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E퀸에서 열린 특별한 이벤트
일상 속 단서를 수사하는 코지 미스터리
네오픽션의 새로운 경장편 시리즈 〈네온사인〉의 첫 작품으로 조동신 작가의 『백수의 크리스마스』가 출간되었다. 〈네온사인〉은 경장편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SF, 미스터리, 판타지 등 감각적이고 흡입력 강한 백수계를 콤팩트하게 선사할 예정이다.
아귀도 수사반장 칼송곳 등 색이 짙은 미스터리를 선보여온 조동신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에 대한 진입 장벽을 한 단계 낮추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코지 미스터리로 독자들에게 따스한 재미를 선사한다. 크리스마스에 얽힌 흥미로운 사건들을 쫓아 안온한 분위기의 미스터리에 빠져들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장르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일푼, 무경력 백수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인공 오만은 길거리를 배회하며 아무도 듣지 않는 자기소개를 중얼거린다. 그렇다, 오만은 백수다. 취업시장을 전전하며 취업을 고대해온 오만은 우연히 독특한 이름의 북카페 앞에 서게 되고, 알바생을 구한다는 말에 홀린 듯 가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희한한 이름에 주택가 건물 2층이라는 독특한 위치 선정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카페 ‘E퀸’에서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경장편이라는 짧은 분량에 맞게 작품 속 인물이 사건에 녹아드는 속도가 빠르지만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과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몰입감으로 작품은 능숙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이번에 우리 카페에 워낙 중요한 이벤트가 있어서요. 백오만 씨가 필요해요.” (37쪽)
거부할 수 없는 사장의 제안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오만은 한낱 백수인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과분한 행운이 아닐까 싶지만, 수상한 선물을 열어보러 직접 북카페로 향한다.
미스터리, 멀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오만의 미스터리한 취업으로 북카페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포문을 연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고민이나 사건을 해결해주는 이벤트다. 그 업무를 떠맡게 된 오만은 나름의 추리력으로 의뢰인들의 사건을 하나둘 해결해간다. 크리스마스라는 소재로 엮인 일상의 단서들을 쫓아 오만의 파란만장한 탐정 일지가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미스터리 같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살인이나 도난 등 잔혹한 범죄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이 아닌, 우리 삶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그리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묵직함을 배경과 소재에서 덜어내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사건의 몰입감은 극대화하여 더욱 친근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덕분에 독자는 이 작품으로 쉽고 빠르게 완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네온사인 시리즈
새로운neon 장르로 보내는 다양한 신호sign
〈네온사인〉은 SF와 미스터리, 판타지 등 감각적인 소설을 빠르고 가볍게 만나는 새로운 신호입니다. MZ세대 독자들에게 밀도 높은 서사, 흡입력 있는 세계를 콤팩트하게 선사합니다. 강렬한 색으로 다양한 빛을 내는 네온사인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비추는 우리의 신호가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길 바랍니다.
■■■ 지은이
조동신 2010년 단편 「칼송곳」으로 제12회 여수 해양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과 제주 신화콘텐츠 공모에서 우수상을, 2022년 경주 신라 천년 스토리텔링 문화 공모전에서 장려상 등을 수상하였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백수의 크리스마스』 『까마귀 우는 밤에』 『내시귀』 『금화도감』 『아귀도』 『수사반장』, 소설집 『칼송곳』 등이 있다. 엘러리 퀸처럼 치밀한 논리와 트릭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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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달력을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한 빵을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작가의 말
오만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면접 보러왔는데 도난 사건에 휘말리다니. _9쪽
“사실 우리 카페에 일이 좀 있어.”
“일이라니요?”
“이번에 우리 카페에 워낙 중요한 이벤트가 있어서요.”
사장은 갑자기 오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만은 물론 옆에 있던 누나도 놀랐다.
“백오만 씨가 필요해요.” _37쪽
“안녕, 반가워.”
“누구세요?”
“우리는 인형 찾아주려고 온 사람들이야.”
“언니, 경찰을 불렀어?”
“아, 경찰은 아니고 일종의 해결사란다.”
오만의 말에 동생의 눈이 커다래졌다.
“해결사? 언니, 폭력배를 부른 거야?” _50쪽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가 즐거웠다고 했지? 언제든 다시 온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을 거다.”
“고맙습니다.” _77쪽
오만이 빵 몇 개를 들고 카페를 나서자 이정태가 물었다.
“태워다 드릴까요?”
“아뇨, 전철역이 가까운데요.”
오만은 돌아서다가 문득 이정태를 불러 세웠다.
“아, 이정태 씨.”
“네? 혹시 생각나셨나요?”
이정태는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곧 실망하기는 했지만.
“아뇨. 그 쿠겔호프 틀을 차에 두고 내려서요.” _100쪽
“회장님!”
권 회장이 말했다.
“무슨 일인가?”
“크리스마스트리에, 그 보석이 없어졌어요!”
“보석이? 괜찮아, 그건 가짜 아닌가……. 응?”
순간, 권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튀어오르듯 일어나고 말았다. _121쪽
“여기 전에 무슨 드라마에서 본 것 같아요.”
“응, 전에 드라마 <상속의 순간> 촬영을 우리 집 뜰에서 했어.”
오만은 도난 사건에도 크리티컬 아워, 즉 납치나 실종 사건에서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_138쪽
“어쨌든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래, 전부 오만 씨 덕이에요.”
오만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사장님, 그러면 저 취업시켜주시는 거죠?”
“취업이요?”
권 사장의 반응에 오만은 당황했다. _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