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어린이 SF 문학, 〈시간 고양이〉 네 번째 이야기★
다시 지구를 찾아온 악몽 같은 기상 이변, 지구를 되살릴 시간은 단 하루뿐!
SF 환경 동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시간 고양이〉가 네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시간 고양이〉 시리즈는 화려한 액션, 흥미로운 이야기는 물론 우수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과 문학나눔 도서, 경기도 포천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 새로워진 네 번째 이야기 『시간 고양이4 : 물과 불의 열차』는 작가 박미연의 끝없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모험과 손에 땀을 쥐는 액션, 세상을 구하려는 주인공 서림의 따뜻한 마음 등 세상을 살리기 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에 더해 〈시간 고양이〉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삽화가 이소연의 박진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흥미를 더했다.
■■■ 책 내용
SF 환경 동화 베스트셀러 〈시간 고양이〉 시리즈 4탄
물과 불로 뒤덮인 세계를 구하기 위한 긴박한 모험이 펼쳐진다!
겨울 방학을 맞이한 서림은 세상 마지막 고양이 은실이와 함께 환경 과학자인 아빠를 따라 스위스로 향한다. 극심한 온난화로 사라졌던 겨울 풍경과 흰 눈을 되찾은 기쁨을 만끽하는 서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눈의 왕국처럼 아름다운 융프라우산 풍경을 즐기는 것도 잠시, 서림과 은실은 융프라우산 정상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미래 여행자의 반려동물 ‘미아’를 발견한다.
이 작품에서 그리는 2085년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멸종한 동물을 되살려 반려동물로 키우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게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여행을 즐기고, 단 여섯 시간 만에 유럽에서 서울을 오가는 하이퍼루프 열차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시간 고양이〉 시리즈는 발전한 미래의 풍경에 모든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과학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우리 어린이 독자들에게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동시에 양날의 검처럼 뒤따르는 환경 문제에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시간 고양이 4: 물과 불의 열차』가 그리는 2085년의 재난 풍경은 독자들에게 환경 문제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위험을 무릅쓴 뜨거운 용기, 세상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이번에도 엄마는 물론, 이 세계를 구하러 가 보자고!”
‘미아’를 내일까지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면 엄마는 물론 지구가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림은 미아를 데려다주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서울로 향하는 하이퍼루프 열차에 탑승한 서림의 앞에 무표정한 얼굴과 괴력을 가진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서림과 은실에 이어 미아까지 노리는 무시무시한 남자는 누구일까?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때로는 위기를 이겨 내며 뜨거운 모험을 펼치는 〈시간 고양이〉 시리즈의 주인공 서림과 은실이. 사랑하는 가족과 세상을 구하려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지닌 이들의 모험은 독자에게 꺾이지 않는 용기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선사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두려움을 이겨 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는 물론 가까운 사람을 위하는 마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색다른 인물을 그려 온 〈시간 고양이〉 시리즈. 이번 작품에서는 고려인 출신 자동차 정비사 알렉스 아저씨, 환경 과학자 리나 아줌마, 괴력을 지닌 수상한 모자 남자가 새롭게 등장해 재미를 자아낸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함께하는 서림과 은실에게 이번에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 『시간 고양이 4』 초판본에 한해 은실이 스티커를 사은품으로 드립니다. *
■■■ 줄거리
심각한 온난화로 잃어버렸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되찾은 2085년 지구. 겨울 방학을 맞아 스위스로 떠난 은실과 서림은 융프라우산 정상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신비한 동물 ‘미아’를 발견한다. 미아의 목줄에서 뻗어 나온 홀로그램을 통해 미래 여행자를 만난 서림은, 이 동물을 내일까지 한국의 미래공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엄마는 물론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아’를 데리고 한국의 미래공원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탄 서림과 은실. 서림은 자신과 은실이를 노리는 무표정한 얼굴과 엄청난 괴력을 지닌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과연 세상의 마지막 고양이 은실이와 서림은 하루 안에 미아를 미래로 돌려보내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지은이
글 박미연
늘 무언가 읽고, 보고, 상상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나를 늘 웃기고 울리는 딸과 그 또래 어린이, 청소년 마음에 가닿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쓴 책으로는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민주주의 씨앗』, 청소년 소설 『DMZ 천사의 별』 『부로두웨 마술단』 등이 있다. 지금은 녹색 지구를 위해 모험을 벌이는 서림이와 은실이의 SF 판타지 〈시간 고양이〉 시리즈를 쓰고 있다. 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매일매일 상상을 펼치는 중이다.
