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곱고 질박한 우리말 세상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의 첫 동시집!
바야흐로 문해력 단련의 시대, 우리말 우리글을 맛있게 배우는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첫 번째 주인공은 「대추 한 알」로 친숙한 장석주 시인이다. 반세기 동안 시단에 몸담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시인이 처음 선보이는 동시집이다.
시집에 등장하는 어린이 화자 또한 ‘난생처음’의 마음으로 이 세상과 마주한다. 그리하여 소박한 목소리로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 아삭아삭한 노래를 따라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읽는 아름답고 도타운 말의 세계로 입장해 보자.
■■■ 지은이
시 장석주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평론이 당선되었다. 이후 글을 짓고 책을 만들며 살아왔다. 시집 『몽해항로』 『일요일과 나쁜 날씨』 『꿈속에서 우는 사람』, 인문교양서 『예술가와 사물들』 『고독의 권유』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2015년, 시 「대추 한 알」을 소재로 만든 동명의 그림책으로 어린이와 학부모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남녀노소 함께 읽는 아름답고 도타운 말의 세계를 전하고자 첫 동시집을 내놓는다.
■■■ 책 속에서
거짓말
거짓말은
정말 나쁜가요?
거짓말은
새까만가요?
거짓말은 깃털과 꽁지가
검은 제비 같은가요?
거짓말은 눈이
쥐눈이콩 같은가요?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 있나요?
거짓말을 하는
나쁜 아이라고
손가락질하진 마세요
나는 거짓말보다
참말을
더 많이 하니까요
- 14쪽
소금꽃
숯은 까맣다
까마귀 꽁지깃은 까맣다
장닭 볏은 빨갛다
맨드라미꽃은 빨갛다
소금꽃은 하얗다
저 혼자 하얗다
소금꽃 피면
엄마가 그리워요
하얀 소금꽃 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아요
- 25쪽
빗방울 삼 형제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 삼 형제
손잡고 사이좋게 내려오는
빗방울 삼 형제
키는 고만고만하지만
마음씨는 크대요
콧등이 예쁜
빗방울 삼 형제
– 34쪽
■■■ 출판사 리뷰
때구루루 굴러 우리 앞에 도착한
작디작은 ‘한 알’ 속 크디큰 이야기,
시인 장석주의 첫 번째 동시집!
1979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문학평론으로 입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시인 장석주. 그렇게 지금껏 장장 1백여 권이 넘는 저작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온 그가 생애 첫 동시집을 선보인다. 앞서 2015년, 시 「대추 한 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동명의 그림책이 많은 어린이와 학부모의 사랑을 받았는데,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 속에도 마찬가지로 보잘것없이 조그마한 대상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화자가 등장한다.
손에서
놓친
감기약 한 알
저 혼자 또르르
굴러
장롱 밑에 숨었네
장롱 밑은
어둠의 세계
(…)
감기약은
하얗게 질린 채
장롱 밑에
숨어 있겠네
-「감기약 한 알」 중에서
작고 연약한 것을 지나칠 수 없는 어린이 화자의 살뜰한 마음은 동식물과 사물을 가리지 않는다. 수록된 첫 번째 시에서부터 화자는 장롱 아래로 굴러떨어진 감기약 한 알을 걱정한다. 장롱 밑 그 “어둠의 세계” 속에 “괴물”이 “우글우글”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얗게 질린 채” 떨고 있을 알약의 두려움을 헤아리는 마음, 작은 틈 안으로 괴물들이 산다고 여기는 공상까지. 장석주의 동시 세계는 애정 어린 연민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작동하는 세계이다.
염소 똥은
까맣구나
검정콩같이
동글동글
(…)
초록 풀을 먹는
염소가
왜 까만 똥을 눌까요?
-「염소 똥」 중에서
하찮은 염소의 똥을 들여다보며 검정콩을 떠올리던 화자는 그리하여 모두가 당연하다 간주해 그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초록 풀을 먹는/ 염소가/ 왜 까만 똥을 눌까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하다. 초록색 풀만 먹는 염소의 똥이 왜 까말까? 이러한 기존의 상식 앞에 과감히 질문을 던지는 태도,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 속 화자는 수더분하면서 동시에 용감하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 세상의 귀하고 예쁜 것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 화자에게 귀여운 동생이 생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은/ 겨자씨/ 한 톨”이라면 이제 “세상에서/ 가장 이쁜 것은/ 개구쟁이/ 내 동생”(「세상에서 가장 이쁜 내 동생」)이다. 그리고 때는 한겨울, 동생의 자그마한 손을 잡고 눈 하얗게 덮인 벌판 앞에서 화자는 흰 도화지를 머릿속에 그린다.
누구도
걷지 않은
눈길은
백지 같지요
동생이
아장아장 걸은
눈길엔
동생 발자국
까치가
까치걸음으로 걸은
눈길엔
까치 발자국
-「눈길」 중에서
숫눈 위를 밟아 지나온 길을 헤아리며 나란히 그어진 두 개의 선을 도타워하고, 그 옆에 난 새의 앙증맞은 발자국까지 화자는 귀여워한다. 그렇게 높은 하늘도 올려다보면서 “저 눈송이들이/ 벚나무 잎사귀 같은/ 아가의 자그마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는 걸까요?”(「눈송이」) 궁금해한다.
형이 씨를 퉤 뱉고
동생이 씨를 퉤 뱉고
(…)
세상엔 참
내가 모르는 일이 많지요!
-「수박씨」 중에서
『또르르 똑똑 빗방울 삼 형제』 속 화자는 ‘난생처음’의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한다. “모르는 일이 많다”는 고백은 곧 “놀라워할 일이 많다”는 뜻이 된다. 콩에게 “너도 혼자 있을 때 무섭니?”(「완두콩」) 질문하고 뱀이란 “번개가 놓친/ 무지개가 아닐까요?”(「뱀2」) 자문하는 어린이, 그 맑고 투명한 물음은 그리하여 등단 반세기의 대가(大家) 장석주의 물음이다. 그의 첫 동시집은 결국 그들의 대답을 귀담아듣는 과정이며 그동안 독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이란, 그 대상을 궁금해하고 질문하는 일임을 알게 된다.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단련의 시대
우리말과 글을 맛있게 이해하는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바야흐로 문해력 단련의 시대이다. 현세대의 어린이들이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연일 보도된다. 그리하여 교육, 문화계는 문해력을 내세운 갖가지 프로그램과 도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행위를 넘어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어린이가 학교생활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치르며 과제를 해내고 모둠 활동을 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문해력이 작용한다. 이것은 의사소통 능력을 좌우하므로 대인관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읽기와 쓰기를 꼽는다. 시작부터 긴 글을 읽으며 끙끙대라는 말은 아닐 테다. 짧은 글을 집중하여 읽는 훈련이 우선이다. 짧은 글 하면 시, 어린이 문학으로 좁히면 동시가 바로 떠오른다. 행마다 응축된 화자의 감정과 관찰력을 읽고 해석해 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린이의 문해력은 어느새 크게 자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