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피로 물든 ‘머더헬프’의 마지막 이야기
스타일리시한 미스터리 액션의 대표작 『살인자의 쇼핑몰』이 드디어 완결편으로 돌아왔다. 〈새소설〉 시리즈 스물한 번째 이야기로 펼쳐진 『살인자의 쇼핑몰 3』는 1편의 반전과 2편의 스펙터클은 물론, 울림과 감동까지 담아 대서사의 마지막 장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새롭고 기묘한 인물들의 등장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건, 퍼즐처럼 맞아 떨어지는 진실의 조각들이 우리의 신경세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흡입력 있고 시원시원한 이야기가 ‘믿고 보는 강지영’을 다시 한번 증명할 것이고, 펄펄 끓는 한여름 더위를 경쾌하게 날려줄 것이다. 이제, 피로 물든 쇼핑몰 내부로 진입할 시간이다.
총성과 함께 사라진 정진만
첫 번째 용의자가 정지안?
정진만이 사라졌다. 정지안과 브라더가 편의점 혈투를 마치고 한숨 돌리는 사이, 한 발의 총성과 한 알의 탄환만을 남긴 채 지안의 삼촌 진만은 그야말로 증발했다. 아, 남긴 것이 더 있긴 했다. 바닥을 흥건히 적신 어마어마한 양의 피. 이 정도의 피를 흘렸으면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알려준 이는, 별안간 나타난 육십대 여성 ‘수전’이다. 그녀는 쇼핑몰 머더헬프의 킬러 중 증거를 인멸하고 의료 행위를 하는 옐로코드의 수장이지만, 진만이 사라지자마자 모든 걸 알고 있었단 듯 나타났기에 지안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수전과 함께 온 또 다른 여자. 닉네임 ‘그림책’을 수전은 지안의 러닝메이트라고 소개했다. 삼촌은 행방불명이고, 머더헬프 서버는 마비됐고, 브라더는 실신하고, 난데없이 나타난 두 여자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불쾌함과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는 지안에게, 삼촌의 작업실을 조사하던 수전이 총구 같은 시선을 쏜다.
“눈 하나 깜짝 않는 게 신기하구나.”
“혹시 저를 의심하세요?”
기품 있는 불길한 눈빛에 제압된 지안이 억울해하며 길길이 날뛰자 수전의 한마디가 총알처럼 날아와 박힌다.
“두 번째 용의자라면, 나겠지.”
새로운 인물들과 불편한 진실들
삼촌의 공백을 메우는 지안의 몸부림
지안과 또래로 보이는 그림책은 웹툰을 그린다. 그것도 정진만과 머더헬프를 소재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던 지안은 삼촌이 지난 3년간 그림책의 웹툰 대본 작업을 도와왔다는 진술에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쇼핑몰 안에 꽁꽁 숨겨둔 채 그림자처럼 살던 삼촌이 이 위험천만한 일을, 공간을, 자신마저 누설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불쑥 솟아오르는 질투를 감각하자 지안은 삼촌을 죽인 용의자로 오해받는 것만큼이나 불쾌해지고 만다. 하지만 어린애같이 굴기에는 상황이 급박했다. 삼촌을 대신해 머더헬프를 운영해야 했다. 삼촌이 사라지고 머더헬프가 난장판이 된 이 상황이 노출되면 이곳을 약탈하려는 무리가 달려들 게 뻔했다. 딥웹을 통해 무기를 낙찰받고, 무기를 개조할 부품을 구매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정진만인 척 연기하며 가격을 협상하는 것까지 지안의 몫이었다. 삼촌이 왜 대머리가 됐는지 이해될 만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견디는 지안을 그림책은 끊임없이 긁어댄다. 좀 더 정진만에 분해보라고, 쇼핑몰 운영을 진심으로 하라고. 그리고 삼촌과 머더헬프에 대해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이가 갈렸다. 한시라도 빨리 삼촌이 돌아와 이 사태를 진정시키고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물리쳐주길 바랐다. 하지만 지안에게 돌아온 건 삼촌의 죽음과 하나의 선물이었다.
폭약 터지듯 충격하는 진실의 파편
종내에 밝혀지는 쇼핑몰 탄생 비화
“정지안 씨만 개봉해야 합니다. 아시겠죠?”
