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대한초등교사협회 인증 도서 · 추천 도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김화요 작가 신작!
비밀을 가진 전학생 하도와, 하도를 둘러싼 세 명의 아이들
이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실타래는 풀어질 수 있을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김화요 작가의 신작 『전학생』이 이지북 고학년 시리즈 <책 읽는 샤미> 쉰두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섬세한 감정 묘사가 강점인 김화요 작가는 『전학생』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를 실감 나게 선보인다.
어느 날 평화롭던 6학년 3반에 비밀을 가진 전학생 하도가 등장한다. 반의 중심인 혜정 무리에게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는 하도의 등장 이후, 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남몰래 하도와 친하게 지내지만 학교에서는 하도를 모른 척하는 아현, 그 누구보다 반의 중심이 되고 싶은 혜정, 그 누구에게도 선을 넘고 싶지 않아 하는 유신까지. 서로를 비뚤어진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네 명의 아이들을 통해 작가는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정, 그리고 무엇보다 예민할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에게 선보인다.
■■■ 지은이
김화요
2011년 「엄마의 통장」으로 KB국민은행 창작동화제 우수상, 「내 얼룩이」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로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과 『좋아, 하는』으로 제28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엘리베이터 비상벨을 누르면』 『못 하겠다, 젓가락질』 『일주일만 예뻐지게』 『거짓말의 색깔』 『좋아, 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공룡 관찰 일기』가 있습니다.
낮의 학교, 그리고 밤의 학교. 둘 다 여러분이 매일 살아가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겠죠. 그 안에서 가끔은 행복하게, 때로는 아프게 자라나는, 그리하여 빛과 어둠 모두를 마주할 수 있게끔 훌쩍 성장해 나갈 여러분의 앞날을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 그린이
sujan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그린 책으로 『아가미 소년』 『너에게 행운을 줄게』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 『종말 후 첫 수요일, 날씨 맑음』이 있습니다.
■■■ 책 속에서
그래서 3반은 대부분 혜정이 위주로 돌아갔다. 혜정이 호감을 보이면 그 아이는 반 아이들에게도 화제로 떠올랐고, 혜정이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아이는 스스로 기가 확 죽었다. 3반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무리가 혜정과 함께하는 아이들이었고, 혜정은 언제나 그 중심에서 반의 공기를 만들어 갔다. _9~10쪽, 「서아현」 중에서
정말로 별 의미 없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궁금한 것도 아닌,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정도의 의미를 가진 질문. 사귐의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질문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뭘 그렇게 알려고 해.”
하도의 가시 돋친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_12~13쪽, 「서아현」 중에서
“고양이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우리 집으로 와.”
“어?”
놀란 아현이 하도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하도는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불편하면 안 와도 되고…….”
“…….”
“학교에서는 모른 척할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하도의 말이 가슴에 찌르르 박혔다. 허나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 심상한 어조였다. 조금의 원망도 독기도 없이 그저 담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현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다.
“갈게.” _34~35쪽, 「서아현」 중에서
민지에게 하도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못 했던 이유. 그건 민지도 하도를 고립시키는 6학년 3반 중 한 명이니까. 아니,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제일 나쁜 비겁자니까.
어제 하도네 집에 놀러 가서 하도가 끙끙거리며 보고서 쓰는 것을 보았다. 하도의 농담에 웃고 제제에게 함께 밥을 주었다. 하도가 끓여 준 라면을 먹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모른 척, 아니 험담에 동조까지 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가장 나쁘다고, 아현은 문득 생각했다. _47쪽, 「서아현」 중에서
들어 본 적 없는 학교였다. 하긴 아는 학교여도 상관없었다. 누구에게 말할 것도 아니고, 그저 하도에 관해 한 가지 더 알게 되었을 뿐이다. 혼자만 알고 있는 하도의 비밀, 차곡차곡 쌓여 가는 하도와의 일상. 아현은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때는 그랬다. 정말로 누구에게 말할 생각 같은 것은, 추호도 없었다. _56쪽, 「서아현」 중에서
그에 비하면 학교는 정말 쉬웠다.
