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킬러는 면허 없는 의사예요.”
40세 이상 주부사원 모집, 월 300보장,
비밀유지상여금 500% 지급, 스마일.
쉰한 살, 과부, 실업자인 심은옥 여사, 킬러가 되다!
웃기고 통쾌하고 애잔한 코믹 잔혹 스릴러.
쉰한 살, 과부, 실업자인 심은옥 여사, 킬러가 되다!
웃기고 통쾌하고 애잔한 코믹 잔혹 스릴러
강지영 작가의 장르소설 세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심여사는 킬러』가 네오픽션 ON 시리즈 7권으로 출간되었다. 쉰한 살 심은옥 여사의 좌충우돌 킬러 생활 해프닝과, 그녀의 곁을 구성하는 여러 인물들의 삶이 거미줄 엮듯 펼쳐진다.
심여사는 어떻게 킬러가 되었나
심은옥은 13년 동안 칼질을 했다. 남편과 함께라지만 거의 혼자서 정육점을 운영했다. 잘생긴 만큼 인물값을 하던 남편은 늙어 추레해지더니 당뇨로 눈이 멀었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차를 몰고 나가 호프집을 들이받고 즉사했다. 자살로 판명되어 보험금도 받지 못했다. 정육점을 정리해 호프집 변상을 하고 나니, 방 두 개짜리 임대 아파트만 가족에게 남았다. 슬플 짬도 없다. 등록금이 없어 입학하자마자 군대에 간 아들 진섭이와, 아빠의 죽음 이후 공부에 미친 고등학생 딸 진아와 함께 먹고살아야 한다. 심여사는 마트 정육 코너의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했지만 그나마 사장이 도박으로 구속되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구인정보지를 살핀다. 나이 제한에 걸리거나 거리가 너무 멀거나 보수가 너무 적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문구.
‘40세 이상 주부사원 모집, 월 300보장, 비밀유지상여금 500% 지급, 스마일’
중졸에 경력이라곤 정육점 운영뿐인 심은옥은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마일에 간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곳은 흥신소였고, 정육점 경력에 눈을 빛낸 사장 박태상은 난데없이 칼을 쥐어달라고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겠습니다. 킬러가 되어주세요.”
심은옥은 쉰한 살 아줌마다. 평생 고기를 해체해왔지만 그건 죽은 동물이지, 산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되기에는 간담도 작다. 자신은 킬러 감이 아니라며 도망치려는 그녀를 잡은 건 “누구나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요? 심여사님이 결심만 하시면 억울한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신 이뤄줄 수 있습니다.”라는 허울 좋은 소리가 아니다. 박태상은 그녀의 눈앞에 금괴 하나를 꺼내든다. 죽어도 싼 놈을 죽이면, 일종의 청소를 해치우면 금괴 하나를 받을 수 있다. 7천만 원 상당의 일이었다.
“살인자가 되는 거네요. 7천만 원 때문에.”
“여사님, 우리 살인자 대신 해결사라고 부르기로 하죠.”
죽이면 살 수 있다. 그러니 스마일흥신소에 출근할 수밖에.
요지경 속 스마일
요지경 속 행복
요지경 속 세상
스마일 흥신소 박 사장의 말처럼 심여사는 타고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더분한 외모에 날렵한 칼솜씨, 불우한 가정환경을 필두로 살인을 맡기러 온 이들에게 족족 공감해가며 세상의 쓰레기들을 처리해가는 것이다. 이런 그녀 덕분에 스마일 흥신소는 업계 1위를 달성하고, 덕분에 경쟁업체인 행복기획의 견제를 받기 시작한다. 행복기획의 사장, 나한철은 어떻게 하면 스마일 흥신소의 신인 심여사를 거꾸러트릴까 고민하다가 그들이 과거의 한 지점에서 악연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한철은 심여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건드리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그의 아들, 김진섭이다.
『심여사는 킬러』는 심여사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나간다. 횟집에서 일하다 천하 박색인 횟집 사장 딸의 눈에 들어 인생이 꼬인 스마일 흥신소 박태상 사장, 어머니를 찾아 서울로 올라왔다가 스마일 흥신소에 박혀 일하게 된 최준기, 최근 부쩍 늘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한다는 핑계로 스마일 흥신소에 위장 취업한 경찰의 아내 이성란, 젊은 시절 심은옥을 사랑했다가 거절당하고 평생 깡패 짓으로 먹고사는 행복기획 나한철 사장, 아버지의 노름빚에 팔린 후, 갖은 고생 끝에 미용사가 된 나한철의 아내 홍미숙, 영혼결혼을 주선하며 먹고 사는 홍미숙의 정부 한병팔과 그의 어리바리한 친구 김상호, 똘방똘방 공부 잘하고 눈치 빠른 심여사의 딸 김진아, 가장인 어머니를 돕고 싶어 하다가 얼결에 경쟁사에 취직하게 된 김진섭……. 음모에 휘말려 아들과 맞서게 된 심여사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각자의 목적과 욕망으로 사건을 벌여가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때로는 숨 가쁘게, 때로는 짠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펼쳐진다.
