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의 미국으로 떠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 고우영의 『좌충우돌 세계 여행기 – 미국편』. 저자의 추모 2주기를 맞아, 그가 30여 년 전 미국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출간한 여행기 <미국 만유기>를 재출한 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저자 특유의 유머와 위트라는 양념이 유감없이 녹아들어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은 저자가 1970년대 중반, 화구 하나만 달랑 들고 여섯 달간 혼자 미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사건은 물론, 그곳의 풍경을 특유의 글과 그림으로 맛깔스럽게 담아낸 것이다. 의식적으로 가난한 뒷골목을 누비면서 쏟아 놓는 저자의 맛깔스러운 글과 그림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과는 다른 새로운 미국을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저자가 직접 그려낸 그림을 통해 당시의 인물과 배경의 특징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으며, 그의 미국에 대한 냉철관 관점도 읽을 수 있다. 또한 그림과 어울러져 등장하는 사진은 재출간하면서 새롭게 수록한 것으로, 과거의 미국과 현대의 미국을 그림과 사진으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컬러.
고우영
고우영
1939년 만주 본계호(本溪湖)에서 태어나 광복 후 귀국. 한국전쟁 전후에 이름난 아동 만화가였던 고상영?일영, 두 형의 영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쥐돌이>를 발표하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1958년 둘째형 일영(추동식)이 연재하던 <짱구박사>를 ‘추동성’이라는 작가명으로 이어 연재하면서 본격적인 만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 <일간스포츠>에 연재했던 <임꺽정>은 일본 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그림체로, 우리 만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동시에 만화가 단순한 아동용 오락물이 아니라 엄연한 하나의 장르임을 일깨워 주었다. 1975년 《수호지》, 1978년 《삼국지》 등을 연이어 발표, 풍자와 해학 속에 당대를 투영한 ‘고우영식 고전 해석’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후 《초한지》《서유기》《열국지》《십팔사략》 등이 고우영식 고전으로 새롭게 탄생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부터 《가루지기전》《21세기 아리랑 놀부뎐》 등 우리 고전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발표하였으며, 2003년에는 조선 시대 역사를 다룬 《수레바퀴》, 2005년에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출간했다.
1. 밑바닥 외유
2. 드디어 LA 공항에
3. 영리한 촌놈
4. 착하고 아름다운 미스 칼란
5. 코리아타운은 없었다
6. 1주만에 딴 운전면허
7. 면허증에 여자로 둔갑
8. 할리우드에서의 무용담
9. 하늘에도 깔린 패트럴 망
10. 문명의 곰팡이들
11. 손쉬운 권총 휴대
12. 비참한 아메리칸 인디언
13. 더부살이 신세
14. 직업도 많은 칼란 양
15. 멋있는 드라이브
16. 폭풍우의 밤
17. 세탁장 천태만상
18. 서러운 타국살이
19. 얕보인 단신
20. 뜨거운 애착심
21. 싫증난 LA를 탈출
22. 쾌활한 산 아가씨들
23. 행복한 노부부
24. 어른 장난감 집
25. 할리우드의 스트립쇼
26. 오징어 수난
27. 킹스 캐니언 공원 관광
28. 위기일발의 야영
29. 뭉클한 동포애에 젖다
30. 터줏대감님들 한자리에
31. 향수 떨치려 쏘다닌 여로
32. 검은 여인의 유혹
33. 속옷 여섯 장 구입
34. 멕시코 술집 라폰다
35. 낙천적 엘살바도르인
36. 처녀 소개시켜 주다
37. 태평양 낚시터에
38. 교량 낚시터
39. 다저스 스타디움의 야구
40. 밤 비행기 타고 뉴욕 가다
41. 애수 어린 시골길
42. 호수 위의 신시아네 집
43. 뻐꾸기 둥지 수난
44. 망원경 할머니
45. 나체 고고춤
46. 라코니아의 호수
47. 수줍음을 타는 시골 처녀
48. 외로운 과부와 이별하다
49. 지루했던 뉴욕 길
50. 뉴욕의 빌딩 숲
51. 한국인의 술집 미아
52. 온통 새까만 할렘가
53. 흑인촌 파고드는 한국 상혼
54. 지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
55. 자유의 여신상
56. 거대한 여신상 섬 가운데 솟다
57. 소라처럼 생긴 솔로몬 박물관
58. 흑인은 거의가 도둑
59. 샌프란시스코의 우범지대
60. 휘청거리는 도시
61. 으스스한 차이나타운
62. 비틀거리며 달린 2천리
63. 무서운 저력의 나라
64. 공부벌레 안 될 수 없죠
65. LA가 들뜨는 한국 축제
66. 이별을 앞두고
67. 캡슐 방이여, 안녕
– 초판 후기
– 재판 후기
단돈 400달러와 화구 하나 달랑 들고 떠난 촌놈 고우영의 스릴 만점 미국 만유기!
