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따스한 햇살 아래
조랑조랑 맺힌 말맛 열매
이수경 시인의 순우리말 동시집
『보르르 봄볕 우르르 꽃잎』은 풀 내음 짙은 산동네의 정경과 명랑한 어린이의 마음을 말맛 좋은 순우리말로 풀어낸 동시집이다. ‘아침 산’이 켜는 기지개로 하루를 맞이하고, ‘논틀밭틀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해사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이수경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과 허물없이 어우러지는 생활을 간직한 순우리말과 꼭 닮았다.
총 3부로 구성된 『보르르 봄볕 우르르 꽃잎』은 산골 마을 아이를 둘러싼 세계를 그려 낸다. 1부 ‘따듯해 햇무리 웃음’은 가족과 햇살 같은 사랑을 주고받는 아이의 일상을, 2부 ‘풀빛 닮은 우리들’은 자연에서 뛰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는다. 3부 ‘내 마음에 꽃이 피어나’에서는 친구와 교감하고 소통하며 마침내 마음을 꽃피우는 모습이 펼쳐진다. 순우리말의 수수한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다채로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산골 마을로 떠나 보자.
■■■ 지은이
시 이수경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눈높이아동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창원 세계아동문학축전에 초청되어 강연을 했고, 눈높이아동문학상 수상 특전으로 볼로냐아동도서전에 참관했다. 동시집 『갑자기 철든 날』 『눈치 없는 방귀』 『나도 어른
이 될까?』 외 다수의 책을 펴냈다.
■■■ 그린이
그림 김희진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야기가 들어 있는 따뜻한 감성의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린 책으로 『파란 잠자리』 『엄마와 나무 마을』이 있다.
■■■ 책 속에서
달빛 우산
작달비 내리는데
달님아, 뭐 해?
부탁인데 지금 좀 내게 와 줄래?
우리 언니 학교에서 여태 안 왔어
내 우산 함께 쓰고 마중 가 보게
달빛 챙겨 서둘러 와
실골목 끝 집!
- 34쪽
도토리 한 알
들길 걷다 주워 온
도토리 한 알
만지작만지작
벌써 사흘째
호주머니 속에서
다시 또 하루
들길 옆에 사부자기
놓아주었어
봄볕이 품으면 싹 틔울 테니
봄비가 만나면 숲이 될 테니
- 61쪽
이쁘둥이, 너
산딸기 물든 입
오디 물든 입
채송화 닮은 애
나리 닮은 애
풀빛 닮은 우리들은
산동네 애들
논틀밭틀 뛰어다니면
그냥 닮게 돼
양지꽃 닮은 애
이쁘둥이 너
– 72쪽
■■■ 출판사 리뷰
싹 틔우고 숲 이루는 마음
풀빛 닮은 우리들의 이야기
시선을 두는 곳마다 푸른 자연이 펼쳐지고, 길을 걷다 병아리, 오리와 우연히 마주치는 동네에 사는 아이의 하루는 어떨까? 높은 건물이 하늘을 가리고 방과 후에 친구와 마음껏 뛰어놀 장소마저 하나둘 사라져 가는 요즘, 자연과 함께 자라나는 어린이의 모습을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주인 잃은 운동장과 고요한 들판을 떠올리면 어린이는 대체 어디서 노는지, 과연 제대로 놀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의문이 든다. 어린 시절 함께한 동화들이 그랬듯, 어린이는 모험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오직 자연만이 끝없이 광활한 모험을 선사한다.
『보르르 봄볕 우르르 꽃잎』은 우리가 잃어 버린 자연의 소중함을 되찾아 주고, 다시 눈앞에 살아 숨 쉬게 한다. 자연을 만지고 느끼는 감각을, 동네 이웃과 나누는 정을, 하교 후 친구와 온종일 노는 시간을 어린이의 품에 안긴다. 시인은 현실에서 사라져 가는 이러한 순간들을 ‘순우리말’이라는 마법으로 더없이 생생하게 재현한다.
곁쪽 가족 모두 모여
사진 찍기 전
(…)
할아버지가 웃는다
주름이 웃는다
구불구불
걸어온 길이 웃는다
-「설날 아침」 중에서
시집 속 어린이의 일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자연스레 자리한다. 설날 아침 일가친척이 집에 모여 가족사진을 찍고, 아이는 할아버지의 주름 진 미소를 보며 일평생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을 상상한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아빠를 걱정하며 ‘내 방학 하루 드릴까?’ 고민하고(「내 방학 하루」), 수행평가가 끝난 날에는 동생이 아끼는 로봇을 부셔도, 누나가 화를 내도 괜찮다고 너그러이 말하는(「서그러진 날」) 아이의 꾸밈없는 마음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가족 간에 대화가 줄어들고,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명절에조차 온 가족이 모이지 않는 오늘날과 달리 활기가 가득한 풍경이다.
풀 내음 타고 날아온
어린이의 명랑한 웃음소리
비밀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쪼그려 앉아
속닥속닥 속삭이는 꽃
너도 그런 꽃
-「나만 아는 꽃」 중에서
아이는 들길 한구석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에 꼭꼭 숨겨 왔던 비밀을 내어 준다. 아이에게 꽃은 ‘나만 아는 꽃’이고, 수줍음 많은 꽃에게 아이는 나를 발견해 준 유일한 존재다. 자연과 어린이가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관계를 맺고 허물없이 마음을 공유하는 모습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아이는 풀꽃 위에서 팔랑이다 들판에 내려앉은 나비를 보고 ‘풀꽃이 힘들까 봐’ 그 아래 들판에서 쉬어 간다고 짐작하며(「흰 나비」) 자연스레 자연의 말을 배운다. 이 언어는 자연을 그저 잠깐 ‘체험’하는 것만으로는 터득할 수 없다. 일상 속에서 자연과 마주치고 교감하고 얽히며 서서히 쌓아 가는 귀중한 감각이다.
사라져 가는 가치를 간직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난 시인은 어린 시절 지리산의 공기를 마시며 자랐다. 시집 속 ‘장지뱀’ ‘멱부리’ ‘은방울꽃’ ‘양지꽃’ 등 유달리 생생하고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은 시인이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어 온 결과이다. 시인이 이번 동시집의 노랫말로 순우리말을 택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스노볼 안의 겨울이 영원하듯, 순우리말에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던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간들바람’ ‘살피꽃밭’처럼 말맛 좋은 순우리말이 담긴 시를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다 보면, 잠시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중함과 감수성이 꽃잎 터지듯 깨어날 것이다.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단련의 시대
우리말과 글을 맛있게 이해하는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바야흐로 문해력 단련의 시대이다. 현세대의 어린이들이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연일 보도된다. 그리하여 교육, 문화계는 문해력을 내세운 갖가지 프로그램과 도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행위를 넘어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어린이가 학교생활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치르며 과제를 해내고 모둠 활동을 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문해력이 작용한다. 이것은 의사소통 능력을 좌우하므로 대인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읽기와 쓰기를 꼽는다. 시작부터 긴 글을 읽으며 끙끙대라는 말은 아닐 테다. 짧은 글을 집중하여 읽는 훈련이 우선이다. 짧은 글 하면 시, 어린이 문학으로 좁히면 동시가 바로 떠오른다. 행마다 응축된 화자의 감정과 관찰력을 읽고 해석해 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린이의 문해력은 어느새 크게 자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