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별이 된 지구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2084년, 지구는 그렇게 멸망했다.
이 작품은 흡사 SF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 _심사평
■■■ 책 소개
2084년, 환경 오염으로 멸망한 지구를 떠나
지구 난민이 된 가족의 우주 표류기
제1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SF환경동화상 우수상 수상작. 이지북 SFF 환경 과학 동화 시리즈 〈초록별 샤미〉의 다섯 번째 장편동화 『2084 지구 난민』이 출간되었다.
『2084 지구 난민』은 가까운 미래인 2084년, 환경 오염으로 파괴된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돌며 두 번째 지구를 찾아 나선 주인공 강산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환경 오염으로 황색 별이 된 지구에서의 일상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섬세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화성과 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 냈다. “흡사 SF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는 심사평처럼 작가 송정양은 서사의 시작부터 분명하게 궁금증을 유발하며 광활한 우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욱의 삽화가 광활한 우주와 외계인, 오염된 지구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볼거리를 더했다.
■■■ 책 내용
★제1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SF환경동화상 우수상★
『2084 지구 난민』은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우주 쓰레기 같은 꼭 필요한 환경 문제를 되돌아볼 뿐만 아니라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우주를 표류하는 지구인 가족을 통해 난민의 처지를 실감하게 한다. 하루하루 환경 오염이 극심해지는 지금, 작가는 누구나 언제든 우리 별을 잃은 기후 난민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난민도 환경도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2084 지구 난민』은 환경과 난민을 자신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기르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동화다.
검은 별이 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로
우리는 두 번째 지구를 찾을 수 있을까?
뒤죽박죽인 날씨와 모래비, 전염병만이 남은 황량한 2084년 지구에는 외출 금지를 알리는 고장 난 날씨 기계의 경고 방송만이 울려 퍼진다. ‘날씨 기계’란 과거 과학자들이 제멋대로 변하는 날씨를 조종하기 위해 개발한 기계. 오염되고 훼손된 지구를 되돌리려는 노력 없이 그저 엉망이 된 날씨만을 조종하려고 개발된 욕심의 산물이다.
강산의 가족은 과학자와 정치인, 대통령마저 떠나버린 혼란한 지구에 남아 살아간다. 어느 날 지구 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신호가 발생하고, 강산과 가족은 할아버지가 고물상에서 구해 온 오래된 우주선 ‘이카로스’를 타고 지구의 위성인 달로 떠나기로 결정하는데…….
■■■ 줄거리
이름은 강산이지만 환경오염으로 파괴된 지구에서 강도 산도 본 적 없는 주인공. 강산의 가족은 머지않아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에 고물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희망을 안고 달에 도착한 가족은 지구 난민촌에 도착한 첫날부터 행성 파괴자 취급을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착륙한 화성에서도 도마뱀 족의 노예, 일명 ‘핸드’가 되어 족쇄까지 차게 되는데…….
과연 강산과 가족은 광활한 우주에서 두 번째 지구를 찾아 정착할 수 있을까?
■■■ 심사평
“이 작품은 흡사 SF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 이야기는 서사의 시작부터 분명하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환경오염으로 더는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만 하는 지구인 가족의 우주 대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흡사 SF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 황색 지구를 탈출한 상류층과 강도 산도 본적 없이 살아가는 주인공 가족을 대비해 몰입감을 높였고, 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탈출 서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_김선희•송미경
■■■ 지은이
글 송정양
최초의 달 탐험가는 닐 암스트롱이 아니라 쥘 베른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사람의 소망이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고 믿습니다. 2011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리 집엔 할머니 한 마리가 산다』가 당선되었습니다. 『2084 지구 난민』으로 제1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SF환경동화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아빠를 구하라』 『엄마를 구하라』 등이 있습니다.
■■■ 그린이
그림 김상욱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청소년 소설 표지에 일러스트
레이터로 참여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2084 우주 난민』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가 있습니다.
■■■ 차례
1 오늘의 날씨
2 지구를 떠나야 할 시간
3 달의 뒤편
4 ○망 타운
5 긴 하루
6 붉은 별 화성으로
7 지하 세계의 비밀
8 핸드 거래소
9 행복한 노예
10 표식의 진짜 목적
11 탈출
12 할아버지의 진짜 이름
13 새로운 별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내가 무언가를 기억할 만큼 자랐을 때 지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모래뿐이다. 초록별이었던 지구는 모래로 뒤덮인 황색별이 되어 버렸다.
