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시간의 차원, 환상 공간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욕망과 고독에 관한 통찰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죄의식, 잔인성을 드러내는 데 특이한 개성과 성취’를 보여주면서, ‘서로 어긋나 있는 시간의 차원을 겹쳐 보임으로써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불가해한 힘을 드러내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김하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불안으로 인해 질주한다. 그러면서 타인의 결핍에 귀 기울인다.
<디스코의 나날>
아내 뱃속 아이의 중절 수술을 막지 못해 상실감에 젖은 남자와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해 괴로운 여고생은 병원 앞에서 충동적으로 동행하게 된다. 남자의 차로 빗속을 달리던 도중 어린 아이를 들이받는다. 아이를 차 트렁크에 싣고 월미로도 향하는 그들. 주차를 하고 돈가스를 먹고 디스코팡팡을 탄다. 하지만, 트렁크 속의 죽은 어린 아이와 냉정하게 중절 수술을 결정하던 아내와 친구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그들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애가 아무래도 여기로 그녀를 불러낸 것만 같다.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하다. 어디선가 지켜보는 섬뜩한 시선이 느껴져 소름이 돋는다. 그녀는 난간을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놓는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현기증이 난다. 15층 베란다에서 손을 놓아버린 그 애도 목을 조여 오는 두려움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심장이 옥죄어 든다. (<디스코의 나날> 중에서)
1975년생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노팅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을 공부했다.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2010년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레몽뚜 장의 상상 발전소』를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