■■■ 그린이
그림 이소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일하는 일러스트 작가입니다.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 고양이 4 : 물과 불의 열차』와 〈태쁘의 퇴마부〉 시리즈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2s0ye0n
■■■ 차례
1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
2 사라져 버린 눈
3 마지막 산악 기차
4 줄어든 시간
5 물에 잠긴 도시
6 멈출 순 없어
7 고물 차에 희망을 걸고
8 무서운 추격자
9 시베리아 횡단 특급 열차
10 납치당한 미아
11 벼랑 끝 기막힌 탈출
12 잘못된 꿈
13 헌터 로봇의 정체
14 어쩌면 메리 크리스마스
작가의 말
■■■ 작가의 말
〈시간 고양이〉로 여러분을 처음 만난 것이 벌써 3년 전입니다. 그동안 우리 지구는 더 뜨거워졌고, 여전히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 위기를 겪고 있어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행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림이와 은실이의 모험 이야기가 그 관심에 아주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면, 저는 무척 기쁠 거예요.
■■■ 책 속에서
리호는 융프라우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산악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새하얀 눈밭을 뛰어다녔다. 은실이는 생전 처음 보는 눈을 신기하다는 듯 앞발로 톡톡 쳐 보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야옹 하고 울었다.
“왜? 안아 달라는 거야? 은실이 너, 발이 시리구나.”
은회색 털의 은실이를 품에 꼭 안으니 따뜻했다.
나 역시 눈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가 말로만 듣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 벌써 설렜다. 전망대 앞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대형 트리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_10쪽
자세를 낮춘 은실이가 몇 걸음 떨어진 작은 바위를 향해 하악거렸다.
“왜 그래? 저기 뭐가 있어?”
긴장한 모습의 은실이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바위에 접근했다. 나도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은실이의 뒤를 따랐다. 바위 뒤쪽에서 연한 갈색의 작은 솜뭉치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은실이가 앞발을 뻗어 툭 건드리자 솜뭉치가 펄쩍 튀어 올랐다.
그건 뜻밖에도 살아 있는 동물이었다. 족제비처럼 긴 몸에 짧은 다리, 꼬리는 길고 풍성했다. 고양이와 개를 반씩 닮은 묘한 생김새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이었지만, 주먹 두 개 크기밖에 되지 않는 걸 보니 새끼 같았다. _14~15쪽
“너, 넌 누구야? 대체 어디서 나타……. 아니, 어떻게 우리가 보이는 거야?”
그제야 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여자아이가 나지막한 비명을 질렀다.
“맙소사, 과거인이잖아? 어라, 그런데 어떻게 미아의 버튼이 움직였지? 그 버튼은 타임머신을 타 본 사람에게만 반응하는 건데…….”
“타임머신이라고? 너 설마…… 미래에서 온 거야?” _16~17쪽
갑자기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임이 점점 심해지더니 허공에 가느다란 틈이 생겼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갈수록 벌어지는 틈새로 짙은 어둠이 보였다.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솟는 느낌이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19쪽
엄마의 불행한 과거를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바꿔 놓은 게 바로 나였다. 얼마나 힘들게 찾은 행복인데, 이대로 사라지게 둘 순 없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_23쪽
“서른세 시간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시간이란다. 좀 전에 봤다시피 우리가 직접 나서면 시공간이 더욱 틀어질 거야. 미안하지만 그 전에 미아를 데려다주겠니?”
애니가 타임 터널을 나오려고 할 때 허공이 갈라지고 땅이 마구 흔들리던 걸 말하는 듯했다. 직접 미아를 데려갈 수 없으니 미래공원까지 데려다달라는 거였다. _25쪽
리호가 멈춰 서더니,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서림아, 저기 좀 봐. 아이스크림이 사라지고 있어!”
고개를 돌린 나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산꼭대기를 덮고 있던 하얀 눈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다리가 떨려 왔다. _27쪾
리호가 손목을 내밀며 외쳤다.
