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너, 정말 몰랐어?
최경식 씨가 특이 체질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3권 『남다른 식구』가 출간되었다. 『남다른 식구』는 영화 마케터이자 튀르키예에 수출된 영어덜트 소설 『악몽 면역자』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린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첫 청소년 소설이다.
다 먹지도 못할 야식을 매번 무려 2인분 이상 시키는 ‘성질 더럽고 노망났다는 소문도 있는데 부자이긴 하다는’ 할아버지 최경식. 통칭 ‘2인분 노노’. 그리고 그와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미션을 (강제로) 수행하게 된 고딩 자전거 배달 라이더 황채윤. 다른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채윤은 할머니와 살면서 생겨난 능력(?)인 엄청난 인내심으로 경식의 진상을 어떻게든 받아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어딘가 희한한 일상을 함께 보내던 중 경식이 갑자기 세상을 뜨고, 채윤에게 유산의 일부를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발견된다. 경식의 자식들에게 유산 때문에 일부러 경식에게 접근했다는 의심을 산 채윤은 결국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불려가고 마는데……. 사건의 진상과 함께 경식과 채윤의 ‘남다른’ 우정이 드러난다!
■■■ 출판사 리뷰
최경식 할아버지가 죽어버렸다.
나는 그저 밥만 같이 먹었을 뿐인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3권으로 조혜린의 신작 장편소설이자 첫 청소년 소설인 『남다른 식구』가 출간되었다. 고등학생 주인공이 노인 사망 사건의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서에 불려가는 충격적인 시작부터 할아버지의 편지로 마무리되는 무뚝뚝하지만 상냥하고 포근한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데 이상하게 군침이 도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등학교 1학년 주인공 황채윤. 팔순이 지난 할머니와 시고르자브종 견공 어르신 누리의 보다 편안한 나날을 위해 직접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자전거로 동네 맛집 배달을 도맡고 있다.
채윤과 같은 동네에 사는 최경식 씨.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야식을 매번 무려 2인분 이상 시키는, 동네에서 제일 비싼 집에 살지만 노망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한 부자 할아버지. 통칭 ‘2인분 노노(노망난 노친네)’.
어느 날, 채윤은 장해요릿집 주인의 부탁으로 경식의 집에 야식 배달을 간다. 그리고 자신의 ‘기미 상궁’이 되라는 진상을 부리는 경식에게 끝까지 차분하고 덤덤한 태도를 보여 경식의 눈에 들어버린 탓에 1주일에 한 번, 경식과 함께 반강제로 식사를 하게 되고 만다.
“먹어.”
“진심이세요?”
휘둥그레진 눈으로 묻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차피 돈 받아 가야 할 것 아니냐.”
“하지만…….”
“네가 기미 상궁처럼 이걸 먹어도 문제가 될지 아닐지 판단하란 거다.”
배달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석 달째.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나무젓가락을 가른 다음 조심스럽게 회를 집었다.
_본문 중
다시는 그곳에 배달 가지 않고, 그깟 진상도 무시하면 그만이지 않냐고? 문제는 ‘2인분 노노’가 미성년자인 채윤에게 꾸준히 일을 주는 장해요릿집 큰손이라는 것. 경식과 밥을 먹지 않으면 졸지에 소중한 거래처 하나가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전에 그 집으로 가면 되는 거죠?”
“맞아, 하여간에 매주 수요일 밤마다 힘들어 죽겠다, 그 양반 때문에.”
지난번에 나를 애먹인 그 할아버지가 또 음식을 주문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필수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꼭 네가 배달해야 한다고, 다른 놈들은 안 된다고 바락바락 악을 쓰시지 뭐냐. 좀 아픈 분이다, 생각하고 봐드려.”
_본문 중
먹을 식(食), 입 구(口):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때로는 무엇을 먹는지보다
누구와 먹는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채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주 수요일 밤마다 야식을 배달하는 겸 경식의 집에 발을 들인다. 경식은 송어회, 족발, 대하 등 제철 음식이나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야식들을 잔뜩 시켰기에, 성장기라 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식욕을 가진 채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할머니와 살면서 생겨난 능력(?)인 눈치와 유들유들함을 한껏 발휘해 경식과 온갖 수다를 떨며 야무지게 야식을 먹는다.
