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각 지역별 매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산하
1960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부산 경남중과 혜광고를 졸업하고, 1979년 경희대 국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하여 16년만인 1995년에 졸업했다. 1982년 ‘이 륭’이라는 필명으로 문학동인지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등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지하신문을 제작 배포한 혐의로 수배된 이후, 5년에 가까운 긴 도피생활 동안 민청련 선전국 등 여러 민주화운동 단체에서 활동했다. 수배 중이던 1987년 3월에 발표한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은 김지하의 「오적」이후 최대의 필화사건으로 국제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그해 가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석방후 10년 이상 절필 끝에 1999년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를 내놓으며 문단에 복귀했다. 2002년 봄 전국의 유명사찰을 돌아보고 쓴 산사기행집 『적멸보궁 가는 길』로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받았고, 가을에는 세계 최초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시집 『먼 저편』을 엮어 내기도 했다.
현재 그는 인권 월간지 「사람이 사람에게 」편집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작가의 말
[3대 관음성지, 무엇이 너의 송장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낙산사 홍련암 – 저녁산사에서의 묵념
강화도 보문사 – 살아 있는 부처의 눈
금산 보리암 – 바다처럼 출렁이다 산처럼 무너지다
[3보사찰, 이제 참된 나에게 돌아가려 하네]
양산 통도사 – 서럽다.화두30년.
순천 송광사 – 사찰로 가는 마음, 성찰로 돌아오는 마음
합천 해인사 – 팔만대장경, 그 장엄한 언어의 숲을 찾아서
[5대 적멸보궁, 지금은 참선 중이니 문을 두드리지 말라]
오대산 상원사 –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달라
설악산 봉정암 – 부처가 얼어죽으면 경전이 무슨 소용인가!
정선 정암사 – 이 세상에서 가장 여운이 긴 풍경소리
영월 법흥사 – 내 몸속에 절 하나 지어보아라
양산 통도사 – 서럽다.화두30년.
[절로 가는 마음]
구례 화엄사 – 섬진강에서 화엄사의 종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화순 운주사 – 배가 되어 움직이는 절의 의미를 알겠느냐
고창 선운사 – 동백꽃은 다만 피었으므로 진다
영주 부석사 – 그리움이 사무치는 절
이산하 시인의 이 산문집은 여느 절 여행기와는 달리, 불교에서 최고의 성지로 꼽히는 ‘5대 적멸보궁’과 ‘3보사찰’ 그리고 ‘3대 관음성지’ 등을 골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쓴 고감도 명상적 여행 에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시인의 산사기행문이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한 탐미적 허무주의 시인의 현란한 감성과 정제된 지적 사유가 돋보이는 섬세한 자기 내면기록이다. 시인의 눈에 비친 산사의 뜨락은 떨어지는 벚꽃처럼 적막하고, 그리고 서럽도록 눈부시다. – 정호승(시인)
이산하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 절집으로 들어서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환하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들도 아련히 귓바퀴를 적셔온다.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 또한 지혜로운 독자라면, 이 유려한 산문집의 도처에 고여 있는 수백 편, 아니 수천 편의 시도 덤으로 읽게 되리라. – 안도현(시인)
성지순례를 통한 자기성찰적 내면 일기
《적멸보궁 가는 길》은 이산하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이 책에는 보고 느끼고 어루만지면서 모든 감각을 열어 산사를 찾아 떠나는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국 불교 성지인 5대 적멸보궁과 3보사찰, 3대 관음성지를 시인과 함께 천천히 가다 보면 우리나라 산야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절집들을 만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찰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저마다 다른 배경 속에서 다른 얼굴들을 하고 있는 절집들. 늘 정갈함을 간직하고 있는 절집들과 현란한 수사가 없이도 읽는 이를 감동으로 이끄는 시인의 진솔함. 이 책을 읽어 가노라면 문득 시인의 길과 구도자의 길이 왠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시인은 절집을 만날 때마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듣게 한다. 이에 시인 안도현은 “섬세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놓인 촘촘한 직관의 그물은 바람의 형체를 건져내 보여주는가 하면, 눈부신 고요가 빚어내는 꿈결 같은 소리들도 우리한테 들려준다”라고 했다. 