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일상,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지옥이 펼쳐진다
2021 네오픽션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 책 소개
정말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
택배 기사의 양심을 건 위험한 모험
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이세라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ON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택배라는 친숙한 소재와 뛰어난 몰입감, 흡입력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휘어잡은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는 친구 민호를 따라 택배 일을 시작한 용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암이 재발한 어머니의 치료비를 위해 돈이 필요했던 용재는 민호를 따라 택배 일을 시작한다. ‘어니스트 택배사’에는 고가의 물품을 배송하고 수수료를 일반 배송의 100배 이상이나 받을 수 있는 ‘특별배송’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민호와 용재는 성실한 면을 인정받아 특별배송 일을 시작하게 되고, 곧 손에 쥐여질 돈을 생각하며 앞으로 펼쳐질 희망을 그린다.
그러나 며칠 뒤, 민호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택배사에서는 특별배송의 고가 물품을 노린 강도의 소행으로 일단락하지만 용재는 의문을 품는다. 용재는 민호가 죽기 직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택배 상자를 열어본다. 그것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번뇌와 목숨의 위협이 용재를 덮치며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어니스트’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택배사의 진짜 목적, 인간의 욕심과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 사건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돈과 일상 중에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택배 상자, 인간의 욕심과 호기심을 저울질하다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는 용재가 택배사의 비밀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을 막힘없이 서술한다. 등장인물들의 액션과 상황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질 정도로 장면 구성이 탁월하고 흥미진진하다. 네오픽션 심사위원 강지영 소설가는 ‘한 편의 근사한 영상물로 머릿속에 재생된다’며 극찬했고 구자형 성우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좋은 소재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야기는 택배 상자에 들어 있는 물품과 택배사의 진실을 점차적으로 드러내며 몰입감을 더한다. 인간의 돈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을 저울질하며, 택배 상자는 이렇게 묻는 듯하다. “돈과 일상,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중앙에 위치한 일반 배송 구역과는 달리, 특별배송 구역은 창고 끝 쪽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 택배 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개당 750원에서 1천 원이었지만, 특별배송 수수료는 훨씬 높았다. 정확한 금액을 알 수는 없지만 기사들 말을 들어보면 물건에 따라서는 몇만 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내용물은 대부분 보석류나 브랜드 시계, 장식품 등 고가의 제품이었다. 일반 배송으로 보낼 경우 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별배송팀이 고객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다. 민호도 역시 특별배송의 짭짤함을 맛보고 싶어 했다.
-P.15
민호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자, 태수가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고가의 물건들이기 때문에 수수료도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하나를 배송하면 5만 원의 수수료를 받게 되고, 물건에 따라 10만 원, 20만 원 혹은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태수는 민호의 머릿속에서 가동 중인 계산기의 숫자를 읽고 있었다. 일반 배송의 50배, 100배 이상의 금액이라니. 하루에 한두 개만 해도 큰 금액이었다.
-p.42~43
택배 상자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 인물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싼 수수료와 택배를 수령하는 사람들의 수상한 행동은 택배 물품에 의문을 품기에 충분한 빌미로 작용하고, 택배 상자를 열어본 사람은 모두 불행을 겪게 된다. 민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택배 상자였고 용재 역시 민호처럼 택배 상자를 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용재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상자를 열어본다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택배 서비스는 단순하면서도 친숙한 장치로써 돈과 일상, 욕심과 호기심을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을 시험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토록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 안에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큰돈을 받고 진실을 무시하며 살 것인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칠 것인가? 모든 것은 개인의 양심에 달렸다.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
작은 상상에서 시작된 ‘특별배송’의 여정
같은 상황을 각 인물들이 어떻게 헤쳐 가는지를 그린 과정 역시 이 소설의 포인트다. 어니스트 택배사의 대표인 김태수는 용재가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모습을 보고 내심 못마땅해한다. 태수에게 그런 식의 희생은 결국 타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장치이자 ‘나’를 위한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양심적이고 희생적인 용재는 태수에게 발바닥에 박힌 불편한 가시 한 조각이다.
태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내내 생각했다. 부모나 자식, 또 형제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였다. 부모가 뭐라고, 자식이나 형제가 뭐라고 그 따위 관계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겠다는 거지? 그 관계란 건 어차피 자신이 정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것이다. 태어났으니 대충 살다가 죽겠다는 건지. 차라리 좋지 않은 환경 —이를테면 아픈 부모를 보살펴야 한다든지, 자식이나 형제를 도와줘야만 하는— 에서 허우적거릴 게 아니라 과감하게 뛰쳐나와 거칠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성공하면 그때 도와주든가 말든가 하면 되지 않은가? 한 사람이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산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라도 살겠지. 다 같이 죽도 밥도 아닌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인가?