_12쪽
모래 감기는 모래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생긴 병이다. 처음에는 감기 같지만, 어느 순간 고열이 올라오고 몸은 미라처럼 말라갔다. 마지막 숨을 뱉고 나면 몸은 모래처럼 부서져 머리카락 한 올조차 남지 않았다. 우리 할머니도 바다의 엄마도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었다. _21쪽
“노아는 지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지막으로 발사하는 우주선이다. 지구에 사는 동식물 표본을 옮기는 가장 거대한 구조선이지. 노아가 지구를 떠났다는 것은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구가 고칠 수 없을 만큼 엉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멸망이라니. 머릿속이 울렸다. 주변이 고요해진 가운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고 방송만이 소리를 질렀다. _29쪽
지구는 마녀의 수프처럼 끓다가 검게 타들어 갔다. 검은 별이 된 지구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에 가려진 것인지 아주 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할아버지가 안아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울어 버렸을 것이다.
2084년, 지구는 그렇게 멸망했다. _35쪽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달은 운석이 부딪친 구멍까지 숨김없이 내보였다. 옛날 사람들 눈에는 달 표면의 무늬가 토끼나 두꺼비처럼 보였다지만 내 눈에는 꼭 거인의 찡그린 얼굴처럼 보였다. _40쪽
환영 인사가 적힌 거대한 표지판 아래 입국 심사대가 있었다. 표지판에 그려진 달 토끼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밑에 서 있는 경찰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경찰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구인을 노려보았다. 지구인은 하나같이 여권과 복잡한 서류를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고 있었다. _49쪽
정식 비자를 받을 때까지 우리는 난민촌 안에서만 머무를 수 있었다. 난민을 가득 태운 셔틀이 하얀 고층 빌딩이 모여 있는 도시를 지나 한참을 더 달렸다. 크레이터라고 불리는 거대한 구덩이 사이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레이저 빔을 맞고 추락한 우주선들이 보였다. _55쪽
제1지구로 들어서자 곧 난민촌 입구가 나타났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난민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지구 난민을 받지 말라며 시위하는 수많은 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원래 부랑자나 도망자가 살던 구역이었다. 지금도 셔틀 승강장 오른편에 월인이 살고 있었고 왼편에는 난민촌이 있었다. 월인은 지구인에게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난민촌이 지어지면서 쫓겨난 사람도 있었고, 얼마 되지 않는 구호품마저 난민과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_56쪽
1년처럼 길게 느껴지던 한 달이 지나고 우리는 마침내 화성에 도착했다. 붉고 고요한 별처럼 보였는데 대기를 뚫고 들어가자 모래 폭풍이 불어왔다. 검은 별이 된 지구보다야 낫겠지만 썩 살기 좋은 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_87쪽
한참을 따라가니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동물 우리 같은 곳에 각양각색의 외계인이 가득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외계인도 있고 오징어나 벌레처럼 생긴 외계인도 있었다. 창살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 대는 외계인도 있고 울고 있는 외계인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표식을 착용하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이곳에 온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 도마뱀은 시장에라도 온 것처럼 감옥 같은 우리 앞을 지나다니며 구경하고 가격을 흥정했다.
“엄마, 꼭 동물원 같아.” _108쪽
우리는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창밖으로만 도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주인의 허락이 없으면 외출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비암은 핸드는 노예가 아니라고 했지만, 자유가 없다는 것도 돈으로 거래된다는 점도 노예와 다를 바 없었다. _114쪽
주인은 내 머리를 오래도록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는 나에게 마법의 차를 권하지 않았다. 나 역시 차를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차를 마시고 나면 행복한 기분은 잠시였고 쓸쓸한 기분은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_125쪽
하지만 냄새보다 더 괴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추위였다. 성에서 멀어질수록 점차 기온이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땀이 흘렀는데 이제는 입에서 입김이 흘러나왔다. 몸이 오들오들 떨려 왔다. 가방에서 옷을 전부 꺼내 입었는데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달에서 겪었던 추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도마뱀족이 왜 죽음의 땅 근처에 가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_150쪽
어쩌면 우리가 꿈에서 본 풍경은 어느 다른 별이 아니라 되살아난 지구의 바다일지도 모른다고, 할아버지가 끝맺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맺었다. _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