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살 타령을 하는 이상한 놈을 만났다!
안티오크 로봇 양로원을 탈출한 두 로봇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
■■■ 책 소개
특명! 한물간 록스타 로봇의 머리를 가져와라!
자살이 하고 싶은 록커 로봇과 그를 죽여야만 하는 청소 로봇의
좌충우돌 자살 프로젝트
낡은 로봇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안티오크 양로원. 마약을 밀수하며 살아가는 민수는 온갖 불법 행위가 허용되는 안티오크 양로원이 좋았다. 그야말로 최고의 로봇생이었다. 룸메이트로 ‘티코 드레이코’라는 이상한 록커 로봇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티코는 느닷없이 민수에게 친한 척을 하며 ‘모두 자살을 해야 한다’는 주제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더 끔찍한 것은, 밑도 끝도 없이, 하루 종일, 끝날 기미가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은 민수만의 것이었다. 모두들 한물간 록스타, 티코 드레이코를 사랑했다.
괴상한 노래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민수는 양로원의 대부이자 마피아 보스, 돈 까밀레오를 만나 특명을 부여받는다. “티코의 목을 가져와라.” 평생 잔머리만 굴려오던 민수의 머릿속에, 순간 하나의 퍼즐이 맞춰진다. 바로 ‘티코만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사실. 민수 자신도, 돈 까밀레오도, 심지어 티코까지도.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는 자칫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 있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가볍고 재치 있게 그려낸다. 티코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살을 해야 한다는 그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민수는 돈 까밀레오의 특명을 완수하고, 티코는 자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혀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로봇의 케미를 자랑하며 이야기는 두 로봇의 운명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간다.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아야 하지 않겠어?”
이상하고 유쾌한 모험 속에서 따뜻한 철학을 발견하다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민수는 티코를 양로원 바깥으로 꾀어낸다. 그런데 작전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쉬워 보였던 일이 잔뜩 꼬이고 만다. 티코는 의외로 운이 좋은 로봇이었고 민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티코를 움직이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몇 번의 위기를 겪던 두 로봇의 앞에 뜻밖의 로봇이 등장한다. 바로 민수와 같은 모델의, 어쩌다 사막 한가운데에 파묻히게 된 낡은 청소 로봇이었다. 그 낡은 로봇의 한마디가 민수와 티코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끈다.
“아, 그때가 좋았지. 마구잡이로 벌목하고 나무랑 동식물들을 고온 고압에 압착시켜서 석유를 짜냈거든. 그 석유 위에서 레슬링을 하는 걸 구경하면서 청소했었지. 정말, 그때는 안 닦이는 기름때 청소를 해도 세상 부러울 게 없었는데.”
솔깃한 내용에 모닥불을 바라보던 민수는 고개를 들고서 낡은 로봇에게 되물었다.
“와, 그 귀한 석유로 레슬링을 했다고? 정말로?”
“아니, 그것보다도 로봇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고? 자살도 할 수 있어? 요란하게?”
_P.152~153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심지어 자살까지!) 전설적인 양로원이 존재하다니. 민수와 티코는 정신이 번쩍 든다. 두 로봇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설적인 양로원을 찾아가기로 한다.
『록스타 로봇의 자살 분투기』는 두 로봇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그리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스스로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면 정말 행복할까?”
합창이 끝이 나기 무섭게 민수는 티코에게 물었다.
“청소 로봇들의 노동요잖아. 이 노래 대체 어디서 들은 거야?”
“음, 감마 센트럴에 사는 청소 로봇들에게서 들었지. 거기서 청소 로봇들이 시위할 때 부르던 곡인데 음색이 좋아서 보관하고 있었어. 나중에 오마주하려고 말이야.”
“넌 이런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야? 막 더러운 노래라든가, 아니면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아냐, 아냐. 모든 노래는 다 좋은 노래야. 그중에 더더욱 전설적으로 좋은 노래가 있을 뿐이지. 자, 다음 곡 간다.”
_P.149
“세상이 이러면 안 되지! 우리의 자유와 존엄은 어디로 갔지? 우린 철장 안 원숭이나 전시품 따위가 아니야! 죽고 싶으면 죽고, 살고 싶으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정말로 우리를 생각해준다면, 적어도 선택권이라도 줄 수 있는 거 아냐?”
