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모든 게 고요했고,
우리는 언제나 평생에 한 번인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아스라하지만 빛바래지 않는 것들이 품은 의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8권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이 출간되었다.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오컬트 YA 소설 『정원의 계시록』, K-오컬트 판타지 『불량 여신』 등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문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 SF-청춘소설이다.
우주시대가 개막한 후, 인류는 다른 행성이나 우리 우주 너머 은하의 외계인들과도 교류하며 영혼으로서 자유롭게 우주를 유영하며 살고 있다. 다만 영혼은 육체가 있을 때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모두 자신의 영혼과 이어진 육체를 만들어 보존 행성이 된 지구에 둔다.
다른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우주에 거주하던 주인공 장미래는 몇 달 전 모종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육체와 합일한 후 전생의 연인이었던 한영과 함께 지구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미래의 일상은 지구에 사는 육체들 중 ‘종말론자들’이 있으며, 이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는 우주 인류의 예측 보고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 지은이
박에스더
기억에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작 동화 『미카엘라』로 비룡소 No.1마시멜로픽션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웹소설 「뉴 월드」로 카카오페이지×스튜디오드래곤×CJ ENM 추미스소설공모전 중편 부문에서 상을 수상하였다. 장편 소설 『벽사아씨전』 『영매 소녀』 『정원의 계시록』 『불량 여신』, 앤솔러지 『3월 2일, 시작의 날』 등 다양한 소설을 집필하였다.
■■■ 목차
레시피 1. 장미래
레시피 2. 한영
레시피 3. 다시 장미래
레시피 4. 한성제
레시피 5. 또다시 장미래
작가의 말
■■■ 출판사 리뷰
『영매 소녀』 <미카엘라> 시리즈 작가 박에스더가 선사하는
우리의 마음을 채워 줄 단 하나를 찾아가는 여행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8권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이 출간되었다. 아련하면서도 ‘힙’한 단어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이 소설은 오컬트 YA 소설 『정원의 계시록』,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큼 한국문화를 속속들이 담아낸 K-오컬트 판타지 『불량 여신』, No.1마시멜로픽션공모전 대상 동화 <미카엘라> 시리즈 등으로 꾸준히 전 세계 문학계에 반짝임을 더하고 있는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이다.
또한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속 시리즈인 ‘계절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권, 『3월 2일, 시작의 날』에 실린 단편 「언제나 평생에 한 번」과 서사가 이어지는 독특한 방식의 세계관 확장 소설이기도 하다. 『3월 2일, 시작의 날』을 읽은 독자들은 다시 한번 미래와 ‘그 애’의 이야기에 빠져들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우주시대가 개막한 후, 인류는 다른 행성이나 우리 우주 너머 은하의 외계인들과도 교류하며 영혼으로서 자유롭게 우주를 유영하며 살고 있다. 다만 영혼은 육체가 있을 때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에, 모두 자신의 영혼과 이어진 ‘육체’를 만들어 보존 행성이 된 지구에 둔다.
이 육체들은 영혼들처럼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교한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인다. 그래서 모두 온순하고 상냥한 성격에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확히는, ‘사랑’이나 ‘증오’ 같은 격한 감정을 절대 가질 수 없다.
다른 지구인과 마찬가지로 우주에 거주하던 주인공 장미래는 몇 달 전 「언제나 평생에 한 번」의 서사인 모종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육체와 합일한 후, 일이 모두 해결된 다음에도 자의로 지구에 머무르고 있다. 전생의 연인이자 첫사랑인 한영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만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이백 년 넘게 살아왔지만, 육체의 나이는 열아홉 살이기에 미래는 자신이 왔음에도 평온하기만 한 한영을 보며 미묘한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지극히 평범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미래의 일상은 지구에 사는 육체들 중 ‘종말론자들’이 있으며, 이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는 우주 인류의 예측 보고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일, 지구에서 보호받고 있는 육체들이 공격당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짐. 속칭 ‘종말론자들’의 소행이라고 판단됨. 이, 관련해서 ‘종말론자들’이 누구인지 알아내길 바람. 삼, 조사단이 꾸려져 지구로 향하고 있음. 최대한 조사단의 활동에 협조하길 바람. 이상.”
“잠깐, 조사단이라고?”