그리고 경식을 겪으면서 채윤은 차츰 깨달아간다. 이 할아버지가 영 무뚝뚝하고 고집쟁이이긴 하지만, 고독한 탓에 자신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고 싶어 자신을 부른다는 걸. 그리고 피는 하나도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도 그런 경식의 고독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경식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기다려진다는 걸.
채윤이 불편한 기색 없이 경식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본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경식의 손녀 최소라가 채윤에게 반찬 배달을 부탁하면서, 소라를 통해 경식과 경식 자식들 사이의 일, 경식의 과거도 조금씩 풀려나간다.
“너 이전에도 여기 발을 들이다 만 녀석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답답한 놈들이었지.”
할아버지가 새우를 하나 까서 내게 건넸다. 쏘아붙이는 말투에 걸맞지 않은 다정한 권유였다.
알맞게 익은 대하를 입에 집어넣었다. 뽀득한 속살을 씹을수록 바다의 소금기와 함께 적당한 단맛과 고소함이 번져 나왔다.
“근데 넌 좀 뭐랄까,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과야.”
_본문 중
그러나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경식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본인이 직접 끓인 수제비를 채윤에게 대접해 함께 식사를 한 그다음 날 아침에. 사인은 특이 체질 알레르기라는데, 확실하지 않아 부검을 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경식의 아들은 부친이 쥐고 있던 거액의 유산 중 일부가 채윤에게 상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부친의 자산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해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인 것 같다면서 채윤을 경찰에 신고한다.
죄가 있다면 오로지 ‘경식과 밥을 같이 먹은 죄’밖에 없는 채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이 어이없는 상황을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한번 생각해보자.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은 뭘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종종 우리에게는 거창하고 커다란 행복이 아닌, 소소한 행복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옷가게, 길을 걸을 때마다 흘러오는 꽃향기, 잘 몰랐던 타인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꼭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살짝 여는 일 같은 것. 물론 어느 좋은 날, 이 책을 마주쳐 펼쳐 든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모두 은연중에 조금씩 어디론가 나아간다. 채윤처럼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찾아서, 경식 할아버지처럼 외로운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아서. 그 과정에서 어떤 때에는 불안이 우리를 잠식하고, 세상에 대한 기대치가 깎이고 마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그곳이 어디든, 누군가의 온정과 함께라면 발걸음이 불안정할지는 몰라도 마음만은 환하고 따사로울 테다. 그리고 그런 안온함을 이 책, 『남다른 식구』는 기꺼이 나눠줄 것이다.
우리 모두 채윤이처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사려 깊은 사람이 되어 또 만나요!
_작가의 말 중
■■■ 지은이
조혜린
실낱같은 희망을 이야기로 엮는다. 영화 마케터로 일하며 시나리오와 소설 등 다양한 글을 써 왔고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 문학상, 대한민국 과학 소재 단편 소설 공모전 등에서 수상했다. 튀르키예에 출간된 단행본 『악몽 면역자』를 비롯해 『메타버스 장르문학상 수상작품집 1: 러브 플레이어스』 『이달의 장르소설 6』 『부천 괴담집』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여전히 조금씩 자라난다고 믿는 사람이다.
■■■ 목차
프롤로그
겉과 속이 다른 생선
콩, 콩, 콩, 콩밥
떨떠름한 자몽
회복 탄력 족발
새빨간 라면
뜻밖의 조우
대하하하
누리의 비밀
돈, 돈, 돈!
충격량의 법칙
짜게 식은 동태눈
목격자
내일의 동지
떡하니 떡
잣 같은 만남
수제 BYE
떠난 것과 남은 것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마주 앉은 형사 아저씨는 아까부터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중이다.
“너, 알았어, 몰랐어.”
“몰랐다고요. 대체 몇 번을 말해요!”
“정말 몰랐어? 최경식 씨가 특이 체질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그렇다니까요! 제 앞에선 못 드시는 게 없었다고요.”