_P.175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과 인간 들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불안정한 존재다. 매번 당황스러운 이들과 조우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뜻밖에 마주한 새로운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이상하게 감동적인 이들의 여정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기계에도 영혼이 있다면?
낡은 로봇들이 모인 양로원에 현실을 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자아가 시간이 흘러 늙어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 책의 저자 클레이븐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에게나 로봇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세계는 고령화 시대로 향하고 있다. 쓸모를 다한 인간은, 로봇은 어디로 가는가?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할까? 이 질문은 록스타 로봇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닿아 있다.
이 책의 핵심은 ‘록커 로봇이 과연 자살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늙거나 낡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 ‘우리에게 그런 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이다. 민수와 티코와 함께하며 앞으로 여러분이 만날 미래를 그린다면 더욱 뜻깊은 모험이 될 것이다.
■■■ 네온사인 시리즈
〈네온사인〉은 SF와 미스터리, 판타지 등 감각적인 소설을 빠르고 가볍게 만나는 새로운 신호입니다. MZ세대 독자들에게 밀도 높은 서사, 흡입력 있는 세계를 콤팩트하게 선사합니다. 강렬한 색으로 다양한 빛을 내는 네온사인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비추는 우리의 신호가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길 바랍니다.
■■■ 지은이
클레이븐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했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처음으로 단편소설 쓰기를 접한 이래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에 웹진 『거울』의 독자우수단편으로 「마지막 러다이트」와 「컴플레인」이 뽑혀 필진이 되었다. 2021년 거울 총서에 「마지막 러다이트」와 「컴플레인」이 수록되었다. 장편소설 『FTL에 어서 오세요』를 출간하였고,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라는 앤솔러지에 참여하였다. 현재는 새로운 작품을 집필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괴상한 괴물들과 암담하고 기괴한 배경,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담한 어조로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 차례
프롤로그 : 블루스 록 2080
안티오크의 썩은 사과
전설과 관짝 사이
오프로드 컨트리 로큰롤
전설적이었던, 전설적인, 전설적이게 될, 전설
에필로그 : Show MUST go on!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혹시 이거 찾아요?”
아이는 코 묻은 손에 쥔 검은 스프레이 통을 내밀었다. 최종 병기가 해충에게 넘어가다니. 대체 이게 어딜 봐서 로봇의 복지를 위한 양로원이란 말인가?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었다.
민수는 떨리는 손으로 깡마른 아이에게서 스프레이를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쓴맛 나는 스프레이를 뿌렸다. 깡마른 아이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까지 콜록거리고 비명을 지르며 혓바닥을 손으로 쓸어댔다. 그 모습에 민수는 승리감을 만끽했다.
_「안티오크의 썩은 사과」 중에서
“에이, 숨길 필요 없어. 나도 자살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서로 까놓고 노하우를 공개해보자고. 요즘 유행하는 방식이 뭐야? 아직도 중력은 공짜야? 아니면 컴퓨터 바이러스로 바이오스째 파괴하는 방식이야?”
“워워, 난 딱히 죽고 싶지 않아. 그냥, 오늘 겁나 힘들었어. 그래서 푸념한 거라고.”
민수가 중얼거리자, 티코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럼, 자살하려던 게 아니야?”
“당연하지. 난 자살 따윈 안 해. 할 수만 있다면 우주가 끝장나는 날까지 살고 싶다고. 근데, 넌 왜 그렇게 자살 타령이야?”
_「전설과 관짝 사이」 중에서
민수는 애완견을 훈련시키는 조련사처럼 인내심을 가지고서 말했다.
“자, 생각해보자. 네가 트럭을 타고 가다가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는데 길거리에 서 있는 표지판과 충돌해서 죽었다고 가정을 해보자고. 그걸로 기자들이 기사를 썼다 쳐. 그러면 사람들이나 로봇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전설적인 록커의 탄생?”
티코가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민수는 학을 뗐다.
_「오프로드 컨트리 로큰롤」 중에서
“이보쇼, 형씨. 우리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전설적인 양로원이 어디 있는지 아슈?”
“전골 요리는 양피지라고?”
“아니! 전설적인! 양로원!”
민수가 한 단어씩 또박또박 끊어가며 말했다. 낡은 망원경 로봇은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양고기 전골보다는 소 곱창 전골이 인기가 많지만 여기는 천문대야. 별을 보는 곳이지 음식 먹는 곳이 아니라고.”
_「전설적이었던, 전설적인, 전설적이게 될, 전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