3. 위험한 고양이
4. 만남의 광장
5. 아말을 찾습니다.
6. 선전포고
7. 항구로 가는 길
8. 작전 시작
9. 숨박꼭질
10. 재회
11. 새로운 꿈
추천의 글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아말은 사마가 일곱 살 때 태어났다. 그래서 사마는 아말을 동생으로 여겼다. 아말은 금방 자라서 성체가 됐지만 인간이 자라는 속도는 느리고 느렸다. 이제 아말은 사마를 자기 동생처럼 생각하는데도 사마는 여전히 아말을 아기 다루듯 했다. 아말은 그것도 좋았다. 10쪽
바다는 무자비하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많은 것을 얻지만 그 대가가 목숨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돕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래서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난민들이 바다를 표류할 때마다 구해 냈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침몰해 가는 배 안의 사람들을 구해 낸 적도 많았다. 그럴 때는 구하는 사람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바닷가 마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17쪽
“너는 왜 독일이라는 땅으로 가지 않았어?”
빅이 한참 동안 말없이 아말을 바라보았다.
“내 가족은 세 명의 인간이었어. 아빠, 엄마 그리고 열두 살 아이 하나.”
빅의 가족은 아말과 똑같았다. 불길한 신호였다.
“그날은 파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았어. 우리가 탄 보트가 높은 파도에 뒤집히면서 다 같이 물에 빠졌어. 난 그 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빅이 바다 쪽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냄새를 맡았다. 어쩌면 빅은 가족이 살아 돌아와 자신을 찾아 주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아말의 미래일 수도 있다.
“얼마나 됐는데?”
“봄이 세 번 지났어.”
그 말은 3년 동안이나 이 자리에서 가족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아말은 코끝이 찡해졌다. 56쪽
더는 카밀로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직접 찾으러 가고 싶었다.
“아말은 혼자 지내 본 적이 없어요. 직접 찾을 수 있게 저를 데리러 와 주세요.”
“그건 어려워. 내 마음대로 너를 캠프에서 데리고 나올 수 없거든.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꼭 찾아 줄게. 네가 어디에 있든지 꼭 아말을 찾아서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하마.”
전화를 끊고 나서 사마는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은 믿을 수 없어. 당장 아말을 찾아야 해. 아말 없이는 어디도 가지 않을 거야. 거기가 천국이라고 해도.’ 77쪽
언덕 아래로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멀리 바다가 보였고, 작은 불빛들이 반짝였다. 사마는 그 불빛이 바다를 떠도는 난민선의 불빛일지 아니면 어선일지, 그것도 아니면 해양 경찰이 난민을 찾아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모하메드는 어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선은 등을 켜지 않는다고, 공해상에서 해양 경찰에게 잡히면 도로 쫓겨나기 때문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등을 켜지 않았네.”
“이 정도 달빛이면 충분하지. 지금보다 더 어두울 때도 있었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국경을 넘을 때는 어두울수록 좋았다. 어둠이 우리를 숨겨 주기 때문이었다. 95~96쪽
한스는 뼈다귀를 통해 얻은 권력으로 광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바다 건너온 동물은 나쁘다.’가 그 명분이었다. 한스 부하들은 죄다 여기서 나고 자란 동물이었으므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한스가 말하는 나쁜 동물은 자신이 아니었고, 그 말을 믿으면 한스가 주는 뼈다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온 동물은 나쁘다. 그들은 병을 옮기고, 마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뼈다귀가 줄어들고, 결국은 우리도 굶주릴 것이다. 110쪽
화이트는 최대한 천천히 고기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절대로 게걸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아말의 작전이었다.
“너는 뭐든 한스와 반대가 되어야 해. 한스가 게걸스럽다면 너는 우아해야 하고, 한스가 추잡스럽다면 너는 단정해야 해. 거기서 살아남아. 한스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해. 정육점 주인의 침실을 차지해서 한스를 괴롭게 만들어.” 113쪽
아말은 한스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시끄러워. 싸움 도중에 말이 많구나.”
한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와 함께 바다를 건너온 인간조차 너를 떠났어. 그건 네가 불행을 부르는 검은 고양이라서 그래. 그 인간은 지금쯤 독일에서 새로운 고양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걸?”
아말이 몸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괴성과 함께 한스에게 달려들었다. 한스도 크게 짖으며 같이 뛰어올랐다. 139~140쪽
하루아침에 아말이 사라졌다
철조망 너머, 담벼락 너머
주저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아말과 사마
어느 날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져 가족과 고향을 한순간에 잃는다면 어떨까. 갈 곳이 없는데 당장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면. 재난을 피해 멀리 옮겨 가는 사람을 피난민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캄보디아 등지에서 피난민 수백만 명이 목적지 없이 먼 길을 떠나고 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삼킨다. 그리고 난민을 낳는다. 난민은 전쟁이나 박해로 살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다. 난민은 하루아침에 예고 없이 된다. 친구 집에 놀러 간 날 집에 폭탄이 떨어져 난민이 되어 버린 사마처럼 말이다.
