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사유해야 하는가!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하이브리드 총서」제 1권 『사유의 악보: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이 책은 오늘날의 사유와 사태를 규정한 탈근대의 이론과 작품들을 교차하고 병치하고 혼합함으로써 근대와 근대 이후, 그리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에세이로, 작곡가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써온 글들을 다듬어 엮었다. 번역, 평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음악, 문학, 철학, 미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윤리학 등 예술ㆍ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작품과 담론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접붙이는’ 비평 방식을 통해 경계의 경계되는 지점을 질문하고 새로운 사유,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찾는다.
최정우
철학자, 작곡가, 비평가, 미학자, 기타리스트.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불어불문학과에서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에로티슴 문학과 유물론적 철학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비평으로 등단한 후, 오랫동안 ‘누더기 넋’이라는 뜻의 ‘람혼(襤魂)’을 필명으로 사용하면서, 문학평론과 미술평론, 시론과 연극론, 미학과 사회의 관계, 음악론과 철학적 에세이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평들을 집필했다.
2011년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을 출간했고, 그 외 『싸우는 인문학』, 『알튀세르 효과』, 『아바타 인문학』,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등의 책들을 공저했다. 『레닌 재장전』(공역), 『뉴레프트리뷰 1』(공역), 『바르트와 기호의 제국』, 『자유연상』, 『거세』, 『사도마조히즘』, 『학교의 대안, 대안의 학교 1』 등의 책들을 번역했으며, 문예계간지 『자음과모음』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바타유의 유물론과 에로티슴, 푸코(Foucault)의 구조와 주체, 데리다(Derrida)의 예술론과 글쓰기, 랑시에르(Ranciere)의 미학과 정치, 여러 현대 문학론과 이미지론, 음악과 철학/미학 사이의 관계론 등에 관한 연구들을 중심으로, 비평 행위 자체의 자율적 가능조건이 지닌 불가능성과 텍스트의 음악적 구조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다양한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2002년 결성된 3인조 음악집단 레나타 수이사이드(Renata Suicide)의 리더로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2003년부터 무대음악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평심], [발코니], [새벽 4시 48분], [애쉬즈 투 애쉬즈], [철로], [마라/사드], [시련](이상 박정희 연출), [천년전쟁], [블라인드 터치], [인간의 시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루시드 드림], [내 심장을 쏴라], [주인이 오셨다], [지하생활자들](이상 김광보 연출), [밤으로의 긴 여로], [우리, 테오와 빈센트 반 고흐],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상 임영웅 연출),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김낙형 연출),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신호 연출), [풍찬노숙](김재엽 연출),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 태클 대서사시](이경성 연출) 등의 연극 음악을, 그리고 [몇 개의 질문], [육식주의자들], [RED-白熱],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이상 장은정 안무), [휘어진 시간](정영두 안무), [텅 빈 혼잡](이나현 안무), [I’m All Ears](이소영 안무), [아바나行 간이열차], [안전한 표류](이상 이윤정 안무), [내일의 어제](공영선, 박성현, 허효선 안무), [풍정.각](송주원 안무) 등의 무용 음악을 작곡하고 또 연주했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음악감독을 맡았고, 2019년 레나타 수이사이드의 첫번째 앨범 [Renata Suicide]를 발매했다.
