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으로
진심 어린 내 마음과 마주할 수 있어!
첫사랑을 시작한 주인공 수아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뽑기봇을 만나 신비한 물건을 얻게 되는 이야기 『사랑의 뽑기봇』이 이지북 <샤미의 책놀이터> 열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웅진주니어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고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최빛나 작가의 두 번째 창작동화다.
『사랑의 뽑기봇』은 첫사랑이라는 설레면서도 서툰 감정을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은 수아가 뽑기봇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살펴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깨닫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독자들 역시 가장 중요한 목소리인 내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 지은이
최빛나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엄마의 빨간 구두〉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문 열지 말걸〉로 제9회 웅진주니어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쓴 책으로는 『창문으로 들어온 아이들』 『나와 제이(공저)』가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연결되어 만들어 내는 환경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 그린이
김민우
애니메이션 기획과 연출하는 일을 했습니다. 아이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즐거워하지만, 또 그만큼 불안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에서 그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이야기를 지어 그려 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창작 그림책 『책 읽는 개』 『달팽이』 『나의 붉은 날개』 『하얀 연』 『괴물 사냥꾼』 『로켓 사냥꾼』 들을 발표했으며, 동화책 『초딩 연애 비법서』 『완벽하게 착한 아이, 시로』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차례
- 뽑기 전
- 황당한 뽑기 로봇
- 속마음이 들리는 이어폰
- 어휴! 깬다, 깨!
- 알다가도 모르겠어
- 마지막 기회
- 두근두근 진짜 속마음은?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수아는 고개를 들어 이든이를 슬며시 바라봤어.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이든이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어. 오히려 수아를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살짝 미소까지 지어 보였지. 쿵! 그 순간 수아는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앉는 것 같았어. _11쪽
헬멧을 쓴 것 같은 둥그런 얼굴에 반달 모양의 눈과 입, 투명한 몸통과 기다란 팔다리. 뽑기 기계보다는 우주복을 입은 커다란 로봇 같았어.
“우아! 이게 다 뭐야?”
수아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어. 속이 훤히 보이는 몸통 안이 희한한 물건으로 가득한 거야. 종, 엽서, 콩알탄, 옛날 전화기, 부엉이 인형, 뻐꾸기시계, 야광 선글라스……. 심지어 인터넷에서 봤던 삐삐까지 있었어. _17쪽
수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장하게 소매를 걷어붙였어. 뽑기봇 손을 악수하는 것처럼 가만히 붙잡았지. 그런데 차가울 것 같던 뽑기봇 손이 마치 사람 손처럼 따뜻한 거야.
‘대체 이 로봇은 뭐지?’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일단은 뽑기를 시작해야만 했어. 모니터의 초시계가 깜빡이면서 서두르라고 재촉했거든. _29쪽
“뭐? 기껏 뽑았는데 또 사용하지 말라고?” 수아는 기가 막혔어. 잔뜩 궁금하게 해 놓고 쓰지 말라니! 뽑기봇은 지독한 장난꾸러기거나 무슨 말이든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일 거라고 확신했지. _32쪽
“선생님이 친구가 싫어하는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잖아.”
이든이는 태오에게 차분하면서 단호하게 말했어. 그러고는 수아에게 조그맣게 속삭였지.
“수아야, 원피스 예쁘다. 잘 어울려.”
수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
‘이든이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 _53~54쪽
‘어휴, 깬다, 깨!’
수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확 찌푸렸어. 하도 소란스러우니까 선생님도 가까이 다가왔어.
“세상에 방귀 안 뀌는 사람도 있냐? 이야, 근데 소리 없는 방귀가 강하다더니 역시 찐하긴 하다? 아침부터 뭘 먹었는지 상당히 구수한데? 스컹크도 울고 가겠다.”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어. 이든이도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지. _59쪽
수아는 쏟아지듯 들려오는 속마음에 머리가 지끈거렸어.
‘쳇, 정이든. 너는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도와주는 건데. 너 미워!’
바닥에는 수아 머리카락이 제법 떨어져 있었어. 뒤통수는 아프고 사람 헷갈리게 하는 이든이가 원망스러웠지.
수아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어. 바로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그 자리를 뛰쳐나갔어. _79쪽
“알았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니까.”
결심한 듯 또박또박 말했지.
수아는 더 이상 이어폰으로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고 싶지 않았어. 이어폰을 빼서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었지. 그러고는 싱긋 웃으며 한 발짝 떼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_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