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된다는 것은 지상과 하늘이 잠시 입을 맞추는 것!
왕희지의 《난정집서》부터 주희의 《백장산기》까지 34편의 역대 최고 기행 산문!
중국의 기행산문을 모아 엮은『취옹 풍경을 마시다』. 이 책은 중국 산수 기행을 쓴 작품들 중에서 왕희지와 도연명, 이백 등 27명 취옹의 34편의 작품을 담았다. 산수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취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통해 사회, 철학적으로 어떻게 의미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취옹들이 글을 써야했던 그날의 분위기와 풍경을 원문과 출전, 소개글을 덧붙여 상세하게 해설한다.
왕희지
지은이 욍희지 외
자는 일소逸少, 낭야瑯邪의 임기臨沂(현재 산동성 임기) 사람이다. 동진東晉의 귀족 출신으로 회계내사會稽內史와 우군장군右軍將軍의 벼슬에 올라 ‘우장군’이라 불렸다. 전대의 서법書法 성과를 총결해 후대인의 존경을 받았다. 집본 《왕우군집王右軍集》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작가들
도연명陶淵明, 역도원?道元 이백李白, 유우석劉禹錫, 유종원柳宗元, 범중엄范仲淹, 구양수歐陽須, 주돈이周敦, 왕안석王安石, 소식蘇軾, 육유陸游, 범성대范成大, 주희朱熹, 등목鄧牧, 원굉도袁宏道, 종성鍾惺, 장대張岱, 전겸익錢謙益, 나문준羅文俊, 방포方苞, 원매袁枚, 요내姚?, 운경?敬, 공자진?自珍, 오민수吳敏樹, 임서林?
옮긴이 서은숙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창힐의 향연-한자의 신화와 유토피아》《중국화인열전-팔대산인》《중국화인열전 – 석도》 등이 있다.
서문
1. 순간은 어떻게 꽃이 되는가 _왕희지
2. 복숭아 꽃, 그 분홍빛 얼굴 _도연명
3. 화살처럼 달려가는 마음 _도연명
4. 눈물에 치마가 젖는구나 _역도원
5. 꽃향기 나는 술잔 _이백
6. 풍요로운 작은 집 _유우석
7. 예사로운 아름다움 _유종원
8. 마음속 처음 태어나는 산 _유종원
9. 안개는 운몽雲夢 연못에 자욱하고 _범중엄
10. 진정한 즐거움 _구양수
11. 가을의 소리 _구양수
12. 연꽃에 마음이 설레다 _주돈이
13.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뿐이네 _왕안석
14. 행복이라는 피안 _소식
15. 신선을 만나다 _소식
16. 석종의 비밀 _소식
17. 이 좋은 벗! _소식
18. 하늘로 오르는 길 _육유
흰 비단이 바람을 따라 _육유
19. 만 개의 등불 보현을 향해 타오르네 _범성대
20. 절벽에서의 깨달음 _주희
21. 봄바람에 화답하며 _등목
22. 너는 나의 소망을 기억하고 있느냐? _원굉도
23. 시인의 불행, 강산의 행운 _종성
24. 달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_장대
25. 소매 끝에 핀 눈송이 _장대
26. 샘물 ? 운해 ? 소나무 _전겸익
27. 소나무가 전하는 바람 소리 _나문준
28.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_방포
29. 물은 푸른 비단 띠, 산은 벽옥 비녀 _원매
30. 태산에 오르다 _요내
31. 구름을 뚫고 나온 오두막집 _운경
32. 산에 비가 오려 하니 누대에 바람이 가득하구나_공자진
33. 동정산의 가을 _오민수
34. 다향 순례 _임서
역자 후기
작가 소개
화가 소개
풍경이 된다는 것은 지상과 하늘이 잠시 입을 맞추는 것!
왕희지의 《난정집서》부터 주희의 《백장산기》까지 34편의 역대 최고 기행 산문!
■고전 풍경 미학의 정수!
요즘도 작가들이 심심찮게 기행산문집을 출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꼭 작품 집필 목적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떠나는 자’에 걸맞게 익숙한 일상의 자리나 정체된 인식으로부터 스스로를 내몬다. 그러고는 그 세계 속에 깊이 동화되어 하나의 풍경으로 되살아나거나 객창감으로 물아物我 사이의 공간을 탐색한다. 글을 쓰는 순간만 그들은 물리적으로 정지할 뿐, 그 이외의 시간들을 모두 ‘유랑’이라 치부한다면 기행산문의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은 오히려 ‘숙명’에 가깝다. 마치 작가들의 운명이 그러하듯 ‘기행산문’의 운명도 그들과 함께 흘러온 것처럼. 그들은 그곳에서 늘어뜨린 그들만의 촉수로 세계를 감지하고 우리에게 글로써 타전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작가들의 기행산문이 왠지 새로움이 덜한 까닭은 인터넷을 통해 그들에 버금가는 비작가군의 약진이 한몫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그렇다면 멀게는 1,700여 년 전의 기행산문에서부터 가깝게는 근대를 살다 간 근대 문장가들의 산문들을 살펴보는 일은 반대로 ‘새로운 일’이 돼 버린다. 선인들의 산수 자연에 대한 감상이 현재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아니면 무엇이 같은지, 또한 풍경은 그 ‘다름’과 ‘같음’ 속에서 세월을 거슬러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진화하였는지…… 옛 문장에서 현재를 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새로움이 아닐까?
■ 산수 자연의 경건한 이해와 진심 어린 감탄,
사회 ? 철학적 연상과 사유의 단초가 된 풍경들!
“취옹의 뜻은 본래 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산수 자연에 있었다.
산수 자연의 정취를 마음으로 느끼고 술에 기탁한 것이다.”
중국 기행산문, 즉 유기游記의 연원은 위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인간은 “자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자연적인 본성을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연을 향한 인간의 다양한 시선을 담”게 되었다.
다시 미래의 독자에게
“아름다운 것은 모두 찰나일 뿐이다. 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의 이 마음만은 간직할 수 있다. (…) 훗날 이 글을 읽을 사람이여, 당신은 오늘 이 시간, 이 순간의 우리네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왕희지, 『난정집서』中)
왕희지의 이 질문은 마치 ‘그날’ 시냇물에 띄운 연잎으로 만든 술잔처럼 1,700여 년이 지나 오늘 우리에게 흘러왔다. 이제 우리는 이 질문을 한 호흡에 마시고, 긴 세월을 흘러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난 선인들에게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글을 읽는 동안 그날 당신의 심정은 저희 마음속에 풍경으로 남아 이미 그 기약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미래의 사람에게 살면서 ‘풍경’이 된 순간들을 되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천 년 후에 돌아올 대답일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