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권태응 문학상 수상 시인 임수현의 신작 동시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상상 나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맛있게 배우는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4권은 제7회 문학동네 동시 문학상 대상 그리고 권태응 문학상을 수상한 임수현 시인의 동시집이다. 그만의 환상적 시 세계를 전개해 온 저자는 『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에서 자작나무 숲 샛길처럼 오붓하고 호젓한 시들을 펼쳐 낸다.
그 길을 눈으로 따라 거니는 독자는 어느새 ‘뒤죽박죽 상상 나라’의 연회장에 다다르고. 그렇게 기쁨에 찬 함성과 수두룩한 아름다움 사이, 늘 조금은 외로운 한 아이의 곁에서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한다.
■■■ 지은이
시 임수현
2016년 『창비어린이』 동시 부문, 2017년『시인동네』 시 부문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외톨이 왕』으로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로 권태응 문학상, 『코뿔소 모자 씌우기』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외에 시집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청소년시집 『악몽을 수집하는 아이』가 있다.
■■■ 그린이
그림 송혜선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으며, 세계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공모전인 나미 콩쿠르에서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 그린 책으로『하느님은 목욕을 좋아해』, 『과자를 만드는 집』, 『거짓말 경연 대회』, 『그래서 슬펐어?』, 『내 친구 에이든』 등이 있다.
■■■ 책 속에서
그늘 사냥꾼
어딘가에는
그늘을 모으는 사냥꾼이 있대
망태 가득 그늘을 모아
산으로 강으로
넘어 다닌다지
깊고 깊은 숲속
그늘을 풀어놓고
저물어 가는 햇빛에 대고 살펴본대
(…)
아침이면 텅 빈 망태를 들고
그늘 사냥꾼은
어젯밤 달아난 그늘을 찾아
햇빛 속으로 헤매고 다닌대
–17쪽
새학기 첫날 코끼리 교실
내가 맨 처음 만난 건 코끼리였어
학교에 가니까 젤 먼저 책상에 앉아 있더라
자기는 새벽부터 와 있었대
두근두근 잠을 이룰 수 없더라나
코끼리는 아무도 자기 옆에 안 앉을까
걱정이 된대
무서운 가마우지 선생님을 만난 적 있는데
앵무새 선생님이 담임이 되면 좋겠대
–18쪽
개나리 떼 총총
(…)
개나리는 뿅뿅
일터로 간답니다
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철컹
다리 위로 지나는 기차를 타고
봄이 왔어요!
싱싱한 봄 왔다고
창문마다 매달린
개나리, 개나리들
머리를 쿵쿵 쓰러질 듯 기대
가고 또 갑니다
봄이 온다는 말도 없이
간다는 말도 말이
이번 역은 성수, 성수역입니다
우르르르 개나리 떼 쏟아집니다
–40쪽
얼마나 멀리 갔을까
할머니! 버드나무가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울어요
우는 게 아니란다
기억하려고 애쓰는 거지
뭘 기억하려는데요?
버드나무가 한때 큰고니였을 때
자기가 얼마나 멀리 날아갔다가 왔는지를
얼마나 멀리 갔었는데요?