사마는 함께 살아남은 유일한 가족, 고양이 아말과 함께 구조선을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작품의 배경은 ‘유럽으로 가는 관문’이라 불리며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이탈리아의 람페두사섬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섬이다. 사마는 섬에 도착하자마자 입국 심사를 받는다. 그때 의사 카밀로가 나타나 아말이 병에 걸렸는지 검사해야 한다며 아말을 데려가 버린다. 결국 사마는 홀로 난민 캠프로 향하는데, 얼마 안 있어 신문을 타고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아말이 사라진 것이다.
‘바다 건너온 것들’의
용기 있는 반항
사마 머릿속은 온통 아말 걱정으로 가득하다. 당장이라도 캠프를 떠나 아말이 사라졌다는 곳을 헤집고 싶다. 그러나 사마가 캠프 밖으로 나가려 한다는 사실을 한 명이라도 알게 된다면 분명 저지당할 것이다. 난민은 허가 없이 캠프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마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지금 들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아말을 찾기 위해 캠프를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가는 절대로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89쪽
섬에 난민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난민을 환영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국민에게 위협을 끼칠 가능성이 일 퍼센트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경찰에 체포당할 수 있다. 범죄 이력이 있으면 심사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렵기에 늘 몸을 사려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사마가 아말을 찾기 위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 그 결심의 무게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넌 여기서 돌아가. 나 때문에 난민 신청에 문제가 생기면 안 돼.”
모하메드의 검은 눈이 사마를 쏘아보았다.
“도움을 줄 때는 받는 거야.”
-93쪽
사마의 탈출 계획을 돕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들키면 난민 인정이 좌절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때는 받는 거야.”라며 당연하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특히 사마와 똑같이 낯선 땅에서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혼자가 된 모하메드가 길 위에서 자신의 아픔을 조용히 고백하는 장면은 ‘바다 건너온 것들’의 연대가 왜 특별한지를 보여 준다. 채 아물지 않은 자신의 상처보다 눈앞에 상대의 아픔을 먼저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 이들은 소중한 것을 잃는 고통을 알기에 기꺼이 서로를 지켜 준다.
“아까 그 아저씨 아는 사람이니? 혹시 도망친 거야?”
금발 머리 여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기자가 화장실에 들어간 여자아이를 찾고 있던 것, 그리고 화장실에 아무도 없고 창문이 열려 있던 것, 세면대 위에 찍혀 있는 발자국까지. 그 모든 것을 보고 난 후 여자아이와 기자 사이에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짐작했다.
-133쪽
물론 바다를 건너오지 않았어도 사마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피아와 카밀로 어머니이다. 두 사람은 섬에 사는 주민으로, 작중에서 사마와 스치듯 연을 맺는다. 마을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소피아는 난민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사마가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 사마에게 담요와 물을 가져다주고, 다정한 말로 사마를 안심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후반부에서는 위기의 순간에 사마에게 결정적인 도움까지 준다. 광장에서 고양이 밥을 주는 캣맘 카밀로 어머니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첫 만남에 사마를 돕는다.
사마와 친구들, 아말과 광장의 동물들이 비슷한 처지를 공유하며 서로를 도왔다면, 소피아와 카밀로 어머니는 꼭 같은 아픔을 지니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의 선행은 남의 불행을 대가로 이익을 취하는 신문 기자 니콜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SNS에서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누군가의 고통을 막연하게 지나쳐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화면 너머의 아픔을 짐작하고, 그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아픔으로 친구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다정하고 용감한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아말과 사마』 속 주요 등장인물이 난민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난민 또는 이주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마와 친구들, 아말과 광장의 동물들이 겪은 차별은 나와 다른 집단에 속하게 되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다.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거나 상처받은 적이 있다면, 그 아픔을 경험 삼아 주위를 둘러보자. 이제는 흔히 바로잡힌 개념이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는 동의어가 아니다. 고양이 아말과 화이트, 개 빅, 앵무새 키위가 바다 건너왔다는 공통점 하나로 친구가 된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에 ‘다름’은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난민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유영진 평론가의 말처럼, 그저 아말과 사마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만 몰입해도 좋다. 유쾌 통쾌한 우화와 긴장감 넘치는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바다 건너온 것은 나쁘다.’는 한스의 말에 물음을 던지게 되고, 바로 그곳에서 아말과 사마를 이은 다음 누군가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