2012년 프랑스로 이주, 파리 INALCO에서 오랜 시간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파리 ISMAC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곡. 사유의 악보―기형과 잡종의 글쓰기를 위한 하나의 서문
1악장. 폭력의 이데올로기 비판을 위하여―윤리인가 불가능성인가: 폭력의 아포리아와 유토피아
2악장. 페티시즘과 불가능성의 윤리―유물론적 윤리학의 한 서론을 위하여
3악장. 미학으로 (재)생산되지 않는 미학―알튀세르 예술론의 어떤 (불)가능성
4악장. 문학적 분류법을 위한 야구 이야기―이사만루와 무타무주, 근대와 리셋의 욕망
변주 1. 세계문학의 이름으로: 낯선 ‘세계’와 낯익은 ‘문학’
5악장. 테제들의 역사를 위한 현악사중주―바르토크의 조바꿈과 사티의 도돌이표 사이에서
변주 2. 장치란 무엇인가: 푸코, 들뢰즈, 아감벤을 함께 읽기
6악장. 나르시시스트를 위한 자기진단법―자서전 읽기의 몇 가지 증례들
변주 3. 진단과 비판: 들뢰즈의 니체 해석
7악장. 불가능한 대화를 위한 자동번역기―이식된 근대와 오역된 풍경 사이로의 한 이행
변주 4. 사상사의 한 풍경: 마루야마 마사오와 고야스 노부쿠니 사이
8악장. 초월의 유물론, 변성의 무신론―박상륭을 다시 읽기 위하여: 「뙤약볕」 연작의 한 독해
변주 5. 인간과 성스러움: 모스와 카유아를 읽으며
9악장. 랑시에르의 번역을 둘러싸고―「민주주의에 대한 증오」 서론의 정밀 독해
변주 6. 지적 해방이란 무엇인가: 자코토의 고유명
10악장. 새로운 제1철학: 불확실한 광장에서 나눈 불편한 우정―‘작가선언’을 둘러싼 한 좌담의 흔적들: 박시하, 심보선, 은승완, 진은영과의 대화
변주 7. 문학적 철학의 두 가지 유형: 푸코의 문학론과 마슈레의 문학론
11악장. 소설을 권유하는 시, 시를 전유하는 소설―김언의 시와 박상의 소설에 대한 비평적 농담 한 자락
12악장. 테크노 음악의 분열과 몽환―정주와 횡단의 음악적 (탈)정체성: dancer/danger의 양가성에 바쳐
변주 8. 인문학 서평을 위한 몇 개의 강령들
13악장. 파국의 해석학: 후기(後期) 혹은 말년(末年)의 양식이란 무엇인가―사이드, 슈트라우스, 주네, 라캉, 헤겔을 위한 하나의 후기(後記)
종곡. 중독에의 권유: 각주들로만 이루어진 부고(訃告)와 유서(遺書)의 결어들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자음과모음은 지난 12월에 정통 학술 총서 ‘새로운 사유의 힘, 뉴아카이브 총서’를 선보인데 이어 올 3월에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을 그려나갈 ‘하이브리드 총서’를 펴낸다.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만으로 구성되는 이 총서는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섭’의 학문하기가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총서로 펴내는 책들은 지난 2~3년간 계간 문예지 『자음과모음』의 ‘스펙트라’, ‘하이브리드’ 꼭지를 통해 연재된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제 분야의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데, 총서 발간을 계기로 일정한 퇴고 기간을 거쳐 좀 더 핍진한 주제의식과 매력적인 문체로 짜임새 있게 가다듬었다. 국내 학자들의 야심 찬 학문적 실험과 매력적인 글쓰기가 한데 어우러진, 국내에서 자체로 생산되는 보기 드문 총서가 아닐 수 없다.
하이브리드 총서 1차분은 문학평론가이자 작곡가인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성학자 권김현영 외 5인의 『남성성과 젠더』 총 3권이다. 음악, 문학, 철학, 미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윤리학 등 다방면의 이론을 교배시키며 현란하면서도 핍진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이는 최정우, ‘아파트’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의 세대론과 시각문화를 통찰하는 박해천, 남성성이라는 주제 아래 젠더론의 새 논법을 제시하는 권김현영 외 5인 등, 익숙한 대상들을 낯선 시각과 실험적인 방법론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낸 이들의 탐구는 작금의 인문학도들에게 참조해야 할 중요한 판본이 될 것이다. 향후 이택광, 이현우, 박원익, 정여울 등의 근간도 준비 중이다.
