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 그리기(그림 그리는 일)에 대해 지니는 관념이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그림이 자기감정의 표출, 부추김에 있다기보다는 감정을 최소화하고 잠재우는 장치로서 놓여야 하겠다는 것일 게다. 이를테면, 자못 두터울 수 있는 의미질 층의 한 껍질, 한 껍질을 벗겨내기 위한 삶의 지속적인 장치와 같은 것으로서의 그림으로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그림은 항상 삶의 평형적 지속을 이루고 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만 남기를 바란다.
W. 칸딘스키에 다가가 본다. 내가 그의 그림에서 읽혀지는 것은 빠른 붓놀림의 흔적들이 보여주는 그의 호흡과 맥박이 전부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 그렇게밖에 보이는 것이 없소?”라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나무나 돌이 되어 버리련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내가 인정하는 칸딘스키란 그 이전의 어떠한 그림보다도 빨리 그릴 수 있었다는데 있다. 그 나머지는 그의 체취이다. 내가 칸딘스키를 좋아할 수 있다면 전적으로 그러한 점에서 가능할 일이다.
나는 문득 손에 펼쳐 든 텍스트의 한 부분일 수도 있는, 예기치 않은 사물과의 은밀한 육질적 조우(encounter)일 수도 있는 거기에서 한동안 머물며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구석구석을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궁리를 한다. 그것은 마치 물먹은 종이가 흐늘흐늘 해졌다가는 어느새 다시 팽팽해지고, 다시 그 위에 물을 적시면 흐늘흐늘해졌다가 다시 팽팽하게 되어 지는 반복과 같은 것이다.
허구영
저자 : 허구영
허구영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목원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 전공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허구영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1996년 (대전문화원, 조성희 화랑), 1999년 <미디어-未來語>(대전시민회관), 2000년 (스페이스 몸 미술관), 2009년 <여기를 보라>( 이공갤러리), 2012년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사이아트 갤러리), 2014년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KunstDoc 갤러리), 2015년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스페이스 몸 미술관), 2018년 <나… 나…나…>(갤러리 소소), 2019년 <여전히 나에게 뜨거운 이미지 중 하나>(아르코미술관)이 있다.그는 1990년대 소그룹인 ‘로고스 앤 파토스(Logos & Pathos)’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주요 단체전으로는 1994년 <젊은 모색 94>(국립현대미술관), 1995년 <미술, 습관, 반성>(금호갤러리), 1996년 (동경/일본)과 (대구문화예술회관), 1998년 <그림보다 액자가 좋다>(금호미술관), 1999년 <도시와 영상 – 세기의 빛>(서울시립미술관)과 <전환의 봄>(대전시립미술관), 2000년 <불-임>(미술회관), 2008년 부산비엔날레 <낭비>(부산시립미술관)과 (두산갤러리), 2009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3년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2014년 <막막(幕膜)>(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2018년 <전환의 봄, 그 이후>(대전시립미술관), 2019년 (Ciang Mai City Art & Culture Center, 태국)과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여수엑스포) 등이 있다.
Positions
첫 번째 自序
Paradoxical Measure
미디어-未來語_IMAGE after image
THE NIGHT_Car Crash Zone
나는 지금 … 없다
이 사람을 보라
육태진을 회고하며
Shadow-broken my index finger
흥미로운 한 쌍(couple)
박하사탕
나의 2000년대
ARE YOU A REAL ARTIST?
자발적 회고
Will a phoenix arise from the ashes?
알은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
빈집 살리기
Avant-garde, I & YOU
낭만정원
“나… 나… 나”
“나는 미술을 통해서 미술을 벗어나고 싶어”
Still One of My Most Passionate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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