“너 이 녀석, 네가 그동안 할아버지한테 얻어먹은 끼니만 최소 열 끼야, 열 끼. 그 정도면 할아버지가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돈 알아 둬야지.”
“예?”
_12쪽
“그럼 중학교 때 그 사건, 진짜야?”
반장이라 오지랖도 넓은 건가. 보기보다 성가신 녀석이었다. 나는 음식물을 빨리 씹어 삼킨 다음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는 시답잖은 질문을 듣고 싶지 않았다.
“너 나 좋아하냐?”
내가 던진 말에 최소라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 애의 어깨가 천장에 닿을 지경이었다.
“무슨 헛소리야.”
“아님 관심 꺼, 제발.”
_33쪽
“앞으론 채윤이가 조심 좀 하자. 돌아가신 아버님께 떳떳한 모습 보여드려야지.”
순식간에 발언권을 빼앗는 단정적인 말 앞에서 내 항변은 무의미해졌다. 네가 이 사건을 벌였든 벌이지 않았든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더 이상 말대꾸하지 말고 피곤하게 굴지도 말라는 엄포처럼 들렸다.
몸 안에서 왈칵, 뭔가가 치솟았다.
_44쪽
“기대치가 없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거든요.”
(……)
내 대답을 들은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어지는 침묵에 나는 고개를 들어 건너편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날이 바짝 서 있던 눈빛이 경계심을 잃고 조금 흐릿해진 것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안경을 벗은 다음, 입김을 후 불어 느릿하게 안경알을 닦았다. 애써 할 말을 찾으려는 듯.
“콜라겐 많이 먹어라. 나이 들기 전에.”
_56쪽
“너도 봐서 알 거야. 우리 할아버지 고집 센 거.”
할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로 유추하면, 그렇기는 했다.
“좋게 말하면 장인 정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거지.”
나는 가만히 최소라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부모의 말투를 빌린 모양인데, 어쭙잖은 어른 흉내는 제발 관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여튼 아빠가 그 가게 판 것 때문에 할아버지는 우리 아빠 쳐다보지도 않아.”
_70쪽
몸을 낮게 숙이고 바람을 헤치며 달렸더니 갈비뼈 사이사이를 찬 바람이 관통했다. 겉으로는 뾰족한 가시를 세우고 안으로는 만질만질한 얼굴을 숨기는 고슴도치처럼, 잘못한 게 없는데도 뭐가 그리 무서운지 자꾸만 위축되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만 했다. 배짱이란 배짱은 다 있는 듯이 굴어 놓고 뒤돌아서면 자기를 채찍질하는 나약한 녀석.
이래서 알맹이가 무른 열매일수록 껍질이 단단해지나 보다.
_82쪽
“예체능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
내가 뾰로통하게 답하자 담임이 심드렁하게 받아쳤다.
“장 사장님한테 요리 배워 보는 거 어떠냐. 주방 보조를 뽑고 있던데.”
그러곤 뒤늦게 본론을 털어놨다.
“배달은 좀 위험하잖니. 빙판길에 자전거 타다 다칠 수도 있고.”
그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잠옷인지 한복인지 모를 옷을 입고 나와 자율 학습 시간마다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는 이 독특한 행색의 S대 출신 과학 교사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에 대해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단 걸.
_113~114쪽
“온종일 집에만 계시지 말고 산책이라도 하세요. 정 안 내키시면 누리랑 같이 뛰시든가요.”
“누리가 누군데?”
“있어요, 할아버지 친구.”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개라고 했더니 할아버지 입에서 피식, 바람 빠진 소리가 났다. 잔뜩 구겨졌던 얼굴에서 피어난 진짜 웃음이었다.
_139쪽
익숙하게 수납을 마친 할아버지가 핏기 없는 얼굴로 걸어왔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그 짧은 사이에 할아버지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었다.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가 옅게 웃었다.
“과식했나 보구나. 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움푹 꺼진 눈덩이 속에서 실낱같은 눈이 희미하게 휘어졌다. 웃고 있지만 우는 것 같은 얼굴. 그 얼굴에서 나는 또 한 번 아빠를 발견했다.
_17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