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 “제 딸 혜리가 갑자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요.
분명 여기 찍혀 있는데, 저한테만 보이나 봐요. 제발 우리 딸을 찾아 주세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2권 『노 모어 나이트메어』가 출간되었다. 『노 모어 나이트메어』는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로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도해의 『터치!』에 이은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귀신 들린 물건, 저주받은 물건 등을 매입하는 수상한 가게 ‘노 모어 나이트메어’에서 일하는 17살 청소년 필경사 ‘악이’는 한 의뢰인의 의뢰를 받고 사라진 고3 네 명을 찾으러 지주역 근처의 망한 방 탈출 카페로 향한다. 이 방 탈출 카페는 괴이가 인간을 홀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진짜 괴물, 귀신, 요괴 등이 등장한다. 게다가 방마다 복잡한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은 그 방에서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며, 탈출구의 문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음 방으로 넘어가더라도 마지막 방에서 규칙을 어긴 사람은 문이 없는 방에 갇혀 탈출하지 못하고 헤매다 다시 첫 번째 방으로 돌아가버리는 무한 루프에 갇히고 만다. |
■■■ 지은이
이도해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도 말과 글이 서툴러, 작가라고 불리기 부끄럽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글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 믿는다. 지은 책으로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터치!』가 있다.
■■■ 목차
여기 방문객들은 꼭 우리가 무당인 줄 안단 말이야
인간을 미혹하는 것은 언제나 눈에 잘 들어온다
너는 사람 얼굴로 차별하냐?
어디 숨었어
겁만 안 먹으면 돼요
스파게티류로 시키지 마
우리에게 작용하는 힘
4K 와이드 돌비 서라운드
떠난다면 비밀로 해 줘
오늘의 화두
작가의 말
■■■ 출판사 서평
“얘들아, 이번엔 제발 나가자…….”
내일이 오지 않는 망한 방 탈출 카페
고3 네 명이 그곳에 갇혀 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2권으로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를 지은 이도해의 신작 장편소설 『노 모어 나이트메어』가 출간되었다. 탈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공포 방 탈출 카페와 ‘나폴리탄 괴담’이라고도 불리는 규칙 괴담(주어진 지침 또는 규칙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는 괴담)이라는 참신한 소재의 조합으로, 청소년은 물론 호러나 미스터리 장르를 사랑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이야기다.
귀신 들린 물건, 저주받은 물건 등을 매입하는 수상한 가게 ‘노 모어 나이트메어’에서 일하는 17살 청소년 필경사 ‘악이’는 언제나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사장님 ‘사뫼’의 허락을 받고 한 의뢰인의 담당자가 되어 ‘혜리’ ‘예주’ ‘인하’ ‘석희’라는 사라진 고3 네 명을 찾으러 지주역 근처의 망한 방 탈출 카페로 향한다.
이 방 탈출 카페는 괴이가 인간을 홀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진짜 괴물, 귀신, 요괴 등이 등장한다. 게다가 방마다 복잡한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은 그 방에서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며, 탈출구의 문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음 방으로 넘어가더라도 마지막 방에서 규칙을 어긴 사람은 문이 없는 방에 갇혀 탈출하지 못하고 헤매다 다시 첫 번째 방으로 돌아가는 무한 루프에 갇히고 만다. 모든 규칙을 세세하게 살핀 악이는 처음으로 만난 사건 앞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감춘 후, 아이들과 함께 방 탈출을 시작한다.
손님은 총 몇 분이실까요?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뭐, 입 크기를 보면 납득이 가긴 했다. 적색 셔츠와 검은 조끼 위 얼굴 전체가 입과 이빨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흡사 파리지옥 포충 잎처럼 생긴 괴이의 머리통이 쩌억쩌억 입을 벌려 다시 말을 뱉어 냈다. 목소리만큼은 사근사근했다.
몇 분이실까요?
처음 보는 괴이라 그런가. 엄청 충격적이군.
