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이주민 모두가 ‘바우타’라는 가면을 쓴 식민 행성 ‘람브린’의 기이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의 사건에 관한 단편. 이주민 모두가 ‘바우타’라는 가면을 쓴 식민행성 ‘람브린’. 람브린의 주민들은 ‘먼데인’이라는 작물을 손수 재배하여 자급자족 하는 척박한 이주행성이었다. 수십미터도 넘는 먼데인 숲이 빽빽히 들어찬 람브린은 겉보기에는 풍족하게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람브린에서 사람들은 초끈이론 작용으로 만들어진 특수가면 ‘바우타’를 쓰지 않고서는 람브린의 자주색 태양의 중성미자 감하현상으로 인한 정신착란 작용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냥 자주색 햇빛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그 즉시 광폭하게 돌변하며 미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빛도 통하지 않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지구로부터 몇 광년이나 떨어진 외딴 이주행성 람브린.
그러나 단 하루 예외인 경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쌍성위성 큐폴라 38로 인한 개기 일식이 일어나는 순간에는 정신창란 작용이 신기하게도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매년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먼데인을 키우는 고된 일에서 잠시 벗어나 타운홀에 모여 저마다의 가면을 벗고 이웃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 람브린의 전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개기 일식이 있던 날, 가면을 벗고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 사이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여기 찰나, 비명은 삽시간에 타운홀 전체를 휩쓸고 눈이 뒤집힌 사람들은 이웃을 공격하고 서로를 뜯어 먹기 시작한다.
공포스런 아비규환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경식과 샘 카니지는 구사일생으로 소형 비행선에 올라타고 탈출하지만, 그 사건의 누명을 쓰게 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진실에 직면하는데..
인간이란 가면의 존재이고 또한 정신적인 존재다. 가까운 미래 인간은 기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도의 정신작용을 진화시키지만 모든 것에 대가가 있었다.
이재호
저자 : 이재호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 경영대학원 졸, SF 매니아. SF영화에 심취하여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습작을 하다가, 꿈속에서 필립 K. 딕을 만난 뒤(믿거나 말거나) 본격적으로 SF를 쓰기 시작했다. 필립 K. 딕, 벤 보바,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 등의 SF작가를 좋아한다. 2017년 웹진 ‘크로스로드’에 단편 「기묘한 전설」(카퍼), 2018년, 웹진 ‘거울’에 단편 「코로나 라임」을 게재하였다.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긴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