학교는 가족 사이에서 혜정이 갈고닦은 눈치와 계산이 제대로 먹히는 곳이었다. 이야기를 주도할 타이밍, 분위기를 바꾸는 요령, 숨겨진 의도의 파악. 터울도, 존재감도 큰 남매 사이에서 묻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 온 혜정은 또래 아이들을 쉽게 휘어잡았다. 그런 기술은 학년마다 혜정을 그 반의 중심으로 만들었고, 학교에서만큼은 아무도 혜정을 무시하지 못했다. _69쪽, 「강혜정」 중에서
혜정은 울렁거림을 느낌과 동시에 하도와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저 아이의 우위에 서고 싶었다. 친해질 자신은 있었다. 이 학교의 모든 게 낯설 전학생이 상대라면 그건 더욱더 간단했다.
그러나 다정하게 포장해서 건넨 혜정의 호의를 하도는 차갑게 내쳤다.
“뭘 그렇게 알려고 해.”
…… 하도가 건드린 어떤 스위치가 이해할 수 없는 분노로 혜정을 가득 채웠다. 차라리 다른 거절의 말이면 괜찮았을 터였다. _71~72쪽, 「강혜정」 중에서
서아현 같은 애들은 다루기 쉽다.
“하도가 다니던 학교 이름을 알아. 한경, 한경 초등학교야. 내가 직접 봤어.”
조금만 발밑을 흔들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떨리는 아현의 눈동자를 보며 혜정은 미소를 지었다. 하도도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 애는 아무리 흔들어도 그토록 꼿꼿했던 걸까. 부러뜨려 버리고 싶게. _93쪽, 「강혜정」 중에서
모든 것에는 ‘선’이 존재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 지켜야 하는 선, 사회적으로 정해진 선. 무의식중에 혹은 학습을 통해 모두 적정한 선을 지키며 살아가고 그로 인해 질서가 유지되며 일상이 평온해진다는 것을 유신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_102쪽, 「오유신」 중에서
전혀 방어하지 않는 하도에게 아이들은 함부로 선을 넘었다. 정의로 포장해 하도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유신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편을 들 생각도 없었다. 그런 것 역시 유신에게는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그저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할 따름이었다. 유신에게 학교는 그런 곳일 뿐이었다. _119쪽, 「오유신」 중에서
“선생님, 저 물어볼 게 있어요.”
유신을 돌아보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난처해졌다가 곧 단단해졌다. 호기심처럼 묻는다면 어떤 것도 대답해 주지 않을 얼굴이었다. 유신은 책을 읽듯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하도가 학폭 가해자로 강전 왔다고 저희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는데, 사실인가요?”
선생님들 얼굴에 입혀진 단단함이 와르르 무너졌다. 경악의 눈빛을 보며 유신은 생각했다.
‘아니구나.’ _130쪽, 「오유신」 중에서
나보다 일 년 먼저 태어난 언니는 정말로 모든 것이 다 느렸어. 나와 같은 시기에 첫걸음마를 했고, 말은 나보다도 더 늦게 터졌어. 혀 짧은 소리로 종알대는 내 옆에서 언니는 방긋방긋 웃기만 했지. 키도 내가 금방 따라잡았어. 숫자도 한글도 내가 먼저 깨우쳤지. 또박또박 언니 이름을 써 주는 내 옆에서 언니는 방긋방긋 웃으며 기쁘게 박수를 쳐 주었어. 어느 순간부터 언니는 꼭 내 동생 같았어. _149쪽, 「이하도」 중에서
“언니야, 내가 언니 진짜 좋아하는 거 알지?”
배시시 웃으며 언니에게 속삭이면 언니도 방긋 웃으며 나를 안아 주었어. 나보다 작은 품이지만 늘 나보다 따뜻한 체온이었지. 이런 나날이 좋았어. 내 마음대로 되는 즐거운 학교, 내 마음대로 되는 사랑하는 언니. 언제나 이런 날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그때의 나는 굳게 믿었던 것 같아. _157쪽, 「이하도」 중에서
그때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지. 언니가 지내는 학교와 내가 지내는 학교는 혹시 완전히 다른 곳인 것이 아닐까. 나에게는 놀이터나 다름없는 우리 학교가 언니에게는 다른 얼굴인 것이 아닐까. 문득 예전에 놀이터에서 뛰노는 나를 우두커니 서서 보고 있던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지. 그렇게 금이 가기 시작했어. 조금씩 조금씩. 깨닫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_162쪽, 「이하도」 중에서
모두 거짓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실도 아닌 어딘가. 굳이 그걸 꺼내서 얘기하기 싫은 마음. 그러나 그것은 아이들에게는 모든 걸 인정하는 한마디였나 봐.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어. 나름대로 평온했던 학교의 풍경 역시 변했지. 사방이 입이 되어 나를 비난하고 삼키려 들기 시작했어. _190~192쪽, 「이하도」 중에서
■■■ 출판사 리뷰
‘어느 날의 학교는 마치 밤의 학교처럼 컴컴하고 외롭기도 해.’