_본문 중
사실 각 방은 괴이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그들의 트라우마를 오감을 기반으로 구현해놓은 것이었다. ‘붉은 혀 레스토랑’은 혜리의 기억, ‘잿빛 눈동자 도서관’은 예주의 과거, ‘하얀 손 호텔’은 석희의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그리고 마지막 방인 ‘검은 다리 체육관’은 인하의 과거를 자극하는 공간이자 네 아이가 각자 속에 숨기고 있던 감정과 힘든 기억을 모두의 앞에서 드러내야만 출구가 생겨나는 방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공간에 갇혔음에도 아이들은 친구들과 아옹다옹하고, 협동하고, 때로는 응원하고 토닥이기도 하면서 방 탈출 카페에서 정말로 ‘탈출’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악이를 제외한 모두가 마지막 방의 규칙을 어겨버리고, 기억을 잃은 채 첫 번째 방 앞에서 깨어난다.
주의: 규칙을 어긴 인간은 출구의 문을 열 수 없으며,
이 방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됩니다.
*저희도 누군가의 귀한 괴물입니다. 예절을 갖추어 주세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게임. 아이들은 나가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 것이라는 악이의 말을 믿고 앞선 회차에서는 하지 못했던 진솔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서로를 배려하려다가, 친구의 일을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러워서, 무심하게 군 것이 미안해서,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봐 등의 이유로 자신의 속마음과 과거의 일들을 솔직하게 터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의 진실을 마주한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방에서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되어 마침내 괴이들이 만든 방 탈출 카페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얘들아, 피자 먹지 않을래? 고구마크러스트에지로.”
“피자? 우리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먹은 거 먹어야 기념이 되지.”
“Oh, no. 싫어! 미국에도 중국집 많단 말이야.”
“거긴…… 짜장면…… 안 팔잖아.”
“그나저나 진짜 끔찍한 방 탈출이었어.”
아주 평범한 대화였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탔던 지하철에서 들었던 고3들의 대화처럼.
긴장이 풀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첫 케이스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_본문 중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혜리는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고, 예주와 인하, 석희가 되어 그들의 트라우마를 직접 경험하는 악몽을 계속 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악이가 있는 가게를 찾아온 혜리는 방 탈출 카페에서의 일과 악몽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한 많은 편견에 갇혀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면서 친구들의 입장이 되어 악몽을 꾸는 것이 그 벌인 것 같다고 자책한다.
왜 혜리만 기억이 그대로일까? 앞으로도 혜리는 무서운 기억과 괴로운 악몽을 떨쳐내지 못한 채 지내야 하는 것일까? 혜리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악이의 고민도 깊어져만 간다.
이도해 작가는 첫 작품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에서는 작은 동네 책방 2층 다락방을, 『터치!』에서는 비어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꾸려진 좁은 동아리방을 주 배경으로 삼아 청소년들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기분, 속마음을 그려내왔다. 그런데 신작 『노 모어 나이트메어』에서 그 무대는 독특하게도 이전처럼 한정된 공간이 아닌, 무한으로 확장되거나 반대로 아주 작게 쪼그라들기도 하는 환상에 가까운 공간 형식으로 제시된다.
이 새로운 모습의 공간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마음속에만 몰래 쌓아두었던 고민과 트라우마를 낱낱이 드러내 아이들을 괴롭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을 반복적으로 재경험하며 그에 대한 자극을 무디게 만드는 방식의 심리 치료를 받는 과정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즉, 『노 모어 나이트메어』의 무대는 작가가 이전에 받은 “이 이야기가 누구나 가지고 있거나 가질법한 어두운 내면을 치유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는 평처럼 단순 흥미 위주의 괴기스럽고 판타지적인 공간을 넘어 문학적으로 청소년들의 마음 저 깊은 곳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자꾸만 발목을 잡아채는 과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면, 아예 눈 꼭 감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있는 방 탈출 카페에 뛰어들어 그 과거를 다시 한번 체험하며 ‘새 과거’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노 모어 나이트메어』가 우리의 곁에 함께하니 말이다.
■■■ 책 속에서
“일주일이나 지났다라. 경찰에 신고는 하셨습니까?”
나는 사뫼 흉내를 냈다. 사뫼가 의뢰인과 하던 대화 순서는 외우고 있으니까, 풍월을 읊는 서당 개 수준은 되지.
