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음과모음 계간지 2026 봄
| 저자 | 자음과모음 편집부 |
| 저자2 | |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 발행일 | 2026-03-01 |
| 사양 | 496쪽 |
| ISBN | 2005-2340 (61) |
| 분야 | 국내도서 > 계간지 > 문학 |
| 정가 | 18,000원 |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요즘이다. 어떤 변화는 전례 없이 빠르고 거대하지만 또 어떤 것은 결코 변하지 않은 채로 과거를 답습하기도 한다. 더 빠른 속도, 더 거대한 연결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조건을 다시금 사유하기도 하지만 여전한 죽음, 도처의 폭력들 역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김보영의 「얼마나 닮았는가」(2020)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AI가 등장한다. 우주의 보급선 선원들이 겪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몸에 자신을 이식시킨 AI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간 선원들이 미션 수행에 그토록 비협조적인 이유를 좀처럼 알아내지 못한다. 극단적인 대립과 폭력의 상황을 거쳐 AI가 밝혀낸 원인을 여기에서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질문을 이어서 던져보고 싶다. AI는 인간의 전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자국(민) 우선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정권은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강압적 위력 행사와 무력을 동원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급기야 이란 공습을 통해 세계정세를 또 한 번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수한 플랫폼과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고 수많은 버전으로 ‘재생성’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이 만들어내는 온갖 이미지와 부산물들을 ‘학습’한 AI는 아마도 그것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효과적인 해결 방식을 제안할 것이다. 그러나 김보영의 소설에서도 그랬듯 인간들은 그런 AI를 없애버리려 할 것이고 지독한 갈등과 끝없는 고통의 끝에야 인간은 ‘인간성’을 회복할 것이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 이민자와 난민, 어린이와 여성들의 ‘개별적’인 고통 위에서 가까스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자음과모음』 2026 봄호의 주제로 삼은 것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과 예술의 생산·유통 방식을 규정하는 핵심 개념이며, 사회와 인간을 매개하는 새로운 조건이 되었다. 이번 호는 플랫폼 개념의 이론적 논의, 네트워크 현실을 분석하는 문학 비평, 플랫폼 시대 속 문학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는 세계 속에서 문학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며, 평화를 향한 희망을 함께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플랫폼 시대와 문학
『자음과모음』 [크리티카] 지면은 ‘플랫폼’을 키워드로 삼았다. 플랫폼 시대라고 명명해도 좋을 정도로 현재의 미디어 환경 및 예술 재현과 유통은 각양각색으로 ‘군집’해 있다. 플랫폼은 손쉽게 언급되는 개념이지만 사실 매우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정의와 범주에 따라 매체와 환경을 넘어 어떤 공간이나 특정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영화미디어센터 디렉터인 김지훈 교수는 다면적으로 진화해온 플랫폼의 개념은 이제 통합과 과정을 내재한 ‘플랫폼화’로 이어지고 이러한 플랫폼의 편재성은 “매스미디어의 범주를 넘어선 사회와 인간, 물질과 자연의 근본적 매개체를 미디어로 사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진단한다. 박인성 평론가는 이희주의 『크리미널 러브』를 통해 ‘네트워크-리얼리즘’이라는 흥미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본지 편집위원인 신예슬 평론가는 이번 기획에서 결론적으로 우리가 다루어보고 싶었던 문제, 즉 문학이 플랫폼으로부터 ‘위협’받으면서 동시에 문학 역시 ‘플랫폼화’되는 현상에 관해 스스로가 경험했던 이야기의 실체적 체험을 공유하며 의미 있는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경험하고 있는 ‘서점극장 라블레’ 운영자 황희수 님, 웹진 『비유』 편집위원이자 문화사회학자이신 성연주 님,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의 기획자 오천석 님을 통해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2026 봄, 자음과모음이 선택한 이야기
또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창작 작품들
2026년을 여는 봄호 [창작]란 역시 풍성하다. 강지수, 김유림, 서윤후, 안수현, 윤초롬, 임유영, 하혜희의 시와 김아나, 남의현, 박민경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지난 호로 연재가 종료된 이장욱의 장편 『켄의 행방』을 이어 최재영의 『오발 청년』이 새롭게 독자들을 만난다.