물건을 배달한 사람은 피에 젖어 있었다. 산탄 지뢰를 온몸으로 받아낸 듯한 형상에, 지안은 그것이 폭탄임을 확신한다. 지안의 제지와 배달자의 당부에도 불구, 그림책은 제멋대로 선물을 개봉하고는 갑자기 안색이 변해 지안에게 총구를 겨눈다. 그림책의 도발을 만류한 이는 수전. 이제 머더헬프는 기습당할 거고, 진만이 마련해둔 은신처로 몸을 옮겨야 한다고. 그리고 은신처의 열쇠를, 진만은 지안과 그림책에게 남겼다고. 그 말을 전해준 이는 편의점 전투에서 배신이 발각돼 처형당한 줄로 알았던 민혜였다. 그녀는 최후의 순간을 대비해 진만이 비밀리에 마련해둔 ‘히든코드’가 되어 지안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핏발 선 그림책의 눈빛과 쏟아지기 시작한 총탄과 포탄, 삼촌에게 듣지 못한 쇼핑몰의 비밀들. 감당하기 힘든 진실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낄 때까지도 지안은 알지 못했다. 지안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비밀이 머더헬프만큼 음침하게 숨겨져 있었음을. 과연 진만은 어떻게 죽은 걸까. 삼촌은 왜 그림책을 보호한 걸까. 그림책이 그린 웹툰의 결말은 대체 무엇일까. 머더헬프는 약탈되지 않고 지켜질까. 지안은 잔인한 진실과 가혹한 현실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토록 완벽한 결말에서 기다리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 놓인 새로운 시작
비로소 마침표를 찍은 이 이야기는 피로 물든 세계 속 온기를 잃지 않는 사람을 비춘다. 총칼이 난무하고 공격과 배신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지키고자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작가는 보여준다. 선과 악은 한 끗 차이임을, 선을 위한 악이 또 악을 위한 선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이토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작가가 그린 결말은 특별하다. 모든 것의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것의 시작일 그곳에 당도하는 일은 아쉬울 만큼 순식간일 것이다. 그때 당신은 애도와 축하 중 어떤 인사를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 지은이
강지영
장편소설 『신문물검역소』 『심여사는 킬러』 『엘자의 하인』 『하품은 맛있다』 『프랑켄슈타인 가족』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페로몬 부티크』 『살인자의 쇼핑몰1, 2, 3』 『굿 드라이버』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인간보다 인간적인』 『거의 황홀한 순간』, 소설집 『굿바이 파라다이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출간했다.
■■■ 차례
살인자의 쇼핑몰 3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여긴 칼과 총, 폭약이 지천에 깔린 무기고다. 날 악인이라 확신하는 외부인한테까지 친절할 만큼 나는 말랑한 인간이 아니었다. (51쪽)
모든 증거는 삼촌의 죽음을 가리켰고, 용의자는 최측근인 나였다. (53쪽)
머더헬프를 승계하려던 진짜 목적은 회피형 사고 때문일지도 몰랐다. 삼촌이 만들어놓은 어둠의 왕국 첨탑에 숨어 클릭과 타이핑만으로 인간 구실을 할 줄 알았으니까. (55쪽)
귀찮아서 끼니를 굶고 귀찮아서 결석을 하고 귀찮아서 연락을 끊었지만, 귀찮다는 감정 뒤엔 너무나 섬세하고 복합적인 진짜 이유들이 있었다. (55쪽)
탈출하려고 버르적거릴 때마다 그녀의 발목을 악착같이 움켜쥐는 말랑하고 뜨거운 손의 감촉이 생생했다. (57쪽)
삼촌이 대머리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부계와 모계 콤보를 찍은 탈모 유전자, 또 하나는 이 망할 쇼핑몰 때문이었다. (64쪽)
매출에 쪼들리고 험악한 자들과 재화를 섞으며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악당도 재능이 있어야
먹고산다는 것. (68쪽)
뭔가 하자가 있으니까 내 부모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겠지. 그러니 제대로, 더 철저하게 세상이 정한 규칙을 준수하고 흠결 없는 인간이 돼야 가치가 생기지. (72쪽)
그림책에게 코드가 주어진다면 옐로나 레드보다는 그린이 더 어울렸다. 이상한 행동을 해도 일단 박수 쳐주는 자리 말이다. (74~75쪽)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유의 몸이 되어 라이플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이 코드 없음이었다. (76쪽)
정지안을 찾아와서, 정지안이 없다는 대답을 듣자, 정지안이 살고 있다 확신하는 남자의 속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 (82쪽)
인생 리셋 버튼이라도 찾아 누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세계 전생물처럼 이쯤에서 죽고 다른 세계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92쪽)
진만 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총알은 증거물이 아니었어. 의미 깊은 메시지였지. 흔적을 지우면 자기 조카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상징물. (95쪽)
주변에서 벌어진 죽음의 대부분은 내 책임이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뒤바뀌지 않았어야 했다. 불가역한 일들을 후회하는 동안 죽음은 내게 바싹 다가붙었다. (131쪽)
창고는 단순한 보관소가 아니었다. 총과 칼로 무장했지만 언제든 기습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일생 편하게 잠들어본 적 없는 정진만과도 같았다. 그는 아무에게나 쉽게 심장을 내어주지 않을 터였다. (132쪽)
비정하고 비열하고 비극적인 악인들의 테마파크답게, 악몽을 선사해주기로 했다. (137쪽)
툭, 툭, 내 심장이 뛰는 건지 아니면 삼촌의 심장 같은 쇼핑몰이 들썩거리는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140쪽)
내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정진만이라는 두껍고 거친 껍데기 (……) 나는 내 껍데기를 경멸하면서도 동경했다. (147쪽)
그린코드의 특권은 이제 사라졌다. 껍데기를 벗어낸 나는 스스로 단련해 새로운 껍데기를 만들어야 했다. 과거의 내 살갗과 영혼에 각인된 수많은 상처를 달래고 도닥여 단단해져야 했다. (157쪽)
언제든 내 목숨은 네가 가져가. 오늘이어도 좋고 10년, 20년 후여도 괜찮아. 목숨은 목숨으로밖에 갚을 수 없어. (158쪽)
삼촌은 숨어버렸고, 나는 찾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는 영원히 술래였다. (163쪽)
죽음을 삼키는 커다란 검은 개에게조차 빼앗기고 싶지 않은 존재가 있었다. (165쪽)
선택해야 했다. 내가 만든 지옥에 사느냐, 내 업보가 만든 진짜 지옥으로 뛰어드느냐. (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