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고정욱 작가의 과감한 변신!
영어덜트 장르 픽션 시리즈 〈YA!〉의 스물세 번째 이야기 『버그소년 우안태』가 출간되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의 대가 고정욱 작가가 ‘영어덜트’ 독자들을 위해 새로운 결심을 한 변신작으로, 그간의 작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과감한 고정욱’을 만날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상처를 짊어진 한 소년의 놀라운 비밀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성 현상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는 소설 속에는 학교 생활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학생이란 신분으로 겪게 되는 학교라는 우주가, 한 인간이 헤쳐나갈 우주와 같은 세상이 이 작은 책에 밀집되어 있으니 빨려들어갈 준비를 하고 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럼 주인공 우안태와 함께할 여정의 시작으로 진입해보자.
■■■ 책 내용
소소한 일상을 피로 물들인
순수할 만큼 잔인한 학교폭력
어느 평온한 주말, 안태는 절친한 친구 정식을 만나러 번화가로 나섰다. 함께 새로 생긴 분식점도 가고 피시방에 가서 게임도 할 생각이었다. 난데없는 민규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악! 살려줘.”
옆 학교 애들이 자신을 때리고 있다는 민규의 전화에 안태는 정식과 한달음에 그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안태를 기다리고 있는 건 옆 학교 학생들이 아닌, 안태네 고등학교의 일진 클럽 ‘세븐틴’ 무리였다.
“왔냐? 너 오늘 좀 맞아야겠다.”
“내가 왜?”
“너 맞아도 멀쩡한 놈이라며.”
세븐틴의 구성원은 이름 그대로 17명. 우두머리 진열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처럼 선전포고를 하니 나머지 16명이 손으로 발로 안태와 정식을 때리기 시작했다. 정식은 순식간에 나가떨어졌고, 안태는 퍽, 퍽, 소리가 나도록 맞았음에도 버텼다. 그러자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무언가 실행시켰다. SNS 라이브 방송을 켠 것. 그렇게 코피가 터지고 물에 처박힌 안태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보도블록 위로 안태의 피가 흘렀고, 킥킥대는 진열의 웃음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안태에게 펼쳐질 지옥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지독한 현실과
상처에 목 졸린 친구의 죽음
엄청난 구타를 당한 안태는 병원에서 금방 깨어났지만, 정식은 좀처럼 의식을 찾지 못했다. 금방 기절해 안태에 비해 얼마 맞지 않은 정식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게 안태는 이상하기만 했다.
‘아닌가, 멀쩡한 내가 이상한 건가…….’
하지만 진짜 이상한 일은 이후 생겨났다. 정식이 아직 입원해 있는 상태에서 열린 ‘학폭위’에서 가해자인 진열 측은 기세등등했고, 피해자인 안태와 정식 측은 전전긍긍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이들에게 교사들마저 용서를 강요했다. 부모가 없는 안태의 보호자인 할머니는 자꾸만 머리를 조아렸고, 진열 아버지의 건물에서 상가를 운영 중인 정식의 부모는 앞장서 합의서에 사인했다. 현장에 있던 안태는 분노가 끓어 올랐고,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정식은 몸이 채 회복도 되기 전에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식은 자살했다.
18년만에 밝혀진 존재적 비밀,
서서히 맞춰지는 퍼즐 조각들
무자비한 폭행과 상처뿐인 학폭위를 겪은 안태에게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상처를 가진 유일한 친구인 정식의 죽음은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만을 안겼다. 그 순간에도 안태가 얻어맞는 장면은 인터넷에 끝없이 유포되고 있었고, 안태를 향해 각기 다른 온도를 지닌 셀 수 없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열여덟의 나이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들은 그렇게 안태를 옥상 난간으로 이끌었다. 소년의 작은 결심을 방해한 이는, 마치 필연적인 듯한 우연으로 안태에게 다가왔다.
평소 알고 지냈지만 이토록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눠본 적 없던 임씨 아저씨는 안태를 구해냄과 동시에 혼란에 빠트렸다. 현실의 지옥에서 건져져 우주의 공상을 헤매게 된 안태는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아저씨의 말을 조금씩, 서서히 이해해갔다. 맞아도 상처가 나지 않는 몸, 단 한 곳도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가족, 평소 의아하기만 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태도 등등 어긋난 채 쥐고 있던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존재적 비밀을 깨달은 안태는 자신에게 있다는 초능력을, 분명 지니고 있지만 제대로 발현된 적 없어 보이는 그것을 되찾고 싶었다. 여전히 불쑥불쑥 차오르는 복수심을 해소할 무기가 되어줄 것 같았으니까. 그런 안태에게 아저씨는 조심히 일러주었다.