중년 여성 킬러라는 새로운 소재로 장르문학 세계에 등장했던 『심여사는 킬러』는 킬러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가지고 우리 사회를 이리저리 절단해 보여준다. 어두운 곳에서 인간의 온갖 욕망을 처리하는 흥신소를 배경으로, 그 주변에 모인 바닥의 삶을 사는 인간 군상들과 윤리를 뛰어넘어 생존의 문제를 풍성한 어휘와 표현으로 풍자해내는 심여사의 모습은 현재에도 유효한 울림을 가지며,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현대 사회의 파편을 확장하고 있다.
■■■ 지은이
강지영
소설집 『굿바이 파라다이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살인자의 쇼핑목록』, 장편소설로 『신문물검역소』 『엘자의 하인』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프랑켄슈타인 가족』 『하품은 맛있다』 『페로몬 부티크』 『살인자의 쇼핑몰』 등이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에 웹툰에 <스틸레토> <마녀 사월>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연재했다.
한겨레교육에서 <슈퍼IP글쓰기>를 강의 중이다.
■■■ 작가의 말
뻔한 킬러 이야기가 싫어 중년 여성을 주인공 삼아 쓴 작품이 『심여사는 킬러』였다. 어느덧 내 대표작이 되었고, 첫 영상화 판권 계약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고도 긴 시간이 흘러 심은옥은 어느 사이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로 자리 잡았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원고를 쓸 때, 결과가 뻔한 연재를 시작할 때, 청중이 드문 강연장에 들어설 때마다 심여사는 내게 잘 벼린 칼 한 자루를 건넸다. “고민한다고 뭐가 달라져? 이봐, 강 작가. 닥치는 대로 삽시다. 그게 늘 우리 방식이었잖아.” 친근하게 충고를 했다.
■■■ 차례
심은옥 / 박태상 / 오신자 / 이성란 / 이옥순 / 이순영 / 최준기 / 김진아 / 나한철/ 김상호 / 홍미숙 / 박현석 / 심은옥 / 김진섭 / 이성란 / 최준기 / 박태상 / 심은옥 / 이성란 / 백영식 / 나한철 / 이성란 / 김진아
“조금 더 칼끝을 올려보세요. 아뇨, 팔을 조금 치켜들어서. 네, 네. 맞습니다.”
칼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농밀한 어둠 속에서 나는 검게 그은 커다란 짐승의 털을 슥슥 벗겨냈다. 그러자 발그스름한 살이 드러났고 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에 닿았다, 이내 사라졌다. 칼날이 고기를 자르고 밀어내고 또다시 새로운 고기 틈으로 파고들었다. 박자와 장단을 넣어 칼날을 휘두르다 보니 제법 신이 났다. 늘 혼자 해온 일에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이 있다고 생각하자 묘한 쾌감이 들었다.
“됐습니다. 그만 앉으셔도 좋습니다.”
박태상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다시 낯선 사무실이었다. 나는 땀이 촉촉이 밴 칼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제야 조금 전 오방난장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17~18쪽)
“어떻게 하면 사람을 죽이지?”
한쪽 안구가 쏟아져 나올 듯한 사내아이에게 물었다.
“이모가 가르쳐줬잖아. 젓가락으로 놈의 눈을 찔러. 어설프게 찔렀다간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야.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힘을 주어 깊이 후벼 파. 알았니? 이 혹 덩어리야.”
이모의 목소리를 흉내 내던 두 아이가 동시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의 충고가 옳았다. 그를 부르려면 무엇이든 죽여야 했다. (146쪽)
“나는 심여사를 믿지 않아.”
뜻밖의 말이었다. 매출의 일등 공신인 심여사를 믿지 않는다니. 내가 모르는 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긴 걸까.
“지난 내 생일날 기억하지?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던 때.”
“기억하죠. 그 일 때문에 우리 모두 몇 번이나 경찰서를 들락거렸는데요. 참 별일이죠?”
박태상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날, 경찰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지 몰라. 심여사의 손에 말야.” (171쪽)
지금 내 핸드백 속에는 38구경 리볼버 한 자루가 들어 있다. 빠르고 정확한데다 킬러다운 멋을 내기에도 칼보다 나았다. (350쪽)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애원을 해봤지만 나무덩굴처럼 단단하게 손목을 감싼 준기의 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닫힌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권총을 써야 할 때가 왔다는걸. (3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