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은 나는 사라지지 않는 치통에 고통스럽다. 수상한 약국에서 받은 진통제를 먹고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약효는 여섯 시간을 넘지 못한다. 나는 “치통이라는 고통보다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새로운 고통이 더더욱 싫”고 약국에서 뛰쳐나온다. 그러더니 집으로 돌아와 수많은 통지서와 고지서들을 찢어버리고 쓰러지고 마는데.
박상
저자 : 박상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음악의 노랫말이 잘 기억나지 않기 시작했다. 웃기게 된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일 거다.할 수 없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의 단어를 ‘오뎅’으로 바꿔서 부르곤 했다. 예를 들면 김광석 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중에서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의 ‘술잔’이 생각 안 나면 ‘돌아와 오뎅 앞에 앉으면’ 하는 식으로 오뎅을 막 집어넣었다.그러다 보니 아는 노랫말에도 ‘오뎅’을 집어넣어서 부르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웃기게 된 건지 바보가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일 거다.어른들은 늘 내게 말했다.말은 씨가 되니까 조심해야 한단다. 나는 생계가 막막해 인천공항 면세 구역의 한 어묵 가게에서 최근까지 ‘오뎅’을 팔았다. 다국적 진상 손님이 많아 정말 ‘오뎅’ 같았다.잘 기억나지 않지만 「짝짝이 오뎅과 고양이와 하드락」이 2006년 동아일보 신춘오뎅에 당선되며 등단하고 소설집 『이원식 씨의 오뎅폼』, 장편소설 『오뎅이 되냐』 『15번진짜 오뎅』 『예테보리 오뎅탕』 등을 출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