절집마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때론 신선처럼 때론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스님들과 절집 사람들의 모습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져 있다. 또 벚꽃, 동백꽃, 사과꽃 등이 만발한 절의 모습과 눈 쌓인 담과 탑 등 문장들만큼 아름다운 사진들은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름다워서 슬픈,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마치 고요한 절집에서 명상에 잠겼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과 같은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주섬주섬 배낭을 꾸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지들을 찾아서
《적멸보궁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사찰들은 한국 불교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성지’들이다. 한국에서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민족 신앙에 가깝다. 그런 만큼 오랜 세월 이 땅의 수많은 스님들과 신자들은 전국 곳곳에 수행의 흔적과 신심의 숨결을 남겼고, 이 유적들과 사찰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새롭게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5대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인되어 있는 곳으로 ‘성지 중의 성지’로 꼽힌다. 그래서 일반 불교 신도들이 가장 많이 참배하는 절이다. 또 통도사(불佛=부처=금강계단의 진신사리), 해인사(법法=가르침=경판전), 송광사(승僧=승려=국사전) 등 ‘3보사찰’은 우리나라의 불교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할 정도로 많은 고승들을 배출했는데, 이 세 사찰은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는 만큼 종교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재로서의 가치 때문에 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동해 낙산사, 서해 보문사, 남해 보리암 등 ‘3대 관음성지’는 부처님의 영험이 많아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 입시철 같은 때 장사진을 이룬다. 이 절들은 불교에서 자비의 화신으로 간주되는 관세음보살이 살고 있다고 믿는 곳이다. 또한 ‘절로 가는 마음’에서 소개하고 있는 화엄성지인 지리산 화엄사, 지장성지인 고창 선운사, 그리고 미완성 와불과 천불천탑으로 아직도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화순 운주사 등은 풍광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이다.
‘적멸보궁’에 대하여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전각을 말한다. 보궁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후 최초의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를 열었던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금강좌(金剛座)에서 비롯된다. 《화엄경 華嚴經》에 따르면,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처음 7일 동안 시방세계 불보살들에게 화엄경을 설법하기 위한 해인삼매(海印三昧)의 선정에 들었다 한다. 이때 부처 주위에 많은 보살들이 모여 부처의 덕을 칭송하였고, 부처는 법신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과 한몸이 되었다. 따라서 적멸보궁은 본래 언덕 모양의 계단(戒壇)을 쌓고 불사리를 봉안함으로써 부처가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던 것이었다. 진신사리는 곧 부처와 동일체로, 부처 열반 후 불상이 조성될 때까지 가장 진지하고 경건한 숭배 대상이 되었으며 불상이 만들어진 후에도 소홀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에서 적멸보궁의 편액을 붙인 전각은 본래 진신사리의 예배 장소로 마련된 절집이었다. 처음에는 사리를 모신 계단을 향해 마당에서 예배하던 것이 편의에 따라 전각을 짓게 되었으며, 그 전각은 법당이 아니라 예배 장소로 건립되었기 때문에 불상을 따로 안치하지 않았다. 다만 진신사리가 봉안된 쪽으로 예배 행위를 위한 불단을 마련하였다. 한국에는 신라의 승려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頂骨)을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양산 통도사(通度寺), 강원도 오대산 중대(中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태백산 정암사(淨巖寺),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적멸보궁이 그것이다. 통도사는 금강계단에 진신사리를 봉안해 계율 근본도량 불보종찰(佛寶宗刹)이 되었다.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은 불사리를 안치한 장소를 알 수 없이, 뒤쪽에 석탑을 조각한 마애불탑이 상징적으로 서 있을 뿐이다. 설악산 봉정암에는 불사리를 안치한 5층 석탑이 있고, 태백산 정암사에는 산 위로 수마노탑이 있다. 사자산 법흥사에는 진신사리가 안치된 보탑과 자장이 도를 닦았다는 토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