“이것 봐. 탄소 밴드의 색깔이 붉게 변했어.”
정말이었다. 탄소 밴드의 디스플레이가 ‘위험’을 나타내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은실이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자꾸만 하악거렸다. _35쪽
무서운 생각에 머리칼이 곤두섰다.
뒤를 돌아보니 달리는 기차 뒤꽁무니에 몸을 반쯤 내민 남자가 보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는 듯했다. 그 옆에서 남자를 말리는 금발 여자도 보였다.
기차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더는 쫓아올 수 없겠지, 생각한 순간 남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철길을 따라 승강장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_42~43쪽
어떻게든 엄마를 피신시키고 싶었는데 연락 자체가 안 된다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저 싱크홀은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생긴 이상 증세가 분명하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 저런 일이 벌어지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야. 한시라도 빨리 미래공원으로 미아를 데려가야 해.’ _93쪽
어제라면 융프라우산 빙벽이 녹아내리고, 헝가리에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창밖을 보니 열차는 어느새 도시를 벗어나 있었다. 가지만 남은 메마른 나무와 쩍쩍 갈라진 황토색 땅이 펼쳐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낸 강이 시냇물처럼 보였다. 겨울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131쪽
“궁금한 게 있어요. 미아를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 지난번에 불법 시간 여행의 흔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요?” _133쪽
남자가 리호를 지나쳐 통로에서 떨고 있는 내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힘들게 차를 빠져나왔을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 매끈했다. 어제 산악 기차에서 은실이가 이마를 할퀴기까지 했는데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찾았다, 이서림.” _155쪽
나는 객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혹시 물을 가지고 계신 분 있나요? 물이 있으면 저 문을 열 수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서 엄마를 구해야 하거든요. 그건 저만 할 수 있어요. 제발…….” _164쪽
“그건…… 잠깐의 부작용일 뿐이야. 큰 성공을 위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그분이 말씀하셨어.”
그건 소장이 늘 하던 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크고 뭐가 작다는 거지? 세상에 희생해도 되는 존재가 어디 있냐는 말이야.’ _212쪽
■■■ 지은이
글 박미연
늘 무언가 읽고, 보고, 상상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됐다. 나를 늘 웃기고 울리는 딸과 그 또래 어린이, 청소년 마음에 가닿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쓴 책으로는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민주주의 씨앗』, 청소년 소설 『DMZ 천사의 별』 『부로두웨 마술단』 등이 있다. 지금은 녹색 지구를 위해 모험을 벌이는 서림이와 은실이의 SF 판타지 〈시간 고양이〉 시리즈를 쓰고 있다. 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서 매일매일 상상을 펼치는 중이다.
■■■ 그린이
그림 이소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일하는 일러스트 작가입니다.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시간 고양이 4 : 물과 불의 열차』와 〈태쁘의 퇴마부〉 시리즈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2s0ye0n
■■■ 차례
1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
2 사라져 버린 눈
3 마지막 산악 기차
4 줄어든 시간
5 물에 잠긴 도시
6 멈출 순 없어
7 고물 차에 희망을 걸고
8 무서운 추격자
9 시베리아 횡단 특급 열차
10 납치당한 미아
11 벼랑 끝 기막힌 탈출
12 잘못된 꿈
13 헌터 로봇의 정체
14 어쩌면 메리 크리스마스
■■■ 책 속에서
리호는 융프라우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산악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새하얀 눈밭을 뛰어다녔다. 은실이는 생전 처음 보는 눈을 신기하다는 듯 앞발로 톡톡 쳐 보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야옹 하고 울었다.
“왜? 안아 달라는 거야? 은실이 너, 발이 시리구나.”
은회색 털의 은실이를 품에 꼭 안으니 따뜻했다.
나 역시 눈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가 말로만 듣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아 벌써 설렜다. 전망대 앞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대형 트리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_10쪽
자세를 낮춘 은실이가 몇 걸음 떨어진 작은 바위를 향해 하악거렸다.
“왜 그래? 저기 뭐가 있어?”
긴장한 모습의 은실이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바위에 접근했다. 나도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은실이의 뒤를 따랐다. 바위 뒤쪽에서 연한 갈색의 작은 솜뭉치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은실이가 앞발을 뻗어 툭 건드리자 솜뭉치가 펄쩍 튀어 올랐다.