“신고는 당연히 했죠. 근데 이상한 사람 취급만 당했어요. 경찰이, 글쎄…….”
의뢰인이 뜸을 들였다. 나는 대놓고 말했다.
“말해 보시죠. 절대 이상한 사람 취급 안 할 테니까.”
“그, 우리 딸이 원래부터 없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아…….”
호언장담을 해 놨는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_15쪽
내 앞에 놓인 파네스파게티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혜리와 인하 쪽을 바라보았으나 둘은 이미 먹기 시작해서 입을 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면을 말아 입에 넣었다.
그때 기억나지 않던 마지막 규칙이 생각났다. 동시에 입안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발, 살아 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입천장에서 바둥거리고 있는 것은 무언가의…… 다리다.
_46쪽
사서 괴물은 열람실 천장에 가슴을 붙인 채, 목과 머리를 기괴하게 꺾어 우리를 바라보며 뒷걸음질로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순식간에 우리 코앞에 멈춰선 괴물이 안광을 번뜩이며 잿빛 홍채의 초점을 서서히 맞췄다. 거대한 머리통에 붙은 눈알은 내 주먹보다 컸으며, 기괴한 악취를 풍기는 머리카락이 이마와 정수리로부터 거꾸로 내려와 커튼처럼 매달려 있었다.
(……)
코앞에 보이는 잿빛 홍채에 무언가가 반사되어 나타났다. 출구였다.
_59쪽
예주가 석희에게 불쑥 내민 것은 쪼그라들어 주름이 빼곡한 손가락이었다. 본인이 내밀어 놓고 식겁한 예주는 그걸 바닥에 던졌다.
“와 씨, 소품도 꼭 이딴 거를 써요.”
석희가 기운 없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손가락 조각을 바라보았다. 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 그걸 통로 저편으로 찼다. 혜리가 혹시 모른다고, 쓰레기 같은 거 막 버리면 안 된다며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_73쪽
“거짓말하면 안 돼.”
혜리가 말했다. 인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주가 입맛을 다시듯이 쩝 소리를 냈다. 석희는 인하를 응시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내용일 뿐이라 약간 김이 빠졌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이 애들이 스스로 빠져나왔을 난도가 분명했다. 아니면 이번에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전에 이 방에 왔을 때는 좀 더 난처한 질문이었을지도.
_93쪽
거미가 수많은 쌍의 눈을 부라리며 이쪽을 쳐다보았다. 출구를 안내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거미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섯 개의 답 중 진실이 아닌 것이 있다.
뭐?
_94쪽
“우리 이제 여기서 나가자.”
인하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솔직하게 골라.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친구라는 거야. 양석희! 나 한국에 친구 너희밖에 없는 거 알잖아. 내 소원이야. 나가서 피자 먹자!”
예주도 소리 질렀다.
자연스럽게 혜리 쪽을 보게 되었다. 혜리는 고개를 떨어트린 채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석희에게 다시 시선을 옮기자 석희는 그런 혜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_136쪽
주머니를 뒤졌다. 휴대폰과 만화경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 오른쪽 주머니에는 만년필 등 잡동사니가 들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점퍼 안쪽 지퍼 주머니에 넣은 액자를 꺼냈다. 액자 안에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던 혜리가 그의 어머니와 나란히 이쪽을 보고 쑥스러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혜리 일행이 무사히 탈출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쌓여 있던 피곤이 전신으로 밀려들었다. 방 탈출 카페 마지막 방의 기억이 방울방울 떠올랐다.
_161쪽
“꿈을 꿀 때마다 너무 괴로웠어요. 저는 꿈에서만큼은 정말 ‘그 애’로 살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동안 해 왔던 겉핥기식의 이해와는 너무 달랐어요. 그리고……, 깨어나고 나서도 끔찍했어요.”
“악몽이 계속되었습니까?”
“예, 하루도 빠짐없이. 그 방에 돌아가는 꿈을 번갈아 가며…….
(……)
그런데 깨어나서 ‘꿈이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 이런 꿈을 꾸면 어떻게 하지’라는 끔찍한 생각만 들었어요.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애들을 단편적으로 생각해 온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요.”
_17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