“증오와 원한이 너의 초능력을 살리는 힘이 될 거다.”
놓으려야 놓을 수 없는 복수심
드디어 세상을 향해 겨눠진 총구
그때부터 안태의 수련은 시작됐다. 복수로 빼든 칼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향할 곳보다 벼리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 있어졌다. 하지만 안태의 품이 넓어지고 능력치가 향상될수록, 그래서 복수라는 명분이 동력을 잃을수록 진열은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잔잔하고 고요한 안태의 호수에 자꾸만 돌을 던졌다. 그 돌에 안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맞았고, 삼촌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재력 있는 부모와 학교에서의 높은 서열이 진열을 끝내 악마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안태는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자신도 변해야 함을 깨달았다. 자신의 주변을 지키는 것 또한 자신을 지키는 일이었다.
각성에 각성을 거듭한 안태는 이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어쩌면 안태가 이토록 능력을 키우게 된 건 쉬지 않고 괴롭힘을 일삼은,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게 만든 진열의 덕이었다. 그 아이러니한 원리 속에서, 평행우주에서 온 우주의 ‘버그’는 지구에 사는 정의로운 인간으로서 힘을 쓰기로 했다. 기회는 줄 만큼 줬고, 인내는 할 만큼 했다.
마지막 트리거를 당긴 건 과연 누구일까. 안태는 과연 자신의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그가 있었다던 평행우주는 어떤 곳일까. 선명한 이야기 너머로 자꾸 질문을 던지는, 무언가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고정욱 작가의 초능력이 발휘된 건 아닐지 의심이 될 것이다.
■■■ 지은이
고정욱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현재 각종 사회 활동으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장애인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많이 발표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으로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고정욱 삼국지』 등이 있다.
■■■ 차례
맞아도 안 다치는 놈
상처와 의문들
편파적인 학폭위
정식의 예약문자
안태의 비밀
혹독한 훈련
어설픈 도전
망한다는 것
평행우주의 물건
생활의 달인
진열의 복수
금고 속 검은 돌
낯선 이의 등장
에너지 부스터
순응과 선택의 대립
사라진 할아버지
분노 폭발
마지막 라방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열여덟. 앞뒤 재지 않는 나이였다. 안태와 정식은 물론, 주변 친구들 모두 어른이 다 된 듯 생각하고 행동했다. (10쪽)
안태의 목소리는 그렇게 묻혔다. 정신없는 와중에 ‘서류상 합의’ ‘매듭’ ‘화해’ 같은 단어가 변호사의 목소리를 타고 지나갔다. (34쪽)
세상은 결코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했다. 그것을 이토록 선명하게 확인하게 될 줄 몰랐던 안태는 온 세상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42쪽)
정식을 보내는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다 보면 이 상황이 와닿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모든 게 소설 같고 영화 같고 꿈같았다. (46쪽)
“너는 평행우주에서 지구로 온 아이야. 한마디로 우주의 버그지.” (57쪽)
“잠자고 있던 너의 세포들이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거야. 과거에 있었던 DNA대로 근육이 세포분열을 일으키는 거지. 너는 하루하루 강해질 거야. 전사로 다시 태어나는 거지.” (73쪽)
보복하는 일은 공권력의 힘을 빌리거나 어른들을 통해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84쪽)
“평범한 인간들이 그런 위업을 이루기도, 너처럼 빠르게 회복하기도 어려워. 평행우주에서 왔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98쪽)
힘없는 사람들은 위세에 눌려서 혹은 이길 수 없으니까 참고 마는 거지. 그게 이 세상의 법칙인 것 같지만 우주에서는 그렇지 않아. 너의 선택 하나하나가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거야.” (158쪽)
남은 것은 안태의 선택이었다. “끝없는 선택과 끝없는 결정에 의해서 무한한 우주가 만들어진다는 거. (200쪽)
평화란 이런 것이었다. 아무 응어리도 남지 않는 것. (206쪽)
■■■ 작가의 말
세상 모든 사람이 불의와 대면하길 거부한다면 악은 독버섯처럼 계속 자라날 것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그건 세상의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악은 언젠가 응징당하며 선은 반드시 이긴다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려선 안 된다. 피해자가 전학하거나, 사회와의 단절을 선택하거나, 스스로의 생을 저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들이 용기 내 악에 저항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