그건 뜻밖에도 살아 있는 동물이었다. 족제비처럼 긴 몸에 짧은 다리, 꼬리는 길고 풍성했다. 고양이와 개를 반씩 닮은 묘한 생김새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이었지만, 주먹 두 개 크기밖에 되지 않는 걸 보니 새끼 같았다. _14~15쪽
“너, 넌 누구야? 대체 어디서 나타……. 아니, 어떻게 우리가 보이는 거야?”
그제야 내가 눈에 들어왔는지 여자아이가 나지막한 비명을 질렀다.
“맙소사, 과거인이잖아? 어라, 그런데 어떻게 미아의 버튼이 움직였지? 그 버튼은 타임머신을 타 본 사람에게만 반응하는 건데…….”
“타임머신이라고? 너 설마…… 미래에서 온 거야?” _16~17쪽
갑자기 눈앞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임이 점점 심해지더니 허공에 가느다란 틈이 생겼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갈수록 벌어지는 틈새로 짙은 어둠이 보였다. 목덜미의 솜털이 쭈뼛 솟는 느낌이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나왔다. 19쪽
엄마의 불행한 과거를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바꿔 놓은 게 바로 나였다. 얼마나 힘들게 찾은 행복인데, 이대로 사라지게 둘 순 없었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_23쪽
“서른세 시간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시간이란다. 좀 전에 봤다시피 우리가 직접 나서면 시공간이 더욱 틀어질 거야. 미안하지만 그 전에 미아를 데려다주겠니?”
애니가 타임 터널을 나오려고 할 때 허공이 갈라지고 땅이 마구 흔들리던 걸 말하는 듯했다. 직접 미아를 데려갈 수 없으니 미래공원까지 데려다달라는 거였다. _25쪽
리호가 멈춰 서더니,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서림아, 저기 좀 봐. 아이스크림이 사라지고 있어!”
고개를 돌린 나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산꼭대기를 덮고 있던 하얀 눈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다리가 떨려 왔다. _27쪾
리호가 손목을 내밀며 외쳤다.
“이것 봐. 탄소 밴드의 색깔이 붉게 변했어.”
정말이었다. 탄소 밴드의 디스플레이가 ‘위험’을 나타내는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은실이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자꾸만 하악거렸다. _35쪽
무서운 생각에 머리칼이 곤두섰다.
뒤를 돌아보니 달리는 기차 뒤꽁무니에 몸을 반쯤 내민 남자가 보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는 듯했다. 그 옆에서 남자를 말리는 금발 여자도 보였다.
기차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더는 쫓아올 수 없겠지, 생각한 순간 남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철길을 따라 승강장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_42~43쪽
어떻게든 엄마를 피신시키고 싶었는데 연락 자체가 안 된다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저 싱크홀은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생긴 이상 증세가 분명하다.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벌써 저런 일이 벌어지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야. 한시라도 빨리 미래공원으로 미아를 데려가야 해.’ _93쪽
어제라면 융프라우산 빙벽이 녹아내리고, 헝가리에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창밖을 보니 열차는 어느새 도시를 벗어나 있었다. 가지만 남은 메마른 나무와 쩍쩍 갈라진 황토색 땅이 펼쳐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낸 강이 시냇물처럼 보였다. 겨울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131쪽
“궁금한 게 있어요. 미아를 노리는 사람이 있어요. 지난번에 불법 시간 여행의 흔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혹시 그 사람이 아닐까요?” _133쪽
남자가 리호를 지나쳐 통로에서 떨고 있는 내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힘들게 차를 빠져나왔을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 매끈했다. 어제 산악 기차에서 은실이가 이마를 할퀴기까지 했는데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찾았다, 이서림.” _155쪽
나는 객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혹시 물을 가지고 계신 분 있나요? 물이 있으면 저 문을 열 수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서 엄마를 구해야 하거든요. 그건 저만 할 수 있어요. 제발…….” _164쪽
“그건…… 잠깐의 부작용일 뿐이야. 큰 성공을 위한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그분이 말씀하셨어.”
그건 소장이 늘 하던 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크고 뭐가 작다는 거지? 세상에 희생해도 되는 존재가 어디 있냐는 말이야.’ _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