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인천행 여객기. 인천공항까지는 아홉시간이나 남아 있다. 나는 아들 헨리의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난 뒤 한국으로 가는 길이다. 멕시칸 장인과 아프리카 이민 2세 장모, 베트남 출신의 입양 딸과 아리안 혈통을 지닌 인도 며느리, 한국 출신인 나와 아프리카계 아내, 그리고 아들 헨리. 공통점이라고는 영어를 사용하고 머리가 검다는 것뿐. 그야말로 국제적 가족의 일원인 것이다.
25년 전, 결혼식 때 어머니는 아내를 보자마자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손자인 헨리를 보면 생각이 달라지시지 않을까, 두렵고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한국에 도착하는데.
문순태
저자 : 문순태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고, 조선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에 「백제의 미소」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시간의 샘물」, 「된장」 등이 있고,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 『그들의 새벽』, 『정읍사』 등을 발표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