한국 이론계에 출현한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
: 13개의 악장과 8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사유의 악보
하이브리드 총서 첫 번째 책,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은 오늘날의 사유와 사태를 규정한 (탈)근대의 이론과 작품 들을 교차하고 병치하고 혼합함으로써 근대와 근대 이후, 그리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에세이로, 작곡가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써온 글들을 다듬어 엮었다. 번역, 평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음악, 문학, 철학, 미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윤리학 등 예술·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작품과 담론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접붙이는’ 비평 방식을 통해 경계의 경계되는 지점을 질문하고 새로운 사유,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 책은 저자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다양한 지면을 통해 썼던 글들과 미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으로 1990년대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이 풍미하고 그 이식의 행위들이 횡행했던 한국의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풍경 속에서 쓰였다. 하나의 서곡(overture)과 하나의 종곡(finale), 그리고 13개의 악장들(movements)과 8개의 변주곡들(variations)로 구성되어 있는 이 글들은 음악, 문학 등의 작품 비평에서 이론, 철학, 미학에 이르는 메타비평, 정치학과 심리학 등의 철학이론, 자서전 읽기, 좌담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이 다양하고 고유한 사유의 작업들로서 편의상 분류한 위와 같은 이름들로 포섭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악장과 변주곡들로 비유된 이 글들은 서로 다른 분과의 학문과 대상들 간의 낯선 결합(Hybrid)으로 이루어져 있다(그러나 이 결합은 1+1=2식의 단순 병치나 접합이 아니며 하나로써 다른 하나를 대상 삼고 단순 분석하는 여타의 ‘통섭’ 시도들과도 다르다). 이 혼종의 사유, 하이브리드적 시도는 저자의 약력에서 예감되듯 체질적인 것인 동시에, 그 자체로 단순한 치환이 갖는 폭력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으로, 즉 의도라고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사유와 글쓰기를 위한, 나아가 새로운 이론을 형성하기 위한 위험한 ‘감행’이다.
새로운 전시를 알리는 불친절한 책의 도발: 질문 없는 세대에게 던져진 몇 개의 아포리아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사태와 사례로써 근대와 탈근대를 조망하지만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후를 사유해야 한다고 종용한다. 언어와 이미지가 범람하는 이 시대의 우울과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 무감각을 이유로 들면서 저자는 다시 이론과 사유가 가동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외친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혹은 인문학이 위기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강요된 이데올로기에서 새롭게 사유해야 할 근거를 찾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시대’ 혹은 ‘세대’라고 하는 구성된 집단적 주체와 인위적 시공간에 대해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그것들을 전복하기 위해.
이데올로기가 바로 그 이데올로기에 대한 해명과 폭로로써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 혹은 세대가 지닌 불안과 우울에 대한 깊은 무감각은 그것의 직접적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파악하고 제시한다고 해서 절대 깨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그래서 이러한 사태를 극단으로 가져간다. 저자는 이 책이 ‘확신을 가진 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이 책은 ‘설득’에 대한 믿음과 ‘절멸’에 대한 의지를 양극단에 대립항으로 위치시키는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어떤 극단의 선택이라는 문제를 제출한다. ‘윤리인가 불가능성인가, 미학인가 정치학인가, 자기인가 타자인가, 번역인가 오역인가, 유물론인가 유신론인가, 동지인가 적인가, 시인가 소설인가, 정주인가 횡단인가, 합의인가 파국인가, 쇠렌 키르케고르의 어법을 차용해 이것인가 저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문제란 오히려 어떤 ‘선택 불가능성’에 대한 이론의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절멸의 가능성 혹은 불가능성을 사유하고 그 이전과 이후를 사유할 것을 역설하는 이 책의 글들은 이론 이후를 사유하고, 사유 이후를 실천하며, 실천 이후를 이론화하는, 오늘날 혁명을 사유하는 이론적 실험이다. 불친절한 의도를 가지고 쓰인 이 책은 ‘이론’의 증폭과 심화, ‘혁명’을 위한 친절한 ‘매뉴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