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죽율동,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그곳에서 사람들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자음과모음에서 송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별다방 바리스타』가 출간되었다. 『기억서점』으로 힐링 소설 장르의 유망주로 떠오른 송유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재개발과 미개발 지역의 경계, 죽율동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카페를 배경으로, 세상에서 외면당한 치매 노인 ‘달순’과 세상을 품은 언어 장애인 ‘예빈’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남편과 사별 후 극심한 슬픔과 우울증으로 술에 의존하던 달순은 알코올성 치매 판정을 받는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그녀를 외면하고, 달순은 가족에게도 세상에도 잊힌 존재가 된다. 그런 그녀 앞에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예빈이 나타난다. 치매 재활센터의 커피 교실에서 자원봉사자로 만난 예빈은,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을 감싸준 달순에게 함께 카페를 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이렇게 시작된 카페 ‘별다방’은 번화가에서 멀어진 골목, 오래된 구옥에 문을 연다.
별다방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상처 입은 마음들이 조용히 회복되는 곳이다. 실직한 중년 가장, 사회적 편견에 부딪힌 연인, 가까운 사랑에 상처를 입은 사람까지.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가 조금씩 부서진 채 살아가지만, 별다방에서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이 소설은 당신이 혼자라고 느낄 때,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따뜻한 손길처럼 다가온다. 담담한 문장, 섬세한 정서, 말보다 마음이 닿는 이야기로 『별다방 바리스타』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독자의 마음속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 출판사 리뷰
기억이 흐려질수록, 위로는 더 선명해진다
달순과 예빈이 밝히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상담소
치매를 앓는 노인 ‘달순’과 언어장애를 지닌 바리스타 ‘예빈’. 말없이 커피를 내리고, 서툰 기억으로 손님을 맞는 이들이 함께 운영하는 작은 카페 별다방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말이 오가지 않아도, 기억이 흐릿해져도 이곳에선 관계가 시작되고 일상이 이어진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장소를 특별한 위로의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은 마음을 끌어안고, 이름 없이 쌓이는 다정함이 삶을 지탱한다. 말이 없어도, 기억이 어두워도 관계는 시작된다. 이 소설은 관계의 본질이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 있음을 말한다.
예빈의 필담이, 달순의 커피가
별다방에서 흘러나오는 위로이자 언어가 된다.
별다방을 찾는 손님들은 크고 특별한 해결책을 바라는 이들이 아니다. 실직 후 무기력에 빠진 사람, 사랑에 상처 입은 사람,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했던 사람. 그들은 커피 한 잔의 온기와 조용한 시선이 건네는 위로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풀어놓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깊이 있게 따라가며, 카페라는 공간이 어떻게 관계와 감정의 터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빈의 필담은 말보다 더 진심 어린 언어가 되어 손님들과 연결되고, 달순이 내리는 커피는 기억의 틈새를 메우는 따뜻한 손길이 된다. 누구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 이 공간은, 오히려 그 조용함 덕분에 더 많은 위로를 전달한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말이 없어도, 표정이 엷어도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피어나는 연대,
그리고 말없이 전해지는 다정함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채 별다방을 찾는다. 그 상처는 때로는 말로 꺼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거나, 너무 오래 숨겨두어 스스로도 잊고 있던 것일 수 있다. 이들은 별다방에서 조용한 공감과 다정한 위로를 통해 서서히 회복되어 간다. 그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달순과 예빈 또한, 그들과 함께 나아간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라고 말하는 달순의 고백, “분노를 사포로 갈아내야겠다”는 예빈의 다짐은, 타인에게 건넨 다정함이 결국 자신을 보듬는 위로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울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비춘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이런 고백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의 본능적 감각,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일깨운다. 이 소설은 관계란 평가도, 충고도 아닌, 그저 옆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언어보다 진심이 관계의 본질임을, 이 이야기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동체란, 이처럼 서툴고 조용한 마음들이 서로를 감싸 안으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별다방 바리스타』는 그 가능성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증명해 보인다.
