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저자1 명소정
저자2
출판사 이지북
발행일 2023-06-02
분야 청소년문학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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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이야기를 먹는 괴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가 2권으로 돌아왔다. <YA!>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전작에 이어,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책으로 돌아온 후속작이다.

이번 이야기는 인간의 수명을 먹는 괴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전작을 뛰어넘는 신선함을 예고한다. 또한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깊은 내면의 상처를 다루면서 이를 극복할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이미 전작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은 명소정 작가는 친근한 배경 속 특유의 아름다운 판타지를 바탕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몰입도를 선보인다. 여전히 쿨한 태도로 냉철하게 ‘팩폭’을 날리는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의 등장인물들을 보며 Z세대의 고민과 갈등, 나아가 그들이 선택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책 내용

네가 정말 사라져야 한다면, 증명해 봐.”

흔들리는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

아무도 없는 빈 교실, ‘성단’은 창가 앞에 서서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자살을 시도하려 한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수명을 먹는 괴물 ‘영명’. 당황한 ‘성단’에게 ‘영명’은 죽음 동의서를 내밀며 ‘성단’의 죽음을 동의해 줄 사람을 찾는다면 아무런 고통 없이 죽게 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성단’은 자신의 진짜 고민을 숨긴 채 ‘영명’과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다.

전작의 ‘세월’과 ‘혜성’이 그랬던 것처럼, 남모를 사연을 가진 인간과 괴물의 조합은 낯설면서도 달콤한 상상력으로 다가온다.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가 청소년의 고민에 공감하고 나아가 이를 해결하여 성장해 가는 과정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서 서로를 닮은, 청소년과 괴물의 끈끈한 유대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이토록 특별한 존재가 이야기 속에서 건네 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수명을 먹는 괴물이지만, 죽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증명해 보이라는 모순된 말에 ‘성단’은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꺼내기 시작한다.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이룰 수 없는 꿈에 집착하는 ‘성단’의 아픔은 과연 무엇일까.

 

마주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없어.”

실수를 인정하고 성찰하며 계속되는 우리의 이야기

한편 ‘혜성’과의 기억을 잃은 ‘세월’은 묘하게 이전과 다른 일상에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 기억에 없는 상담 기록지나 경험한 적 없는 일을 겪은 듯 이야기하는 스스로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분명 처음이지만 상담부 활동에 몹시 익숙해 보이는 ‘혜성’을 보며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혜성’에게 ‘세월’은 왠지 모를 익숙한 감정을 느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먼저 꺼내게 된다.

 

과거는 지운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설령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더라도 시간을 타고 쫓아와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232쪽)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에서는 인물의 현재를 만든 순간들을 조명한다. 격동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이라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오해로 만들어진 순간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작품은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어리석은 과거를 마주하는 용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혜성’에게 이야기를 먹어 달라고 부탁한 인물들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성단’처럼 감당하지 못할 고민을 마주하면 우리는 그 고민을 피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를 먹는 존재가 절실할지도 모른다. 학업, 진로, 인간관계 등 무엇 하나 가볍지 않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 모여 현재를 만든다.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에서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 책 속으로

“그 얘기 들었어? 6반에 학생이 새로 왔다던데.”

“그럴 리가. 입학시험도 따로 봐야 하는 학교인데 어떻게 전학생이 오겠어.”

“전학 온 건 아니고, 입학하자마자 몸이 아파서 휴학했대. 그래서 이번 학기부터 나온 거라더라.”

평소라면 그냥 넘길 말이었지만, 그 깃털을 보고 난 후여서 혜성은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지난 학기에 휴학한 학생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_8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조금 전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났을 때, 영명이 기숙사 독서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건 알겠지만 그대로 도망가면 어떡해. 내가 사나운 괴물이면 어쩌려고 그랬어?”

“괴물은 맞잖아.”

“사납지는 않잖아.”

_29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쪽으로 향했다.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케이크가 한가득 올려진 쟁반을 든 영명과 눈이 마주쳤다.

“서명은?”

“못 받았어.”

“또 만날 용기는 있고?”

“서호한테 그런 일을 부탁할 생각은 없어.”

_73~74

“이해가 안 가네.”

“뭐가?”

“왜 굳이 네가 해결하려고 해? 돕는다는 건 말 그대로 답에 가까워지도록 길을 같이 찾아 주는 거야. 답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혜성은 자신이 먹은 이야기를 찬찬히 떠올렸다. 필요한 조언을 해 주고, 때로는 직접 등을 떠밀어 주기도 했던 반년 동안의 상담을. 기억을 지우기로 택한 것도 자신의 꿈을 되찾아 온 것도 긴 짝사랑을 끝맺은 것도, 전부 결국 당사자들이 선택한 일이었다.

_118~119

 

영명은 성단을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곳까지 달리다 보니, 둘은 어느새 옥상과 5층을 잇는 계단까지 도달했다.

“일단은 여기서 좀 쉬자. 너 상태는…….”

한참 뛰느라 힘들었을 텐데 성단의 숨은 거의 멎다시피 조용했다.

“그래, 좋지는 않나 보네.”

성단이 계단에 걸터앉자, 영명은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아 성단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_158

 

그게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지는 영명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누군가가 건넸던, 한참을 무시하고 있던 충고는 혜성이 지금 자신에게 건넨 말과 다를 것이 없었다.

“누구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

인간 흉내를 내는 줄 알았더니, 사실 인간이 아니라 세월을 따라 한 건가 싶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네 말대로 해 볼게. 대신 다른 부탁은 들어줘. 기껏 정보도 줬는데 먹고 튈 생각 하지 말고.”

_184~185

 

“오랜만이지?”

오늘 세월의 오후는 평화로울 예정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 찾아온 영명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랬을 것이다.

“너 보러 온 거야. 그러니까 일어나.”

“나?”

“지금 시간 비어? 하던 상담은 마무리하고 싶어서.”

_228

 

“잘됐네. 나도 부탁할 게 있었는데.”

“그럼 내가 먼저 말할게.”

세월의 호흡이 잠깐 길어졌다. 굽지 않은 어깨를 괜히 한번 펴더니, 평소보다 올곧은 자세로 혜성을 마주했다. 서툴게나마 마음을 다잡는 모습에, 혜성은 세월의 부탁이 자신과 같음을 직감했다.

“널 상담하게 해 줘.”

_25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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