고우영 화백은 미국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만화가의 눈에 비친 모습들을 화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위험을 맞닥뜨리는 등 외로운 여행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가난한 뒷골목을 누비면서 쏟아 놓는 입담은 읽는 분에 따라 또 다른 미국을 느끼게 해 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어 소리 나는 방향을 봤더니, 하나님 맙소사! 반듯이 누웠던 자세로 고개를 쳐들었으니까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일 수밖에. 하늘과 땅이 거꾸로 되어 있는데 그 중간쯤에 시커먼 곰의 몸뚱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나도 모를 사이에 몸을 비틀며 왼손으로 회중전등을 켜는 것과 동시에 광선의 조준을 똑바로 곰의 눈에 맞췄다. 나도 놀랐지만 곰도 후닥닥 놀라는 기색이 완연하다.
만약 놈과 나의 거리가 2미터만 더 가까웠더라도 일격으로 내장을 쏟았을 것이 틀림없다.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미국에 와서 곰에게 죽는구나!’ 사과를 깎던 작은 과도를 오른손에 꽉 쥐고 꼼짝도 못하고 섰다. 이따위 작은 칼로 뭐 어쩌겠다는 게 아니라 맨손보다는 좀 나으니까.
– <위기일발의 야영> 중에서
역시 재잘재잘…… 자기네끼리는 사내 얘기로 신이 났지만 두 개의 유방을 드러내 놓고 있는 나는 조바심이 나지 않겠는가? 그녀들이 건조기를 비워 준 것은 정말 지루한 시간이 많이도 지난 뒤이다.
“다 썼니?” 가시나는 흘긋 쳐다보며. “응, 네 차례야.” 미안하단 말 한마디쯤 했으면 좋았다. 그래서 장난을 한 번 쳐 준다. 동그란 건조기 아가리 속에 손을 넣고, “여기 팬티가 한 장 남아 있어.” 제까짓 게 속을 도리밖에 없지. “오우!” 어쩌고 하며 내 앞으로 달려온다.
그녀의 코앞에 주먹을 내어밀었다가 빈 손바닥만 활짝 열어 ‘쫑코’를 먹여 줬다. 그러나 그럴 때가 나는 유쾌하다. 왜냐하면 우리네처럼 쌜쭉거리며 눈을 흘기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내 장난을 눈치 채고 자기네도 덩달아 맑게 웃어 버리는 것이다.
– <세탁장 천태만상> 중에서
만화가의 눈에 비친 미국의 모습을 스케치로 화폭에 담았으며 여러 컷의 삽화로 당시의 상황을 아주 쉽게 풀어 쓰기도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고우영 화백이 직접 그려낸 캐릭터를 통해 당시의 인물 및 배경들의 특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특유의 사실적 필치로 여행에서 느낀 감정과 소견을 글의 말미에 풀어 놓고 있어, 고우영 화백 특유의 미국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고우영 화백의 추모 2주년을 기념하면서 고우영 화백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재치와 풍자 위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과 유머러스한 코멘트가 당시의 추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