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네오픽션 ON시리즈 30권, 배기정 작가의 장편소설 『나를 사랑하는 미친 누나』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왜 사랑에 미치게 될까? 서로가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덕질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소설은 한 끗 차이로 오독하기 쉬운 최애와 팬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트롯돌로 전업한 망돌 출신 ‘지세준’은 복근이 살짝 드러나는 크롭 티와 두 다리에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고 마트 개업 무대에 오른다. 트로트에 유로 팝을 끼얹은 멜로디와 믹 재거를 흉내 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 운명을 바꿀 춤사위가 이어진다. 지세준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십대 ‘연희정’만이 휑한 자리를 지키며 지세준의 무대 직캠을 촬영한다.
그 영상은 트위터, 유튜브에 빠르게 퍼져 지세준을 단번에 유명 연예인으로 만들고 지세준의 네임드 홈마가 된 연희정은 선의라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그의 집 안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최애와 팬이라는 관계성에서 시작된 지세준과 연희정의 ‘미친 사랑’은 어떤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마주하게 될까?
■■■ 지은이
배기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2018년 웹진 비유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 있다.
■■■ 차례
1장
2장
3장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덕질 비즈니스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두 가지다. 여자들의 선을 넘은 애정과, 유사 연애를 말아주는 최애. _11쪽
나, 지세준은 진심이다.
내 팬들을 미친 여자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향해 기를 쓰고 손을 뻗는 그 여자들을 아낄 뿐이다. 아끼는 여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꽉 메워서 최애의 기를 살려주는 여자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_13쪽
<지세즌_엠마트_avi>
직캠이 터졌다. 트위터 2만 알티를 타고 유튜브까지 퍼져 인급동에 올랐다. 지세‘즌’. 이름이 틀렸지만, 그날 이후 내 애칭은 지세즌이 되었다. _19~20쪽
덜덜 떠는 손으로 내 손을 꽉 쥐고 울던 연희정은 네임드 홈마가 되었다. _21쪽
나는 말이죠. 선의에 위배되는 홈마 활동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고요? 거짓말은 말이죠,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_60쪽
“너한텐 사랑하는 게 약해빠진 거야?”
“응. 사랑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어. 약점을 만들어.” _87쪽
……불행은 늘 행복 뒤에 드리워져 있다고 했나요. 드디어 나와 세준의 마음이 온전히 닿았는데.
거치적거리는 사람들이, 상황들이 다가왔습니다.
그 사람들을, 상황들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나의 힘만으로 가로막는 것들을 없애야 했습니다. _102쪽
오피스텔 앞에는 여전히 몇 명의 팬들이 서 있다. 반찬이 들어 있을 삼단 찬합을 들고서, 혹은 쉰내를 감출 수 없는 김치통을 들고서.
“우린 너를 무조건 믿어.” _182쪽
“누나는 미친 것 같아요.”
“맞는 말이야.”
“누나, 이거 칭찬 아니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되겠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야,
사랑하는 일이야.” _213쪽
■■■ 추천의 말
“누구를 ‘미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장르의 이야기에서 강력한 동력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소설. 먼 거리에 위치한 두 인물, 가수 지세준과 팬 연희정 사이를 점점 좁히며 사건의 끝을 향해 내달리게 하는 솜씨가 발군이다. 이 이상한 인물들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과 위트에 박수를 보낸다.” _장항준(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