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돌아온 조선의 명랑 탐정 홍조이,
삼짇날 꽃놀이 사건을 해결하라!
숨 막히는 사건, 치밀한 추리, 그리고 풋풋한 로맨스까지. 조선 명(랑)탐정 홍조이가 새로운 사건으로 돌아왔다. 전편이 꿈을 찾아서 나아가는 주인공 홍조이의 모습을 중점으로 그렸다면, 본편은 ‘작은조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하는 홍조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대 앞에서 꺾이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조이의 모습에서, 꿈을 향한 굳은 의지를 배운다.
■■■ 지은이
글 신은경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산과 개울에서 놀며 신나게 보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눈높이아동문학대전에서 상을 타면서 작가의 꿈을 이뤘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덕분에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과 동화 쓰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동화 『명랑 탐정 홍조이1』 『명랑 탐정 홍조이2』 『와처』 『도깨비 배달부 우 서방』 『의적 검은별이 떴다!』 『나도 몰래 체인지!』 『불귀신 잡는 날』 『임시 정부의 꼬마 신부』 등 여러 책을 펴냈다.
이 작품을 그 시대의 할머니와 수많은 조이들에게 바칩니다. – 「작가의 말」에서
그림 휘요
‘밝게 빛나는 것’, 이름의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웹툰 작가이다. 평생 웹툰 작업만 할 줄 알았는데 조이를 만나 동화 그림 작가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작가가 조이에게 용기를 얻었다면, 독자들은 조이로부터 무엇을 얻게 될지 궁금하다. 『명랑 탐정 홍조이1』 『명랑 탐정 홍조이2』를 그렸다.
■■■ 책 속에서
“으, 추워.”
조이는 자라목처럼 머리를 푹 집어넣었다. 보들보들하던 바람이 별안간 칼을 들고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분이가 제 목도리를 둘러 주며 타박했다.
“집에 가라니까 웬 황소고집이야?”
조이는 거절하지 않고 헤헤 웃었다. 목도리 하나 했다고 움츠렸던 등이 저절로 펴졌다.
“가마 단속하는 건 처음 보잖아. 다모가 되려면 미리미리 봐 둬야지. _9~10쪽
“저 언덕이 필운대구먼. 이리도 가까운데 인제야 와 보는구나.”
나지막한 필운대 언덕 아래로 집집이 심은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에서 꽃이 피어 뭉게뭉게 꽃구름바다를 이루었다. 살구꽃은 지금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_35쪽
조이는 처음으로 복건 도령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하얀 피부에 가지런한 눈썹, 맑고 검은 눈동자, 단정한 코, 고집스러운 붉은 입술. 얼굴에서 태어날 때부터 뼛속 깊이 새겨진 오만함과 고귀함이 묻어났다. _54쪽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고함이 모두의 발길을 붙잡았다.
“생각났어요! 누군지 알 거 같아요!”
죽은 여인의 정체를 기억해 낸 건 조이가 아니라 꽃님이였다. _72~73쪽
“서로의 집안이 망한 것도, 우리가 노비가 된 것도 모두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야. 너도 나도 똑같은 피해자인데 너는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있잖아. 때린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가 싸워야 하지?”
“끝까지 저만 잘났지.”
작은조이가 삐딱한 미소를 지었다. _106쪽
“악! 웬 놈이냐?”
그 사람은 김득지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해를 등지고 서서인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부심에 찡그리고 있던 조이의 눈이 어느 순간 번쩍 떠졌다.
‘세상에, 완아군이잖아!’ _136쪽
조이는 작은조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자. 우리는 잘 해 낼 거야. 모든 조이는 강하니까.”
“모든 조이는 강하다……. 참 좋은 말이다.”
작은조이가 조이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메마른 논바닥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미소가 번질 때마다 작은조이의 얼굴에서 생기가 되살아났다. _152쪽
달콤한 향기가 풍기는 꽃나무 아래, 버선발이 대롱대롱?
오싹한 사건으로 돌아온 조선의 명랑 탐정 홍조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명랑 탐정 홍조이』! 이번엔 아름다운 봄날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사건이 펼쳐진다. 우연한 기회로 오라비의 약혼녀였던 수경의 책비가 된 조이.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함께 꽃놀이 장소로 유명한 필운대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을 멘 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한다!
조이는 부리나케 죽은 여인의 치마로 시선을 돌렸다.
“없어. 깨끗해.”
