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인간의 염원으로 태어난 존재, 도깨비의 심장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 『도깨비의 심장』이 〈YA!〉 시리즈 열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장편과 단편, 종이책과 웹소설을 오가며 활동하는 종란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도깨비의 심장』은 도깨비와 도깨비를 뒤쫓는 사냥꾼 ‘치욱’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간절한 염원이 모여 그 주체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도깨비, 인간 사이에 감쪽같이 숨은 도깨비를 찾아야 하는 도깨비 사냥꾼 그리고 이들의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또 다른 세력까지. 도깨비라는 소재로 작가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야기 속 등장하는 다양한 도깨비의 수만큼 다양한 사건을 통해 작품은 남다른 호흡을 자랑한다. 더불어 서서히 자신의 운명을 깨달아 가는 치욱의 서사가 이야기의 깊이를 한층 더하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판타지적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 책 내용
주변에 기이한 일이 생긴다면
도깨비가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주인공 치욱은 어느 외딴 동네 초입에서 어린아이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아이가 쥐고 있는 목각 인형을 유심히 보다가 도깨비가 깃들었음을 직감한다. 이내 들어선 동네에는 그 어린아이가 살아 돌아다니고 있었고, 아이가 인간이 아님을 눈치챈 사람은 치욱과 아이를 죽인 남자뿐이다.
“죽은 아이의 물건에서 도깨비의 기운을 발견했습니다. 하여 그 도깨비를 잡으러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22쪽)
작품은 처음부터 도깨비의 존재를 소설 전면에 드러내며 어느 동네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그린다. 덕분에 독자는 ‘도깨비는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이 특정 물건에 깃들어 탄생한다’라는 독특한 설정을 단숨에 받아들이게 된다. 독자가 익히 알고 있는 소재에 새로운 설정을 덧붙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야기는 도깨비를 쫓는 치욱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도깨비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치욱이 도깨비를 쫓게 된 배경과 더욱 거대한 서사가 독자를 기다린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치다. 조선 팔도를 떠도는 한 소년과 가지각색의 도깨비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된다.
인간을 초월한 영험한 존재, 도깨비
그들의 심장을 차지하기 위한 소년의 사투
도깨비들의 능력은 어떤 염원을 먹고 태어났는지에 따라 다르다. 엽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기괴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 수도 있다. 도깨비 사냥꾼인 치욱은 그들을 정화하기 위해 그들의 심장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술의’에게서 그것이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자신이 해 오던 일, 사명감 모두 부정당한 기분에 결국 치욱은 자신을 사냥꾼으로 길러 준 사부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도깨비의 심장』의 모든 사건은 결국 치욱이라는 소년에게 집중된다. 자신이 무엇을 열망하는지 모르는 소년이 도깨비들을 만나 시련을 겪으며 조금씩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결국 스스로 지난 잘못을 돌아보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는 모습에 장르를 뛰어넘는 감동을 느낄 것이다.
■■■ 줄거리
어딘가 이상한 말투와 행동. 인간처럼 보이지만 겉모습만으로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도깨비를 치욱은 알아볼 수 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여도 언제든 인간을 해칠 수 있는 존재기 때문에 도깨비는 심장을 빼앗아 정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동료 술의에게 그건 정화가 아닌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는데……. 도깨비 심장에 얽힌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 작가의 말
꿈이 있는데 도저히 빛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싶다면 이 작품을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은 저처럼 그저 때를 만나지 못한 것뿐입니다.
■■■ 지은이
종란
2015년 웹소설 플랫폼 북큐브에 투고한 장편소설 『비현』으로 데뷔했다. 『민씨 낭자전』 『열녀 홍길동전』 『내 사랑 몽식이』 등 장편과 단편, 종이책과 전자책을 오가며 활동하다 2021년 장편소설 『레이디는 드레스를 벗는다』로 톡소다 로맨스판타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2023년 첫 청소년 장편소설 『도깨비의 심장』을 출간했다.
꿈꿀 줄 아는 1020이 자라 꿈꿀 줄 아는 3040이 된다는 믿음으로 누구나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 차례
- 도깨비 사냥꾼
목각인형 도깨비
곰방대 도깨비
참수도 도깨비
용이의 이야기
삼자대면
- 도깨비를 잡아먹는 도깨비
꽃순이
벼루 도깨비
산신
도깨비 소동
기우제
치욱의 소원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아, 답답하네, 증말! 내가 봤단 말이오!”
김 씨는 텅텅 제 가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결국 봉산댁이 끼어들었다.
“대체 무얼 봤단 말인가?”
“뭐긴 뭐요! 숨이 넘어간 거지! 내가 직접 확인하고 절벽 틈새에 숨겨 놓기까지 했는데!”
일순 싸늘한 공기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제야 멍청한 김 씨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챘다. _18쪽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말을 안 들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본체는 찾았냐?”
술의는 말없이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곰방대를 들어 보였다. 거리가 멀어 조금 애매했지만 뭔가 야릇한 빛이 맴도는 듯 보였다.
“다시는 도깨비에게 이딴 짓 하지 마!” _50쪽
도깨비가 코를 킁킁거렸다.
“인, 간?”
음험한 목소리에 저절로 소름이 쫙 돋았다.
“머리, 내놔!” _82쪽
용이가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정신을 수습했다. 모두 거짓이어야만 했다. 나는 가까스로 버티고 일어섰다.
“가자, 사부님에게로.”
내가 몸을 홱 돌려 걷기 시작하자 용이가 울상을 짓고 따랐다. _132~133쪽
“사정을 알았으니 제가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꾸벅 인사하고 꽃순이와 용이가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도깨비야?”
“응. 근데 좀 이상하네.”
“뭐가?”
“여러 정황상 어제 우리가 묵은 집 아저씨가 염원자라고 보는 게 맞는데…….” _181쪽
순식간이었다. 도깨비들은 일사불란 질서 정연하게 꽃순이를 통해 차례차례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사랑하는 도깨비를 잃은 성난 인간들만이 남아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들 중 승천과 소멸 그리고 진짜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는 자가 과연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_219쪽
위엄 있는 목소리와 함께 노부부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활짝 열린 대문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은 노부부는 이내 호들갑을 떠는 아저씨의 말을 듣더니 놀란 토끼 눈을 해서는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네가 정녕 치욱인 게냐?” _241쪽
나는 그제야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내 버선발을 보았다.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허, 나는 판의금부사 나리를 일찍이 존경하고 있던 바이오. 사내로 태어나 판의금부사 나리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히 꿈꾸어야 할 일이니 응당 버선발로 뛰쳐나와 맞이해야 하지 않겠소?” _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