■■■ 지은이
송유정
K-힐링소설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작가로, 장편소설 『기억서점』을 출간했다. 해당 소설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신인 작가의 첫 책임에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별다방 바리스타
알싸한 소주 맛 커피
점점이 내리는 드립커피
미지근한 보리차 한 잔
디카페인 옛날 커피
여기, 별다방 바리스타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첫눈에 반하는 사랑만이 사랑인 것은 아니었다. 한 이불을 덮고 자고, 꼬박꼬박 아침과 저녁을 함께 먹던 세월 동안 쌓아온 시간 역시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이었다. (13~14쪽)
예빈은 얇고 요상하게 생긴 주전자를 이용해 커피를 내렸는데, 주전자를 손에 쥐고 섬세한 손길로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는 물소리가 달순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그라인더로 촘촘히 갈아낸 원두를 필터 안에 쌓아놓고 동그란 원을 그려가며 물길을 만들어주면, 투명한 컵에 쪼르륵 흘러내리는 커피 소리가 꼭 여름철 처마 밑으로 고이는 빗소리 같았다. (37쪽)
제가 사는 세상은 고요해요.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물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요. (……) ‘장애’를 가진 사람을 향한 그 ‘특수’한 시선이 정말 싫었어요. 그 시선에 담긴 것이 연민이든, 위로든, 저보다 자신들의 처지가 낫다며 안도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달순 님처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나, 죽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 그 분노는 나를 좀먹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왜 내가 나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걸까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 분노를 사포로 조금씩 갈아내야겠다 결심했죠! (39~40쪽)
그날, 별다방에서 들었던 말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 위로는 이해로부터 시작되며, 뜻을 해석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말 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이야말로 머리를 지나 가슴까지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어 비로소 고된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거라고. 그 말을 그날 그분에게 들어 정말 다행이라고. (78~79쪽)
“헤어지고 싶어요. 아니, 사실은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헤어지면 대체 뭐가 달라지는 건데요? (……)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없으면, 남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으면, 우리가 우리여야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요? 안 그러면 되잖아요. 바뀌면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있게. 우리를 이상하게 만드는 시선들, 그게 진짜 잘못된 일이 될 수 있게!” (114쪽)
보통의 날들이 이어졌다. 보통의 날. 달순은 ‘보통’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았다. 살다 보면 ‘최고’나 ‘최악’이 아닌 ‘보통’이나 ‘평범’한 날이 가장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달순에겐 요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삶의 표면이 더는 일렁이지 않는다. 그렇게 대체로 잔잔했다. (127쪽)
부쩍 자주 보이는 얼굴이 있다. 아주 가끔은 그 친구의 얼굴이나 표정이 희미할 때도 있지만, 목소리만큼은 익숙하게 기억이 난다.
“혹시 우리가 어떤 대화를 길게 나눈 적이 있나요?”하고 묻자 “저를, 기억 속에 숨겨주셨어요.”하고 웃는 얼굴이 어여뻤다. (136쪽)
타인의 입으로만 전해 듣던 말이 사실이었다. 별다방 할머니의 머릿속엔 깜빡, 까암빡 느리게 빛을 잃어가는 전구가 들어 있었다. 마치 나현의 할머니처럼. (172쪽)
“괜찮다. 어디 귀하고 입으로만 하는 게 말이더냐. 아픈 데 없으면 됐다.”
할아버지는 주치의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오래도록 나무를 팬 뒤 서울행을 결정했다. 예빈보다 먼 저 수어를 배우고 당신이 직접 예빈에게 세상을 가르쳐주겠 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예빈은 할아버지의 지극함을 양분 삼아 시야가 넓은 어른이 되었다. (175쪽)
예빈은 이윽고 세상 밖으로 나설 준비가 된 달순과 별다방의 문을 힘껏 열었다.
“축하해요. 아휴, 별다방 오픈하는 거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네.”
“고마워요, 명숙 씨. 커피는 뭘로 가져다줄까요?”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이요. 나 정말 매일 올 거야, 매일.”
별다방의 첫 주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183쪽)
“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엄마.”
“여기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지환의 눈빛이 흔들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엄마는, 엄마니까.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짐을 싸 들고 따라나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엄마에겐 자신이 몰랐던 다른 세상이 있었다. (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