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한창인 폐허같은 동네. 남자는 오래전 아파트 철거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다친 턱에는 여전히 흉터가 남아 있다. 재산세 고지서를 내라는 경비를 지나 남자는 이제는 유대가 있다고 부르기 힘든 옛 동료들을 만나러 간다. 사라진 신념과 후회, 올바른 정치를 꿈꾸던 과거를 곱씹으며 오지 않은 동료들을 횟감에 씹어대는 사람들. “누군가를 때려눕히거나 누군가에게 때려눕혀지고자 하는” 열망을 품던 나날, 그때의 대열에서 벗어나 길을 잃은 에너지가 낡은 아파트 단지에 머무는 사이를 그린 권여선식 후일담 소설.
권여선
저자 : 권여선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등단. 소설집 《처녀치마》 《분홍 리본의 시절》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숲》 《안녕 주정뱅이》, 장편소설로 《레가토》 《토우의 집》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