이마골로기imagology 시대, 사회학적 탐구를 넘어
존재론적 성찰로 도약하는 소설가 박지영
[작가] 코너의 주인공은 소설가 ‘박지영’이다. 이지은 평론가에 따르면 박지영의 소설은 자기 노출을 다양한 형태로 감행하면서 “이마골로기 시대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에서 나아가 존재론적 성찰로 도약”한다. 작가론과 에세이를 통해 박지영 소설의 세계로 깊이 빠져보시기를 권한다.
겨울의 끝자락을 따라 읽은 시와 소설
독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새롭게 변화한 리뷰
『자음과모음』만의 계간평 [시소] 코너는 김리윤 시인과 이보라 영화평론가가 시를, 황녹록, 황유지 평론가가 소설을 새롭게 맡아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진 졌는데 그만큼의 밀도가 독자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 겨울의 책은 본지 편집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힘을 뺀, 독자 친화적인 형식의 리뷰를 시도하였다. 앞으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대상 작품을 찾고, 그것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해보겠다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면서 리뷰 지면을 채워나가고자 한다.
지금, 여기 그리고 우리, 이슈 에세이
또 하나의 특별한 지면으로 [세] 코너가 마련되었다. 문예지라는 성격과 계간지라는 주기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중요한 이슈들을 제때 다루지 못하는 시차의 문제는 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 코너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또 탄력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뉴욕대학교 보건정책학 배진영 교수에게 현재 미국 사회의 ‘이민’ 문제에 대한 글을 현지의 관점으로 청해보았다.
머리글
노태훈 플랫폼, 전쟁, AI, 문학
세: 이슈 에세이
배진영 미국 법의 한계: 이민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미국 변호사가 바라보는 난민 문제의 본질
크리티카: 플랫폼 시대와 문학
김지훈 플랫폼은 어디에나 있다―플랫폼 연구의 진화와 확장
박인성 네트워크 혁명가의 아이돌로지 idology―네트워크 리얼리즘과 부정적 숭고: 이희주, 『크리미(널) 러브』를 통해
신예슬 이야기를 지체하는 인터페이스
노태훈, 성연주, 오천석, 황희수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시
강지수 셀러 킬러 저글러 외 1편
김유림 그 음악 외 1편
서윤후 나로서있기 외 1편
안수현 물구나무 되기 외 1편
윤초롬 이후에 외 1편
임유영 아침 외 1편
하혜희 사랑만 명예만 외 1편
단편
김아나 빛나는 마음
남의현 가영이와 우리
박민경 즐거운 나라
장편
최재영 오발 청년 (1)
작가: 박지영
이지은 작가론: 이마골로기imagology 시대의 소설
박지영 에세이: 삼가 아뢰오니
시소
김리윤·이보라 시의 얼굴과 이름에 관하여
황녹록·황유지 빈틈을 부유하는 감각(들)
독: 겨울의 책
김보경 더 멀리, 그러니까 바로 여기―『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SF 시집』(허블, 2025)
노태훈 커튼콜이 없는 세계로―위수정, 『fin』(현대문학, 2025)
배주영 경기도 자가에 중소기업 다니는 박 부장과의 독서 이야기—우일연, 『주인 노예 남편 아내』(강동혁 옮김, 드롬, 2025)(feat.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신예슬 “우리는 이 침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실은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존 케이지, 『침묵』(나현영 옮김, 포도밭출판사, 2025)
전청림 여자 이사분기—오카자키 교코, 『우리는 모두 잊어버리네』(오고원 옮김, 고트, 2026)/ 함윤이,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 2025)
문학상 발표
제1회 자음과모음 동시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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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공모
영화와 드라마 속 미국은 부유하고 화려한 나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동권, 시민권, 인권 등 법의 보호를 포기한 채 살아가는 불법체류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나르고 진열하거나 음식점에서 서빙하는 사람들, 택배 기사, 노점상, 세탁업 종사자, 빌딩 청소원, 건축 노동자. 이들이 없다면 미국 사회는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대다수의 불법체류자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범죄를 당해도 신고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시민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현재 법상 이민 자격이 되지 않더라도 ‘모범 시민’임을 보여주려 매년 세금을 낸다. 미국 연방세무청은 이들이 매년 약 90억 달러를 세금으로 납부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배진영, 「미국 법의 한계: 이민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미국 변호사가 바라보는 난민 문제의 본질」
플랫폼의 진화와 이에 호응해온 플랫폼 연구의 궤적은 플랫폼의 정의와 범위, 위상의 변동뿐 아니라 플랫폼의 성장 및 분화에 필수적인 통합integration의 논리를 시사한다. 플랫폼의 통합 논리는 2000년대 후반 이후 빅데이터로의 기술적, 사회문화적 패러다임 전환을 전제한다. 빅데이터 체제는 인간의 측정 한계를 벗어난 대규모 데이터의 확률론적 상관관계correlation를 연산하고, 그러한 연산이 실행하는 분류와 예측을 통해 개인의 지식과 경험, 집단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와 정동, 문화적 생산, 사회적 시스템의 작동을 조율하는 체제다. 이는 기존에 미디어 객체로 간주 되지 않았던 인간의 성향, 감각, 의사소통, 노동, 이동, 상거래는 물론 대기와 해양의 변화, 생태계 변동까지도 플랫폼에 내장된 알고리듬과 인공신경망이 분석하고 판별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되는 과정, 즉 데이터화datafication를 전제한다.
