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꿈 (트리플 16)

저자1 양선형
저자2
출판사 자음과모음
발행일 2023-02-10
분야 한국소설
정가 14,000원

도서구매 사이트

도서구매 사이트

틈새의 시간에서 만난 꿈과 환영의 이야기,

찰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순환의 여정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 그 열여섯 번째 작품으로 양선형 작가의 『말과 꿈』이 출간되었다.

『말과 꿈』은 2014년 등단 이래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양선형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스스로를 ‘불친절한 작가’라 말하는 양선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자 하는 소설에 대한 깊은 고집을 담았다.

 

​표제작인 「말과 꿈」에서는 주인공 ‘그’가 꿈에서 만난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어느 날 ‘그’는 ‘녀석’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발견한다. ‘녀석’은 아주 유명한 경주마가 되어 있었다. 스크린 너머로 ‘녀석’을 마주한 순간. ‘그’는 신비로운 일을 경험한다. 과거 교통사고 이후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던 어슴푸레한 환영”이 ‘녀석’의 모습으로 조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고 한다. 일전에는 ‘녀석’이 ‘그’를 찾아왔으니 이번에는 ‘그’가 녀석을 위해 움직일 차례였다.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감각이” ‘그’를 에워쌌다. 결국 ‘그’는 ‘녀석’이 사라진 곳, 활주로로 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녀석의 이미지는 그의 기억 한가운데 새겨진 공백의 모양에 들어맞는 마지막 퍼즐 조각, 그가 망각으로부터 돌려받은 아주 각별한 퍼즐 조각이 되었다.” (「말과 꿈」, 26~27쪽)

 

 

「너구리 외교관」 속의 미스테리한 숲에 사는 너구리들은 숲의 모든 존재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인 ‘그’는 몸에 큰 상처를 입고 누군가 알려준 길을 따라 너구리들이 모여 있는 산장 앞에 도달한다. 하지만 산장 주인이자 촛불 관리인은 촛불과 너구리를 제외한 모든 것에 관심이 없다. 촛불 관리인의 외면 속에 ‘그’는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죽어간다.

하지만 너구리들이 다친 ‘그’를 안쓰럽게 여겼고, 촛불 관리인을 설득하여 ‘그’를 집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그러므로 산장의 잠긴 대문 앞에서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는 그와 촛불 관리인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존재란 오직 너구리들인 것이다. 너구리만이 그를 산장 안으로 입장하게 할 수 있고, 촛불 관리인의 가능할지 모를 보호의 손길을 성사시킬 수 있다. (「너구리 외교관」, 16쪽)

 

소설집의 마지막 수록 작품인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은 소설과 에세이의 형식을 세 편의 글이 결합해 있는 특이한 형식을 가진 작품이다.

소설의 첫 부분인 2018: 「퇴거」’와 마지막인 ‘2024: 「퇴거」에 관한 소설’에는 ‘나’와 ‘친구’가 등장한다. ‘나’는 ‘친구’가 자신의 집을 함부로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대가 없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고, 먹이고, 돌본다. 그러나 동시에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퇴거’하기를 원하기도 하는데, 글이 끝날 때까지 친구의 퇴거는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는 ‘2022: 지난 계절의 일기’를 지나 ‘2024: 「퇴거」에 관한 소설’에 도달하면서 “상상의 형태로 우회 및 지연시키던 미래가 현재를 정말로 엄습하고 점령”(해설, 윤아랑 평론가)해버리고 만다.

“시간은 레이어를 만든다. 그것들은 격자처럼 반듯하지 않고 연꽃 모양의 프릴이나 수면 위로 퍼지는 동심원처럼 하늘거린다. 때때로 그것은 왜곡된 흔들림이다. 그러나 모든 흔들림은 확장되거나 통과하거나 침투하거나 사라지면서 새롭게 반복되는 흔들림의 궤적일 뿐 어떤 형상에 대한 왜곡으로 읽힐 수 없다.” (「「퇴거」와 나중에 함께 묶인 다른 산문들」, 209~210쪽)

 

“양선형의 소설은 내일(혹은 어제)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며, 반대로 “현재를 잡”으려는 데 더없이 열성적이다. 그리고 여기 『말과 꿈』에 실린 각각의 소설들은 현재에 대한 양선형의 열정을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육화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말과 꿈』은 현재의 소설가가 쓴 현재를 위한 소설집인 것이다.”

—윤아랑(문학평론가)

 

‘글쓰기’라는 선형의 궤도에서 어디에서도 시작되지 않았고, 모든 곳에서 시작된 소설, “달리는 말을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말의 잔등 위가 소설 자체의 영원한 목적지가 되는 바로 그런 소설을 쓰게 될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말과 꿈』은 ‘소설 쓰기’에 대한 양선형의 집요한 애정을 담고 있다.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