서로를 모난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서로에게 마음이 쓰이고야 마는 우리들의 이야기
『전학생』은 전학생 하도를 중심으로, 마음속에 제각기 복잡한 사정을 품고 있는 네 아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하도는 발달 장애가 있는 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전학을 왔다. 말 대신 침묵을 택한 하도는 자신을 향한 오해와 편견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버틴다. 그리고 아현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하도를 외면했지만, 학교 밖에서 남몰래 친해진 하도에게 자꾸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반 아이들 모두가 하도를 배척하는 상황에서 아현 혼자 다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 혜정은 언니와 오빠, 동생에 밀려 집에서는 늘 뒷전인 인물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중심에 서고자 애쓴다. 그런 혜정에게 노력 없이 주목받는 하도는 견제해야 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내민 호의를 차갑게 거절한 하도를 혜정은 더욱더 미워하게 되고, 결국 혜정은 하도의 과거를 들추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도와 혜정, 그리고 아현을 한 발자국 떨어진 채 바라보는 유신의 사정은 하도와 비슷하다. 발달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는 유신은, 하도의 사정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하지만 지금껏 유신이 살아오며 느낀 것,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경험을 통해 한 걸음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이처럼 『전학생』은 각기 다른 사정으로 서로를 밀어내고, 외면하고, 망설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건넨 말 한마디와 용기 있는 한 걸음이 관계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사정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은 언제든 닿을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읽게 될 것이다.
‘마치 밤의 학교와 같은 그런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폭력들
『전학생』은 교실 곳곳에 스며든 ‘미묘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매하고 미묘하게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수많은 방식을 보여 주며,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고립되어 가는지, 어떤 상처를 받는지를 드러낸다. 전학생 하도는 에쁜 외모와 냉랭한 태도로 반 아이들 사이에서 금세 이질적인 존재가 되고, 혜정의 미묘한 견제를 받게 된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장난 같기도 한 말과 행동, 반 아이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저지르는 그 말과 행동이 하도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전학생』은 이러한 미묘한 폭력뿐 아니라, 발달 장애가 있는 하도의 언니가 당한 학교 폭력 서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하도의 언니는 특수 학급에 다니며 은근한 놀림과 폭력 속에 방치되었고, 하도는 그런 언니를 지키지 못했다. 언니를 지키지 못한 하도의 행동은 스스로에 대한 깊은 죄책감으로 남았고, 전학 이후에도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바로잡지 못하게 만든다.
서로를 향한 비뚤어진 마음
그 잔뜩 꼬여 버린 마음들을 풀어낼 용기
이 작품은 작고 미묘한 균열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상처를 주고받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더불어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들, 장애가 있는 인물을 대하는 무지한 행동, 다수의 편에 서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믿는 인물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인물들은 결국 서로에게 그어진 선을 넘는 용기를 낸다. 아현은 모두가 하도를 배척할 때 혼자만 하도의 편에 서기 두려워했지만, 결국 하도를 위해 한 걸음 내디뎌 선을 넘는다. 유신은 선을 넘지 않겠다는 다짐을 뒤로하고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공감과 이해를 눌러 담아 한 걸음 내디뎌 선을 넘는다. 그리고 하도는 언니를 외면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꺼내 놓을 용기를 낸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말한다. 가장 밝고 환해 보이는 학교에서도 밤의 학교 같은 어두운 시간이 존재하며, 그 어둠을 걷어낼 수 있는 것은 서로를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이라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일, 그리고 나의 진짜 속내를 말하는 일이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