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한시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어(死語)가 되어가는 한자로 이루어진, 오래전 쓰인 시라는 이유로 낡은 글 취급을 받아왔다. 지금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무엇인 듯 말이다. 하지만, 그 한 편 한 편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지금 우리 삶과 똑 닮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책《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은 오랫동안 한시를 연구한 박동욱 교수가 현대 독자들에게 한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우리의 일상과 맞닿은 한시를 모아 소개하는 한시 입문서이다. 이 책으로 지금 한시를 읽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독자들이 삶의 평범한 순간을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마흔여섯 가지 일상의 단면을 친근한 소재로 나누어 소개하고, 한시 원문과 함께 해석을 달아 독자가 한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1장은 당장 오늘도 우리가 의미 없이 지나친 일상의 미를 발견하게 하는 한시, 2장은 유려한 문장 속에 담긴 우리 선조의 삶과 애환, 지혜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한시를 담았다. 이 책에 담은 정약용, 김정희, 이규보, 남정일헌, 이옥봉 등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한 선인들의 180여 편의 한시를 읽으며 동양 문학의 풍부하고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다.
박동욱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한문학자이자 자식을 위해 일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일평 조남권 선생님께 삶과 한문을 배웠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교수로 있다.
2001년 문예지 『라쁠륨』 가을호에서 현대시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기이한 나의 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편지』(공저)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중년을 위한 명심보감』 『식색식언』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북막일기』(공역) 등이 있다.
■■■ 차례
서설 • 8
1장. 우리를 닮은 하루를 만나다
소나기 – 비 그친 뒤의 달라진 풍경 • 13
무더위 – 마음을 물 삼아 더위를 물리치다 • 19
강추위 – 타인의 온기를 귀히 여기다 • 26
꽃샘추위 – 완연한 봄맞이 전 마지막 시련 • 31
채빙 – 얼음 캐는 노동에 깃든 땀과 눈물 • 37
눈병 – 심안이 밝아지다 • 43
안경 – 노안을 견디기 위한 친구 • 49
해녀 – 목숨을 건 숨비소리 • 56
거미 – 거미줄에 걸린 꽃잎에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다 • 62
매미 – 한 철을 살기 위해 울다 • 69
소 – 기꺼이 의로움을 나눠주는 • 74
병아리 –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 • 83
노비 – 오랜 가족 같은 존재 • 89
선연동 – 젊음과 아름다움은 한때의 선물일 뿐 • 95
절명시 – 생애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시 • 100
호기 – 단단한 마음으로 마주한 세상 • 105
시비 – 옳고 그름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 • 112
제호탕 – 여름 한 철 무탈히 보내길 바라는 마음 • 118
냉면 – 객지에서의 외로움을 위로하다 • 122
만월대 – 세상천지에 영원한 것은 없다 • 128
송년 – 한 해 끝에 지난날을 되돌아보다 • 134
달력 –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다짐 • 139
백발 – 지상에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 145
2장. 옛이야기에서 오늘의 지혜를 발견하다
하제시 – 실패로부터 더 많이 배우는 법 • 153
에로틱 한시 –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을 기록하다 • 158
노처녀 – 절대 혼인의 시대, 여성들의 고민 • 165
첩 – 온전한 자신의 자리를 꿈꾸었던 이들 • 172
단오 부채 – 격려와 당부의 마음을 담아 • 180
거사비 – 공덕을 기린 마음이 빛이 바래 • 187
다듬이 소리 –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소리 • 194
나무꾼 – 가족을 위해 고된 노동을 감내하다 • 201
아이의 출생 –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 • 209
아이를 기다림 – 유배지에서 애타는 부모 마음 • 215
자장가 –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를 위한 • 223
할아버지 – 부모 잃은 아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 232
천연두 – 가족을 잃은 슬픔 • 238
거지 – 기근에 스러진 사람들 • 244
버려진 아이 – 모성마저 포기하게 만든 참혹한 현실 • 251
옛집 –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다 • 258
노부부 – 역경을 함께 이겨내다 • 264
회혼례 – 부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 270
기다림 –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 275
친구 – 친구 집 앞에 이름 석 자 적어두고 • 281
낮잠 – 힘을 충전하는 다디단 시간 • 287
모기 – 모기를 증오하여 • 293
개 – 인생의 진정한 반려 • 299
참고 자료 • 305
찾아보기 • 308
옛 시선에서 우리의 일상을
재발견하는 마흔여섯 가지 이야기
선조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느꼈다. 봄의 꽃샘추위를 견디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여름의 모기를 증오하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어지러운 생각을 흘려보내고, 겨울에 달력을 펼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사계를 보냈다. 거미줄에 걸린 꽃잎을 보며 거미가 봄이 가는 것이 아쉬워 꽃잎을 붙잡은 것이라 생각하고, 무더운 여름에 마음을 물 삼아 더위를 물리쳐 보겠다고 다짐하고, 다양한 사람을 관찰하며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소나기, 모기, 달력, 자장가, 친구, 송년 등 한시에 담긴 다채로운 삶 속 단면들은 오늘날의 우리와 똑 닮기도 한, 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다룬다. 하지만, 독자는 한시 속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지나쳤던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고민에 공감하게 된다. 한시에 관한 친근하고 재미있는 마흔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독자를 즐거운 한시의 세계로 기꺼이 초대한다.
과거의 선조와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 이어가는 아름다운 세월의 궤적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은 독자들을 아름다운 한시의 세계로 진입하도록 돕는다. 선조들이 쓴 한시 속에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일상과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기록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와닿는 의미를 되새긴다.
이 책에 수록된 180여 편의 한시는 흙이 쌓여 단단한 지층을 이루듯 오랜 시간 쌓인 글맛이 느껴진다. 글자 하나도 다양한 품사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한자를 정교하게 써서 만든 한시의 미학을 섬세하게 느끼게 하고, 지금 우리 삶과 연결 지어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을 전한다. 오늘날 옛글인 한시를 읽는 일이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글맛이 주는 기품을 즐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처럼 한시를 읽는 시간은 그저 ‘옛 시’가 아닌 커다란 언어적 기쁨을 아름다운 궤적으로 현대의 독자에게까지 이어지도록 만든다. 이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소 향유하던 언어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시대를 넘은 공감으로
한시와의 거리감을 좁히다
이 책은 5언율시와 7언율시를 다채롭게 담아 한시의 매력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지금 우리의 일상 속 친근한 소재를 다룬 한시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오늘날 우리의 마음에 흘러들어 온다. 그동안 한시는 학문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고루한 문학으로 여겨졌지만, 그 속에 담긴 지혜와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시를 우리 시대의 언어로 바라보며 다시 독자의 곁, 일상의 영역으로 돌려놓는다. 한시를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그동안 한시에 가졌던 선입견을 깨고, 고전의 매력을 즐기도록 만들어주는 친절하고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