중얼중얼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여기는 도깨비바늘 천지인데 왜 저 여인의 치마만 깨끗할까? 여기까지 제 발로 걸어왔다면 달라붙는 게 당연한데……. 만일 제 발로 온 게 아니라면? 설마!” (46쪽)
탐정 홍조이는 증거와 정황을 살펴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님을 알아낸다. 이 과정에서 그야말로 ‘왕자님’이라 불리는 완아군을 만나게 되고. 완아군은 조이의 추리에 힘을 실어 주며 윤 도령을 긴장시킨다.
“이분은 완아군 마마시다. 어서 마마님 말씀을 따라라.”
여기저기서 헉하고 숨 들이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값비싼 비단옷을 보고 신분이 높을 거라 짐작하긴 했지만, 왕자라니! 완아군이면 지금 왕의 조카이자, 선왕의 후궁이 낳은 왕자였다. […] 하얀 피부에 가지런한 눈썹, 맑고 검은 눈동자, 단정한 코, 고집스러운 붉은 입술. 얼굴에서 태어날 때부터 뼛속 깊이 새겨진 오만함과 고귀함이 묻어났다. (52쪽)
“억울함이 없게 하라” 『무원록』을 손에 들고
명랑 탐정 홍조이, 죽은 노비의 사연을 밝혀라!
조이의 추리로 사람들은 여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한편 조이는 죽은 여인을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리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인이 자신과 같은 이유로 노비가 된 데다 이름마저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다모간의 수많은 여인 중 두 사람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는 이름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이름은 조이, 딸은 작은조이, 둘 다 조이와 이름이 같았다.
조이는 그들이 김득지 집에 내려졌는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사이 두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온몸에 구타당한 흔적이 남은 것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누군가의 손에 죽임당하다니! 작은조이는 무사한 걸까?’ (72쪽)
그렇게 사건을 수색하던 조이는 죽은 여인의 딸 작은조이를 만나고. 형편없이 변한 작은조이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작은조이는 좌포청 관비가 된 조이에게 처지는 똑같은데, 누구는 팔자 좋게 책비 일까지 하며 호강하며 산다며 비아냥댄다. 조이의 오라비는 벽서 사건의 주동자이고 자기 오라비는 시류에 휩쓸렸을 뿐인데 왜 자기가 이 꼴이 됐냐면서 울분까지 터뜨린다.
작은조이가 발을 쾅쾅 구르며 울분을 터뜨렸다. 조이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이 아가씨, 무슨 일입니까?”
윤 도령이었다. 손에 들린 책으로 보아 『무원록』을 전해 주러 온 것 같았다.
“아가씨? 기막혀 정말.” (91쪽)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조이는 자신이 모르던 비밀과 더불어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 까닭을 알게 되지만, 드러나는 전모 앞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조이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 번뜩이는 기지로 사건을 돌파해 가는데…….
두 명의 노비, 두 명의 조이
“우리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자. 모든 조이는 강하니까.”
『명랑 탐정 홍조이』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는 조선 시대에 실제 쓰이던 지명이다. 이 책을 쓴 신은경은 역사를 전공한 이력을 살려, 실감 나는 배경을 묘사하였다. 또한 조선 시대의 신분제로 인해 고통받았던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대의 한계를 또렷이 드러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신은경 작가는 시대의 부조리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의도는 새로운 등장인물 작은조이를 통해 읽어 낼 수 있다. 작은조이는 주인공 홍조이와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양반이었으나 몰락하여 노비가 되었다는 처지마저 비슷하다. 한 가지 차이점은 홍조이가 주변인의 도움으로 형편이 좋은 한양 관청의 노비가 된 것과 달리, 작은조이 모녀는 자신을 핍박하는 양반가의 소유물인 사노비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작은조이의 어머니는 모진 박해 속에서 희생되고 만다.
이러한 신분제의 폐해는 역설적으로 홍조이가 활약하게 되는 무대를 마련한다. 이번 작에서도 치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추리 그리고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독자는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주인공 홍조이는 자신을 향해 길 잃은 원망과 분노를 쏟는 작은조이를 향해, 아무 잘못 없는 서로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성장하는 그 모습이 우리에게 크나큰 울림을 전한다.
조이는 작은조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자. 우리는 잘 해낼 거야. 모든 조이는 강하니까.”
“모든 조이는 강하다……. 참 좋은 말이다.” (1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