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의 대학 강사인 남자는 서른다섯 살의 백화점 판매원인 여자와 연애 중이지만 그 둘은 정서적으로는 전혀 교류하지 못한다. 책 속의 세상에 머무를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먹물 남성인 그와 “근사한 아파트 하나 분양받는 게 꿈”이라는 생활력 강한 그녀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그녀의 육체를 잊을 수 없는 남자는 여자의 직장과 집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재결합을 호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절박해진 남자는 자신이 지닌 장점인 지성과 의지와 이성을 하나둘 내팽개치게 되는데…….
김정현
김정현 – 195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시경 강력계 형사로 13년간 일하다 1991년 <함정>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무섬신화>, <아버지>, <어머니>, <길 없는 사람들>, 에세이집 <중국읽기> 등이 있다.
또래의 이들과 앉으면 반드시 자식 이야기가 나옵니다. 멀쩡한 부모는 거의 없더군요. 믿는다 하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은 곪아 있고요. 그래도 믿으려 합니다. 죽기 살기로 사랑하려 합니다. 하지만 사랑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사랑받는 게 뭐 그리 힘든지 자꾸 피하려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사랑하여도 나와 그대, 두 사람만으로 가족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부족하더군요. 자식이라는 존재가 나타나서야 비로소 가족이라는 단어가 완성되더군요. 운명입니다. 그런데도 그 소중한 인연들이 자꾸만 삐걱거립니다. 누구 탓일까 가만 생각해 보니 제 지난날이 떠오르더군요. 나도 그랬던 게 분명합니다.
독수리, 기러기, 거기에 국내산 기러기 아빠, 엄마까지 있다더군요. 그래서 이처럼 우화의 주인공이 되는데도… 후회는 없나요? 진정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경하는 법, 간절하게 사랑하는 법, 소중히 사랑받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미움은 스스로의 영혼을 상처 입힌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우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