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센티 키에 얇은 팔다리,
성적보다 성장이 필요한 학생들의 반란
모든 걸 되돌려 놓을 동아리 활동이 시작된다!
■■■ 책 소개
YA! 시리즈의 열네 번째 책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는 청소년을 향한 학업 압박이 미래의 과학 기술과 결합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제트주사’는 청소년의 성장을 한시적으로 멈추게 하는 대신,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오로지 뇌 사용에 쓰게 한다. 학업을 위해 초등학생의 몸을 유지하는 청소년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작품은 초반부터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다.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는 SF와 청소년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임하곤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청소년이 경험할 만한 다양한 감정과 고민을 SF적 세계관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본 미래 청소년의 현실적인 문제가 독자의 공감을 이끌고 특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청소년의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의 주인공 여름은 무덤덤해 보여도 실은 채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표상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도 여전히 청소년은 복잡하게 얽힌 감정이 낯설고 실수를 바로잡는 과정이 서툴다.
작가는 언니를 잃은 여름이 조금씩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며 겉모습처럼 아직은 어린 십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조명한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 내야 하고 성장을 억압하는 세상에서도 꿋꿋이 변화의 싹을 틔우는 여름을 통해 성장하는 청소년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 내용
“새봄 누나가 만든 거야, 이 동아리.”
의문 가득한 학교에서 시작된 비밀 동아리 활동
여름은 두뇌 회전을 위해 성장을 유예하게 만드는 ‘제트주사’를 맞은 탓에 고등학교에 갈 나이지만 열 살의 신체를 갖고 있다. 왜소한 신체 때문에 괴롭힘당하기도 하지만, 주사를 끊으면 미뤄 뒀던 성장이 다시 시작되니 여름과 친구들은 유일고등학교 합격자 발표만 기다린다. 예상대로 불합격만 하게 되면 더 이상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동네에서 혼자만 유일고에 합격하게 되고, 여름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새봄이도 분명 축하해 줬을 거야.”(25쪽)
여름은 모범생에 사교성도 좋은 언니 같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자신이 합격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언니가 유일고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으니 거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고민하던 여름은 결국 언니의 죽음에 남겨진 석연찮은 점을 알아보기 위해 입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유일고에서 4년을 유급한 언니가 남긴 마지막 흔적. 그렇게 여름은 점점 언니의 죽음에 얽힌 어두운 진실에 가까워진다.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적 세계관 설정도 돋보이지만, 주인공 여름이 언니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서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속도감 있는 전개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스펜스 역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더 이상 몸이 자라지 않는 아이들
상상 속 세상에서 마주하는 우리의 모습
이야기는 청소년의 학업을 위해 시작된 한 연구에 대한 서술로 시작된다. 성장에 쓰이는 에너지를 두뇌 회전하는 데 쓰게 하는, 효율적인 학업을 위한 발명품을 소개한다. 작품의 배경이자 이 발명품이 상용화되는 시대는 첨단 기술이 발전한 먼 미래지만, 여전히 청소년을 향한 학업 압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연 현재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독특하게도 작품 속 주인공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몸을 한 고등학생이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학업을 위한 바로 그 발명품이 아이들의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 대가로 그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습득력으로 고등 교육과정을 뗄 수 있게 된다.
SF적 발상으로 작품이 선보이는 새로운 세계는 독자의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그럼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서사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질문에 대한 답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여름은 비밀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조금씩 변화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실수를 바로잡으면서 더 나아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이렇듯 청소년이 마주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지은이
임하곤
‘제1회 SF 초단편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공저),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공저)에 작품을 수록했고, 장편소설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를 썼다. 미래에는 더 다양한 청소년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SF와 청소년문학을 쓰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유일한 입학생
그 사람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
중간고사 팝업 대작전
소집, 휴가 그리고 소집
단체 결의
학교 밖으로
인류의 미래
에필로그
■■■ 줄거리
청소년들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오로지 두뇌 회전에만 쓰게 하는 ‘제트주사’가 개발된 세상. 열 살부터 주사를 맞은 주인공 ‘여름’은 국내 최대 고등 교육기관인 유일고등학교에 입학 시험에 합격한다. 허나 여름은 유일고 입학에 회의적이다. 유일고에 입학하여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만 하면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지만, 여름의 하나뿐인 언니가 유일고를 졸업하지 못한 채 학교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은 졸업보다는 언니 죽음과 관련된 조사를 목적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과 동시에 학생들은 기존에 맞던 제트주사보다 더 강력한 제트주사를 지급받고, 학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여름 역시 늘어만 가는 과도한 학습량에 지쳐가던 어느 날, 입학식에서 만난 동급생 ‘미주’의 소개로 교내 비밀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동아리 이름은 ‘컨트롤제트’. 제트주사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모임이다. 여름은 그곳에서 언니를 알고 있는 선배 ‘재후’를 마주하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기로 한다. 그러는 한편 제트주사를 개발한 장본인이자 유일고의 교장인 ‘이영찬’ 박사를 만나 언니 죽음에 대한 수상한 말을 전해 듣게 되는데……. 과연 여름은 진실을 밝히고 비밀 동아리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 책 속으로
“내 말을 잘 이해 못 했구나.”
