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하고,
드로잉스럽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드로잉으로 쌓여진 나의 예술세계.
그것은 사실 드로잉이 아니다.
차라리 들판에 부는 바람, 혹은
밤하늘에 빛나는 한줄기의 유성, 혹은
전해지지 않은 한편의 신화에 가깝다.
오직 고독 속에서 그들은 빛을 낸다.
비록 고독하지만 자유롭고, 밝고, 드넓은 세계를 갖는다.
그들은 마치 붕새와도 같다.
사실 나는 나의 드로잉을 통해서 큰 자화상을 만들려는 꿈이 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작은 우주가 될 것이다.
그런데……
문득 뒤돌아보니 나의 드로잉들이 애처롭게 쌓여있다.
언젠가는 그들을 그들이 본래 있었던 곳으로 날려 보내야지…
김을
저자 : 김을
김을(1954년생)은 1982년 원광대학교 금속공예과를 졸업하고 에스콰이어에서 디자이너로 2년여 근무하였다. 그는 1989년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화가로 전업했다. 그는 첫 5년간 일명 ‘자화상’ 시리즈에 매달렸고, 다시 5년간 고향인 전남 고흥 종가를 주제로 일명 ‘혈류도’ 시리즈 작업을 했다. 김을의 ‘자화상’ 시리즈가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작품이라면, 그의 ‘혈류도’ 시리즈는 나를 가족으로 확장시켜 자신의 뿌리를 가계사에서 찾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화상’과 ‘혈류도’ 시리즈 이우 자신이나 가족을 포함한 모든 이들로부터 인생의 슬픔이나 한을 산(山)을 통해 해방시키는 풍경화 작품을 했다. 김을은 1994년 금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삶의 ‘바닥’을 경험코자 막노동을 시작했다. 그는 10여년간 낯에는 목수 일을 하고, 밤에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 1997년 경기도 광주에 있던 그의 작업실에 불이 났다. 자화상 300여 점과 혈류도 대부분이 불에 탔다. 그는 작품을 잃은 뒤 이를 계기로 회화에 대한 모종의 회의와 함께 드로잉으로 새출발했다. 김을은 2001년부터 1년에 1000점 이상 드로잉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갤러리 도울에서 <김을 드로잉 2002>를 갤러리 피쉬에서 <김을 드로잉 2003>과 <김을 드로잉 2004>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김을식’ 드로잉 작업에 오늘날까지 전념하고 있다. 김을은 자신의 드로잉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드로잉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림에 대한 내적인 어떤 태도이다. 그리기의 본질과 본성을 잘 유지하면서 내면의 충동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신체를 통해서 드러내려는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의지와 태도. 그것이 드로잉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구차한 형식을 따를 필요도 없고, 멋을 낼 필요도 없고, 잘 그릴(?) 필요도 없이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을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올해의 작가상 2016>과 2018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국내의 미술관과 갤러리뿐만 아니라 독일ㅤ?른의 쿤스트라움(KUNSTRAUME),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이스 프로젝트(Le Basse Projects)와 앤듀류셔 갤러리(Andrewshire Gallery) 그리고 백아트(Baik Art), 중국 베이징의 팍스 아트 아시아(Pax Arts Asia), 일본 도쿄 o 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도 초대되어 전시했다. 김을은 중국 베이징 PSB 레지던시, 경기창작센터, 경주 국제레지던시의 입주작가였다. 그리고 그는 <마이 그레이트 드로잉(MY GREAT DRAWINGS)> 등 총 7권의 드로잉북도 출간했다. 따라서 이번 에브리북에서 발행한 김을 ‘전자-도록’인 <월미소요유(月尾逍遙遊)>(2000)는 그의 8번째 드로잉북이 되는 셈이다.
contents
prologue
my drawing_Kim Eull
gallery maritime
draw
-ing
After self-moral training and home management comes governing a art…
pain
-ting
beyond art history
mixed material arts
a place where nothing is visible
profile
epilogue_The Fragmentary Thoughts on the new Paradigm in Art_Ryu Byoung Hak
cr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