_본문 중
조사단은 이미 우주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조사한 곳은 행성이든 은하든 모두 ‘모종의 이유’로 인해 물리적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지구에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다급해진 미래는 영과 함께 들판을 쏘다니며 겨우겨우 종말론자들의 ‘목표’를 알아낸다. 그리고 주동자가 이상하게 미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성제라는 것도. 미래는 성제에게 설명을 해달라고 하지만, 성제는 “‘진짜 미래가 아닌 너’는 이해할 수 없다”라며 계속 미래를 거부하기만 한다.
“아니잖아.”
어정쩡하게 뻗은 손 그대로 멈췄다. 한성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뭐가 아니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묻는 것보다 한성제의 말이 더 빨랐다.
“넌 미래가 아니잖아.”
_본문 중
“종말이 와도 난 이곳을 지킬래.”
활짝 핀 꽃을 바라보면서도 자꾸 끝을 생각하고 만다면
곧 ‘진짜 나’가 완성될 시간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지구에 애정을 느끼게 된 미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지만 다른 수많은 가능성 때문에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영.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파격적인 ‘목표’를 선택한 종말론자 성제. 속절없이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미래와 영, 성제 그리고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더없이 SF스러우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결말로 나아간다.
우리는 정말로 연결되었다. 모든 것과. 꽃 하나, 물방울 하나, 불어오는 바람 한 점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궤도와 시간이 한 점에서 만났다.
_본문 중
청소년들은 종종 또렷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들여다보려 하며 막막해하곤 한다. 어떤 게 정말로 중요한지, 내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에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막막함은 청소년기에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이다.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차근차근 매일을 살아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힘겨워하면서도 내 세계를 확장하고 자아를 키워나가는 일. 이렇게 막막함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헤매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청소년기인 게 아닐까.
청소년기의 이상적인 모습이 헤맴이라면,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그 헤맴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줄 소설이다. 다른 사랑들에는 없는 변칙 요소가 곳곳에 산재한 우주적인 첫사랑 이야기, 라일락꽃에서 시작돼 지구의 종말과 새로운 미래까지 마주하는 이야기, 우리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 이야기 속에서 오늘도 반짝이며 헤매 보자.
종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종말과 시작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_작가의 말 중
■■■ 책 속에서
그해 지구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다음 몸으로 영혼을 옮긴다고 해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그 일은 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으니까.
_7쪽
인간형 육체는 우주 시대에 적합하지 않았다. 아무리 냉동을 시킨다고 해도 유지하는 데 돈과 공간이 많이 필요했으니까. 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쳐, 지구인들은 오래됐지만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
육체는 지구에, 영혼은 우주에.
이것이 새로운 육체가 나왔을 때의 슬로건이었다.
_20쪽
왜 지구여야만 했는지, 지금은 물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 볼 수 있어서?”
그렇게 물으면서 희미한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지금 영을 몰아가고 있다. 네 대답에 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숨긴 채 떠보고 있다. 그런 나 자신을 알면서도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 나는 열아홉이니까. 나중에 후회할 걸 알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는 거다.
_63쪽
한성제의 말이 다시 귀를 울렸다.
넌 미래가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한성제는 분명 나를 알고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내 기억 속엔 한성제가 없는 걸까.”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가 어디론가 굴러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_112쪽
“일단은 종말론자들을 찾아야 해.”
조사단이 오기 전까지 찾아내야 한다.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조사단이 온 이후, 지구는 그대로 사라질 거다.
“다른 지구인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지구가 송두리째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조사단을 보내면…….”
_123쪽
가끔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 찰나를 놓치면 그 말과 마음 들은 영영 미끄러진 틈새 사이를 돌기만 한다. 그걸 잘 알기에, 가만히 내 대답을 전했다.
“언제나 너였어, 미래야.”
_145쪽
오래된 책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심지어는 우리가 공부하는 교과서에서도 사랑과 좋아함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
중요한 건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문이 생기지 않는 것은 그대로 묻히고 잊힌다. 궁금할 정도로 대수롭지는 않다는 뜻이니까.
“이상하지 않아?”
_170쪽
이건, 한성제와 장미래의 선택이었다.
나는 지금 그들의 선택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제야 그 선택을 ‘이해’했다.
“그래서 죽음을 선택한 거야?”
내 질문에 한성제가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_192쪽
우리는 끝까지 기적을 만들어 냈다. 누군가가 내려 준 기적 같은 게 아니었다. 나의 세상을 끝내지 않고 살아 있기에 만들어 낼 수 있던 기적이었다.
종말의 여름은 녹아내렸다.
_22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