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아내가 되어 애버딘으로 떠난 로라(미조)는 새로운 문화와 규율에 대한 무지로 여러 차례 낭패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다정함과 너그러움 속에 숨은 날카로운 시선”에 진저리를 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합리성이란 잔인한 무관심과 냉대의 다른 말이었다. 로라는 이 숨 막히는 현실을 자해라는 방법으로 이겨내려 한다. 깨진 영국 왕실의 찻잔이며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단추며 해변의 모래를 삼키는 그녀의 행위는 고통을 통해 삶을 지탱하면서 파멸해가는 역설적 인간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방현희
저자 : 방현희
200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제1회 『문학|판』 장편공모에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가 당선되었다.『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바빌론 특급 우편』, 『달을 쫓는 스파이』,『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로스트 인 서울』이라는 소설책을 냈고, 자녀를 키우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깊은 관심이 생겨 『우리 곁에 온 성철 스님』, 『표해록』, 『구운몽』, 『조웅전』과 같은 어린이 책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