-p.62
한편, 이야기의 초반부부터 덩치가 큰 남자들에게 밀리지 않고 카리스마 있게 등장한 미란은 이후 아주 큰 역할을 하며 용재의 힘이 되어 준다. 민호와 용재처럼 위험한 상황에 몰려 있던 그녀는 과감한 선택을 하며 두 사람과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이처럼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는 인물들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대처 방식을 비교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별배송 하시겠습니까』는 지극히 일상적인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택배를 통해 위험한 물건이 전달되면 어떻게 될지, 그 작은 상상에서 일어난 날갯짓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곁에서 친숙하게 존재하는 ‘택배’라는 시스템, 그 안에서 다양한 성격들이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만약 나라면’이라는 가정을 떠올리게 한다. 위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선택을 종용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고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야기 속의 용재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뛰어넘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작가의 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다. 환경을 그저 받아들일지, 뛰어넘을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가 만든 것이고 내일은 오늘의 내가 만들어간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나를 바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항상 같은 나로 살고 있다. 여러분이 한계 앞에 고개 숙이지 않고 현재의 나를 뛰어넘는, 그래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으로 향하기를 기원한다. 이야기 속의 용재처럼.
■■■ 추천사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구성과 거침없는 전개 방식은 독서의 즐거움을 넘어 한 편의 근사한 영상물로 머릿속에 재생된다.
_소설가 강지영
코로나 시대에 가장 활발해진 직종인 택배 배송을 중심으로 한 범죄 수사물이라니!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좋은 소재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_성우 구자형
친숙한 소재를 변주해 흥미로운 설정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_소설가 박서련
이야기의 진행 내내 긴박감을 느끼게 하고,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_소설가 정해연
■■■ 차례
프롤로그
영웅본색
역마살
궁금해하지 말 것
장례식
폭풍 속으로
서 대리
무덤에서 나오다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만나보면 알겠지만 여기 물류센터 지점장이 약간 특이한 사람이야. 뭔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좀 그래. 어쨌든 그 지점장이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일부러 부른다는 거야. 그 사람들한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얘기가 있어. 진짜로 그런 거면 전과자들에게 사회로 복귀할 기회도 주고 좋은 거잖아? 그리고 저 사람들, 생긴 거나 분위기는 저래도 물류센터 안에서나 배송지에서 사고 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었어.”
“〈영웅본색〉 같은 거네?”
_「영웅본색」 중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승희의 시선은 계속 노트북을 향하고 있었다. 용재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잔 마셨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유미마저 떠났다. 더블 플레이도 아닌 트리플 플레이를 당한 후, 용재는 경기를 포기했다. 공수 교체를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쯤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을지는 용재 자신도 몰랐다.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은 심판이 기다려주지만, 곧 몰수패가 선언되지 않을까?
_「역마살」 중에서
민호의 차는 세 번째 손님을 만나기 위해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문득,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 하나가 민호의 머릿속을 떠돌기 시작했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낳았다.
‘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든 것은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나마 가장 무난한 방법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받아가는 것이었다. 아예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물건만 전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지정된 위치에 있는 봉투를 찾아 액수를 확인한 뒤, 물건을 돈이 있던 자리에 놓고 오는 것이었다. 물건의 주인은 어딘가에서 민호가 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게 받아야만 하는 물건은 대체 뭘까? 왜 이제야 그런 의문이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_「궁금해하지 말 것」 중에서
용재는 조수석 창을 향해 박스를 건넸다.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어떤 자세로 받는지, 누가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돈만 벌면 용재의 목적은 다한 셈이었다.
_「장례식」 중에서
민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고민 안에 자신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용재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부턴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민호의 한을 풀어줘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그 끝에 있는 자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
_「폭풍 속으로」 중에서
용재는 숨을 고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태수에게 말했다.
“제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돈이 필요합니다.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병원비도 그렇고, 동생도 복학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이 일 저 일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매일 그 자리, 또 그 자리. 너무 지겹습니다.”
용재는 잠시 말을 멈추고 태수를 바라봤다. 태수는 지그시 용재를 바라볼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특송 일을 하고 싶습니다.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상관없습니다.”
_「서 대리」 중에서
“아직 시끄럽지? 조용히 내 말만 들어. 야산팀장한테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오늘은 알아서 퇴근하고.”
태수가 통화를 마치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용재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화면에 ‘이원창 형사’ 표시가 보였다.
“계속 오는데요.”
“이 양반도 손 좀 봐드려야 하는데, 서로 시간이 안 맞네. 놔둬라. 지금쯤 난리 났을 테니까. 멍청한 새끼들!”
_「무덤에서 나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