—김지훈, 「플랫폼은 어디에나 있다―플랫폼 연구의 진화와 확장」
이희주의 소설집 『크리미(널) 러브』(문학동네, 2025)는 바로 이 지점, 즉 네트워크 존재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정념이 어떻게 기형적으로, 혹은 전위적으로 발현되는지를 탐구하는 가장 동시대적인 텍스트다. 이희주 소설의 인물들은 시스템이 설계한 안전하고 보편적인 경로를 이탈하여 스스로 아이돌이라는 슈퍼 허브에 접속하여 과부하를 선택하는 노드들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알고리즘의 경향성을 넘어선 사랑을 수행하며, 비루한 일상을 숭고함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신의 주체적 가능성을 탕진함으로써 특수한 접속의 순간을 전시한다. 이 글에서는 이희주의 단편들이 그려내는 ‘크리미(널)’한 집착을 단순한 팬덤 문화의 재현이 아닌, 데이터베이스적 실존에 저항하며 비표준적 경로를 개척하려는 노드들의 처절한 인정투쟁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박인성, 「네트워크 혁명가의 아이돌로지 idology―네트워크 리얼리즘과 부정적 숭고: 이희주, 『크리미(널) 러브』를 통해」
소설가이자 음악가인 위지영은 “비가시적 매체인 텍스트와 사운드 사이에서 내러티브의 잠세적 가능태를 탐색”하고, 이를 ‘사운드 픽션’이라는 이름으로 개념화한다. 문학에 대한 입장을 소리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런 실천에서 작가는 인물, 사건, 배경 대신 목소리와 환경 음 그리고 이것을 기록하는 장치인 녹음기를 사용한다. 그는 이렇게 쓴다. “나는 이러한 방향의 작업이 문학, 특히 내가 소설을 쓰며 내러티브에 관해 천착해온 비선형적 균열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 누구도 등장하지 않고 어떠한 사태도 암시하지 않는 이야기를 상상해보라. 그런 모호한 이야기도 세계라는 근경 혹은 원경을 근거로 삼는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세계는 이미 지각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소리의 발생은 세계의 영속을 위해 불가결한 조건이 되었다.
—신예슬, 「이야기를 지체하는 인터페이스」
기내식을 다 먹고 책을 계속 읽으려는데 갑자기 옆이 소란스러워졌다. 내 오른쪽 건너편 좌석에 앉은 이십 대 남자가 승무원 에게 뭐라고 거칠게 항의하는 듯했다. 한국 남자였다. 기름기로 번들번들한 점퍼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였다. 딱 봐도 일본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있다가 체류 기간이 만료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어쩐지 억울해 보였다. 억울하다는 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뜻일 터다. 그건 요즘 젊은 한국 남자들의 공통적인 감정이라고 했다. 물론 나도 호시코가 쓴 글 덕분에 알게 된 것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호시코는 유독 한국의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호시코가 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때때로 궁금해졌다.
얼굴이 붉어진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무엇이 그렇게 부당한가.
—최재영, 「오발 청년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