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예측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블루 패드 유일의 아가미족 카이가 생존을 위해 앞장선다!
제2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SF환경동화상 우수상을 받은 『아가미 소년』이 이지북 SFF 환경 동화 시리즈 〈초록별 샤미〉의 아홉 번째 장편 동화로 출간되었다. 김태호 작가, 최배은 평론가가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고,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며 고민한 끝에 『아가미 소년』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아가미 소년』은 그동안 어린이 논픽션을 출간해 온 우설리 작가의 첫 번째 동화 작품이다. 작가는 블루 패드와 펄 패드라는 살아남은 인공 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 이야기를 아가미족이라는 변종인 주인공의 시각에서 흥미롭게 그려 냈다. 환경 및 기후 문제는 물론, 이해관계를 달리하며 서로 소통하기보다 싸움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어른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을 화해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끈다.
■■■ 지은이
우설리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이야기를 전하다가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어린이 책을 쓰고 있어요. 제2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SF환경동화 공모전에서 『아가미 소년』으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어린이 논픽션 『손을 번쩍 들게 만드는 말하기 50가지 미션』, 『지구를 살리는 패션 토크 쇼』(공저), 『냄새나는 똥이 에너지가 된다고?』, 『세상을 바꾸는 사회참여 이야기』(공저)가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어 만들어 내는 환경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 그린이
sujan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그린 책으로 『아가미 소년』, 『너에게 행운을 줄게』,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 『종말 후 첫 수요일, 날씨 맑음』이 있습니다.
■■■ 차례
- 조금 다른 아이
- 바다 블랙홀
- 새끼 고래
- 검은 그림자
- 억울한 누명
- 뗏목 사건
- 외톨이
- 또 다른 변종인
- 두근대는 심장
- 바다 폭풍
- 진짜 도둑
- 아빠의 지도
- 거대한 통조림
- 작전 준비
- 결전의 날
- 노란 드럼통의 실체
- 내게 필요한 것
- 모두 함께
- 그 누구보다 더
- 남은 숙제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그 아기 말이야. 부디 잘 커야 할 텐데, 우리 카이처럼.”
엄마는 나를 보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나는 그 말이 거슬렸다. 마치 변종의 무리에 나도 끼워 넣는 것 같아서였다.
“카이, 너는 아빠처럼 정말 강한 사람이 될 거야. 알지?”
그런 말도 싫었다. _10쪽
친구들은 열세 살이 되면서 조금씩 어른을 닮아 가는데 나는 계속 어린아이 같은 몸일까 봐 점점 조급해졌다. 매끈하고 태양이 비치면 가리비 껍질 속처럼 알록달록 빛나는 내 피부도 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 때문일까?’
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확인했다. 귀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한 줌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귀를 앞쪽으로 찌부러뜨려 생채기 같은 것을 보았다.
선홍색 돌기, 아가미다. _16쪽
“바다 블랙홀에 다녀와 보든가. 그럼 인정해 줄게.”
정말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제이콥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친구들도 알고 있었다. 우리 아빠를 집어삼킨 지옥이 바다 블랙홀이라는 것을. _20쪽
“카이, 나는 네 아빠에게 빚진 게 있다. 2년 전 지금처럼 식량이 부족해서 모두가 굶고 있을 때, 네 아빠가 블루 패드를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어.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았거든. 깊은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네 아빠가 일을 많이 했지. 물론 안타까운 일이 생겼지만 말이다. 카이, 네 모습을 봐. 너는 오히려 블루 패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 이번까지만 눈감아 주마. 네 아빠에게 빚 갚는 셈 치고.” _50~51쪽
갑자기 내 눈앞에 커다란 물방울 두 개가 다가왔다. 아니, 변종인의 눈이었다. 에메랄드빛 눈알이 동그랗고 투명한 물방울 같았다. 그 눈이 마치 나는 홀리는 듯했다. _60쪽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같은데, 가도 가도 거리는 줄지 않는 것 같았다. 바다가 나를 자꾸 뒤로 밀어내는 듯했다. 너무 지쳐갔다. 친구들은 왜 나를 두고 가 버렸을까. 그래도 2년 전에는 모두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_63쪽
제이콥이 나간 뒤로 나는 아가미 말고 다른 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어디인지 짚어 내기 어려운 곳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마음에 박힌 바늘과 유리 조각은 엄마가 빼 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밤새 아플 수밖에 없었다. _70쪽
“아가미족이 잠수도 제대로 못하면서, 뭘.”
“난 변종인과는 달라.”
“변종이 아니라 진화종이겠지. 맞는 말이네. 넌 진화가 덜 된 것처럼 보이긴 해. 잠수 실력 하고는. 쯧.” _78쪽
“너 산호 숲에 대해 알아? 아주 멋지대.”
“산호 숲은 오래전에 사라졌어.”
“어딘가에 있을 거야. 산호는 아주 알록달록한 색이래.”
“없다니까. 이런 바다를 받아들여야 해. 우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듯이.” _86쪽
“잠수할 사람! 다들 아실 겁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게 예전만 못하니 더 깊은 곳을 들어가야 하는데, 블루 패드에 아가미족은 카이 녀석뿐이니 심각한 일이에요.” _104쪽
“카이, 아빠도 아가미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어.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블루 패드와 펄 패드가 싸우지 않고 평화를 지키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했거든.” _116쪽
섬과 바다의 차이 같은 걸까? 제이콥과 나는 강해지는 곳이 다를 뿐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서로를 돕는다면 완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_154쪽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 내는 알 수 없는 계절과 바다가 품고 있는 쓰레기 그리고 부족해지는 식량은 현실이자 우리의 내일이다. 이 모든 것이 희망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행복해야 한다. 친구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_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