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의 가을, 2학기 중간고사를 망친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싸구려 국산 양주를 가지고 덕수궁을 찾는다. 비 그친 궁 안에서 사르트르를 읽으며, 술과 안주를 마시고 서성거리다가 은행잎이 허공에 멈추는 순간을 목도한다. 착란인지 황홀인지, 뭔지 모를 체험 이후, 나는 다시 그 순간을 재현하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을 만나고 마는데.
한차현
저자 : 한차현
서울 동대문구에서 태어나 정릉에서 살고 있다. 〈괴력들〉 발표 이후 근 20년간 장편소설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Z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슬픔장애재활클리닉》, 《사랑 그 녀석》, 《변신》, 《여관》, 《왼쪽 손목이 시릴 때》, 《영광전당포 살인사건》, 《숨은 새끼 잠든 새끼 헤맨 새끼》, 《괴력들》 등과 장편동화 《세상 끝에서 온 아이》, 작품집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내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를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