그야 버드나무만 알지
–78쪽
■■■ 출판사 리뷰
자작나무 숲 사이 바닷가처럼
꿈결 같은 이야기 시
2016년 『창비어린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수현 시인은 제7회 문학동네 동시 문학상 대상, 제2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동시 부문 우수상, 제7회 권태응 문학상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동시단에 구축했다. 그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 세계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책의 첫머리에 저자가 쓴 대로 “뒤죽박죽 상상 나라”가 마땅하겠다. 그렇다면 『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는 그 나라로 통하는 여권이라 할 수 있다. 동시집의 서시가 자작나무 숲 조붓한 샛길을 떠나는 장면인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바다를 보러 가는 중이었다
한 손에 가방을 든 할머니가 손을 들어
아빠 차를 세웠다
언덕 너머 마을까지
거기까지만 태워 달라고 했다
(…)
언덕은 지난 지 오래
자작나무 숲 사이로 차는 들어서는데
할머니가 가방을 움켜 안고 잠들어 있다
나도 할머니 어깨에 기대 스르르 잠이 든다
-「자작나무 숲 사이로」 중에서
그렇게 입장한 뒤죽박죽 상상 나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독창적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세상 모든 그늘을 망태에 모으는 사냥꾼 이야기, 새 학기 첫날이 두려워 눈물짓는 코끼리 이야기, 안개 마을에서 안개 식당을 운영하는 안개 할머니 이야기, 고양이가 되고 싶은 호랑이 이야기까지.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시가 마치 동화처럼 깊은 서사를 내포하고 있다. 자작나무 숲 사이 푸른 바다같이 아름다우면서 대낮에 꾸는 꿈의 한 장면처럼 발랄한, 시인 임수현이 지은 환상의 나라가 독자들을 기다린다.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자
우거진 나뭇가지 위로 소복소복 쌓인 눈 맞으며
눈누난나 노래 부르며 가자
뿔을 키우는 사슴에게도
나뭇가지 옮겨 다니는 종달새에게도
안녕 안녕 인사하며 가자
(…)
숲속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눈썹달을 따서
긴 장대를 들고 돌아오자
어서 어서 가자 눈 꼭 감고 가자
-「눈썹달 자장가」 중에서
태어나 처음 간 영화관처럼
어슴푸레 따사한 마음
『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에는 제호에 등장하는 고슴도치 외에도 늑대, 코뿔소, 암탉, 주머니쥐, 흑염소 등 갖가지 동물이 독자를 반긴다. 송혜선 작가의 따스한 그림체로 구현된 이들은 기쁨, 슬픔, 노여움, 두려움 등 생활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들을 길들이는 데에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그럼에도 엄연한 사실은, 우리의 삶이 이러한 마음과 반려(伴侶)하며 사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각양각색의 우화를 접하는 동안 독자는 과연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용기는 갈비뼈 밑에 있어
배고픔 속에 있기도 하고
쉿! 저기 수풀이 흔들리고 있어
다리 덜덜 떨지 말고
뿔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척
어깨 펴고 걷는 거야
자 어서 나가 봐!
할 수 있지?
-「늑대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관에 갔던 때를 기억하는가? 새까만 어둠 속 불안감도 잠시, 포근한 좌석에 자리했을 때 은막 위로 내려앉던 하얀 빛. 그렇게 상영되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꿈. 우리는 임수현의 동시를 통해 그때 느낀 서정과 다시 접촉한다. 어슴푸레 따사로운 이 세상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시인의 말마따나 “친절함, 부드러움, 쓸쓸함, 외로움”이 한 장면 안에 배치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극장 문을 나선 순간처럼, 『고슴도치 선크림 바르기』도 그러한 원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학원 마칠 때까지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친구
나만 빼고 놀러 간 친구
피구하다 얼굴에 맞은 공도
나만 두고 모두 돌아간 운동장처럼
쓸쓸해
다 말하고 싶지만
다 말하고 싶지 않아
이불이 돌돌 감긴 동굴 속에서
어둠과 나는
얼마나 환한지 몰라
그렇게 한숨 자고 일어나는 거야
-「다 말할 순 없어 그렇지만 말하고 싶어」 중에서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단련의 시대
우리말과 글을 맛있게 이해하는 자음과모음 문해력 동시!
바야흐로 문해력 단련의 시대이다. 현세대 어린이들이 영상 미디어에 익숙해져 문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연일 보도된다. 그리하여 문해력을 내세운 갖가지 프로그램과 도서가 요즈음 교육, 문화계 내의 추세이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읽고 쓰는 행위를 넘어 글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어린이가 학교생활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시험을 치르며 과제를 해내고 모둠 활동을 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이것이 작용한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 능력을 좌우하므로 대인관계를 위해서도 문해력 단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읽기와 쓰기를 꼽는다. 시작부터 긴 글을 읽으며 끙끙대라는 말은 아닐 테다. 짧은 글을 집중하여 읽는 훈련이 우선이다. 어린이를 위한 짧은 글 하면 동시가 바로 떠오른다. 행마다 응축된 화자의 감정과 관찰력을 읽고 해석해 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린이의 문해력은 어느새 크게 자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