“다음 주에 하자, 진짜.”
“나는 지금 여름이 네가 유일고에 합격했다고 말해 주려는 거야.”
“하하하. 상담 모드 중에 농담을 다 하네?”
하지만 날 보는 이해돈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뭐지, 얘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_22쪽
비로소 의자마다 반듯하게 앉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앞만 바라볼 뿐, 잡담이라고는 일절 하지 않았다.
많아 봐야 열 살 남짓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점잖은 태도를 유지한다니. 제트주사를 맞지 않은 열 살 아이들이었다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_44쪽
“주사 효과를 느낀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본 게임의 시간을 허투루 쓸 순 없으니까요.”
본 게임이라니. 드디어 2형 주사의 효과가 나타나는 거구나. 이때까지는 교과가 비교적 여유롭게 편성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주사 이후의 공부 능률은 그 전과 비교가 불가능할 테니, 벌써부터 힘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은 얼마나 공부하려나. 마침 궁금해하던 내용을 한 학생이 물었다.
“오늘은 몇 쪽까지 보나요?”
“전부 다요.”
_69쪽
회의가 끝난 후, 나는 선배에게 다가갔다.
“좀 궁금한 게 있어서요.”
지친 와중에도 선배는 순순히 고개를 들어 내 말을 경청했다.
“저를 왜 동아리에 초대하신 거예요?”
“그야 이 동아리를 너희 언니가 만들었으니까.”
“자매끼리 믿는 바가 다를 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미주는 그냥 탈퇴하게 뒀으면서, 저한텐 없으면 안 될 사람처럼.”
순간 선배 입매에 힘이 들어갔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와 말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입 안에서 줄다리기하는 듯했다.
_87~88쪽
슬프다. 슬프다는 게 어떤 감정일까. 일상에서 조금씩 서운해지는 사소한 순간 말고, 가족 누군가가 나를 떠나거나 배신하는 큰일에는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떠올려도 명확해지지 않는 문제를 자꾸 생각하니 괜히 머리만 아팠다.
_114쪽
그 와중에 위쪽의 추격 소리는 이어졌다. 쫓기는 학생이 벌써 2층까지 통과한 모양이었다. 1층의 선생님들은 위로 올라가는 대신 무빙 경사로 아래에 버티고 섰다. 곧 작은 손 하나가 내 시야 끝에 걸친 경사로의 난간을 붙잡았다. 곧장 난간 아래로 몸을 휘릭 날리는 남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재후 선배?”
_130~131쪽
“독하다, 혹시 학생도 아는 애…….”
아, 4층 복도에서였구나. 그 순간 도무지 다물어지지 않던 택시 상담원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이제 뉴스는 아예 입학식 때 찍힌 내 얼굴을 숨김없이 공개했다. 그쯤 되니 상담원 쪽에서 알아서 뉴스를 껐다. 하필 그 시점에 옆얼굴의 땀방울이 카시트로 똑 떨어졌다.
택시 상담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그, 어디로 간다고 했지?”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왜요?”
답은 최대한 차분하게 하면서 손은 점점 차 손잡이로 향했다.
_172~173쪽
살갗이 아린 겨울 우도의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꿈인 걸 알지만 현실처럼 생생하다.
“여기 담장들. 다 멍청이 같아.”
어린 내가 바로 돌담 탓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 탓에 차가운 기운이 전혀 막히지 않는다.
그때 내 뒤에서 언니가 짐짓 어른스럽게 말한다.
“지키는 데도 다 다른 방식이 있는 거야.”
_199~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