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찾아 90000리

저자1 잔아
저자2
출판사 이룸
발행일 2022-08-18
분야 한국 장편소설
정가 14,000원

도서구매 사이트

도서구매 사이트

백제 패망이라는 슬픈 역사에서 캐낸

부여의 아름다움의 극치

 

부여 사람, 잔아(殘兒) 김용만의 『부여 찾아 90000리』는 백제 패망의 슬픈 역사를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백제의 미학적 탐구라는 주제의식을 멀리 백제 시대로까지 소급해 올라가는 대신 6․25전쟁과 그 이후라는 ‘동시대적’ 이야기를 통해 실현, 체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새뜸’이라는 작은 마을에 대립하는 두 집안과, 이 반목을 운명처럼 짊어진 주인공 찬혁과 세영의 슬픈 성장사와 사랑으로 응축된 이야기를 통해 부여의 진정한 ‘비극미’를 선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반목을 운명처럼 짊어진

두 남녀의 사랑

 

『부여 찾아 90000리』의 주무대는 부여에 속하는 ‘새뜸’(행정구역상 오덕리)이라는 고장으로, 단순히 궁벽한 산골이 아닌 “선조왕의 태실비가 서 있”(26쪽)는 역사적 유물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며 윗마을(위뜸)과 아랫마을(아래뜸) 사이에 해묵은 대립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이 원수 사이가 된 것은 위뜸 김씨와 아래뜸 전씨가 씨족 부락을 이루어 서로 앙숙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네가 잘되기보다는 상대방이 못되기를 더 바랐다. 그처럼 적대관계로 살아온 두 뜸 사이에 주막이 있는데 짓궂은 사람들은 그 주막을 판문점이라고 부르고, 위뜸과 아래뜸이 합친 새뜸을 통일조국이라고 불렀다. (26쪽)

주인공 찬혁과 세영은 이처럼 대를 이어 대립하는 집안의 자식으로, 서로를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숙명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세영의 집안이 좌익분자였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찬혁의 집안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멸문지화를 당하게 한 ‘원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뜻을 둔 아버지 전덕술의 욕망 때문에 재벌 자제인 배태욱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세영은, 이 곤란에서 벗어나고자 선거를 핑계로 아버지에게 찬혁의 집안인 ‘위뜸’과의 화해를 제안한다. 전덕술이 소유한 유원지에 위락시설을 만들고, 위뜸과 아래뜸이 공동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업식 전날 위락시설에 원인 모를 화재 사건이 일어나고, 찬혁을 방화범이라고 여긴 세영의 오해로 인해 두 사람은 오랜 이별을 하게 된다.

 

로망스적 세계관으로 그려낸

비극적 슬픔이라는 아름다움

 

찬혁이 방화에 관한 어떤 오해도 풀어주지 않은 채 고향을 떠남으로써 완수되지 못한 사랑은, 20여 년이 지나 두 사람이 재회할 때까지 고통스럽게 연장된다. 건축현장에서 일하던 인부 한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려다 미수로 그친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고, 그 사람이 바로 찬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세영은 그를 찾아간다.

“가장 큰 슬픔은 가장 큰 기쁨이랄까. 여기에서 기쁨을 아름다움이라 해도 무방하오.”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일한 가치로 여긴다는 말이군요.”

“그렇소. 때문에 슬픔이 클수록 아름다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는 거요. 그 가장 큰 슬픔을 내 몸으로 유발시킬 작정이오.” (155쪽)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사랑의 합일을 이루려는 순간, 찬혁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세영과의 “사랑을 불멸의 사랑으로 승화”(177쪽)시킨다. “초월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자들은 “현실적 사랑으로는 사랑의 극치를 맛볼 수 없는 존재”(233쪽)들이기 때문에, 찬혁은 세영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처럼 “큰 슬픔을 안김으로써 비로소 그녀와 합일의 경지에 다다”(해설, 방민호 문학평론가)르고자 한 것이다.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부여는 백제 패망이라고 하는 슬픈 역사에서 아름다움을 캐야 하는 고장인데 부여의 위대성과 영원성은 그 비극미(悲劇美)를 지닌 데에 있다. 비극미는 행복의 원형이다. (7쪽)

이처럼 『부여 찾아 90000리』는 로망스적 세계관을 통해 백제 패망이라는 슬픈 역사를 지닌 부여야말로 진정한 비극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며, 그 비극미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입증해 보인다. 이러한 작가의 ‘비극미’에 대한 탐구야말로 “슬픔에서 아름다움을 캐는 과정이며, 그 힘든 과정을 심리적 거리로 환산하면 90000리의 여정”(7쪽)인 것이다.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