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국내 첫 번역 소설『남쪽에서 보낸 일년』. 안토니오 콜리나스는 ‘국가비평상’과 ‘국가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시민 공로 표창’을 수여받은 스페인의 저명한 작가이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이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페인 남부 지방의 한 기숙학교. 내면의 혼란 속에서 흔들리던 북쪽 출신의 소년 하노는 예술을 만나게 된다. 그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며 자신의 내부에서 뭔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아가 자연과 사랑, 운명의 의미를 찾아 고뇌하게 되는데….
한국의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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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저자 후기
역자 후기
스페인 ‘국가 비평상’ ‘국가문학상’ 수상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국내 최초 번역 소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2010세계작가페스티벌’에 참석하는 스페인의 대표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첫 번째 소설이다. 안토니오 콜리나스는 ‘국가비평상’ ‘국가문학상’ ‘카스티야-레온 자치구역 문학상’과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로부터 ‘시민 공로 표창’을 수여한 저명한 스페인 작가이다. 시작(詩作)에 몰두하던 그가 낸 첫 소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스페인 현지에서 ‘서사와 풍부한 시적 상징과 은유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소설’ ‘안달루시아 풍경에서 펼쳐지는 감명 깊은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술과 삶, 사랑에 관한 모든 테마를 다룬
성장소설이자 미학에 관한 소설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기숙학교의 한 학생이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내용을 그린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예술과 삶, 사랑에 관한 모든 테마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성장소설이자 미학에 관한 소설이다.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기숙학교의 고등학생 하노가 겪는 한 학년 동안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케텔비의 음악, 만테냐의 그림, 릴케의 시 등 예술 장르를 아우르며 미학에 대한 이론을 개진한다. 이 소설은 발간 당시 스페인 평단으로부터 ‘미학 교육을 위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저자는 미학에 대한 날카로운 사유를 풍성한 상징과 유려한 언어, 시적인 문체로 그려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자연스레 깊고 넓게 예술과 아름다움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우리의 눈은 별을 따라간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
그리고 하늘에서 사라져버릴 별을”
주인공 하노는 스페인 북쪽 출신으로, 소설은 북쪽과 남쪽 두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스페인 북쪽 세계(그곳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 중의 귀향)와 스페인 남쪽의 세계.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발견하는 각기 다른 감성이 하노에게는 미학적인 관점의 시작이 된다. 소설이 출간됐을 때 스페인 문학비평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여 이 작품을 ‘성장소설’ ‘교육소설’ ‘서정소설’ 혹은 ‘시인의 소설’ 등으로 평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현재 대학에서 스페인 문학을 강의하는 등 스페인어에 정통한 역자 정구석은 이 소설의 응축된 언어와 시적인 문체를 잘 살려냈다.
별과 열정, 예술과 삶 사이에서 길을 잃은
소년 하노의 괴롭고도 달콤한 탈선!
“생명이 존재하는 한, 예술에 충실하라!”
이 세상에서 청소년이라는 존재는 흐릿하다. 그들을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떤 사이, 경계에 서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노 또한 다르지 않다. 스페인 남부 지방의 한 기숙학교, 하노는 눈앞에 책을 펼쳐놓고 앉아 햇볕을 받아들이거나 햇볕에 그대로 흡수되는 친구들을 본다. 그의 눈에는 그와 같은 교실에 앉은 친구들이 마치 빛이 들어간 사진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았을 것이다.
학생들은 지겹게 이어지는 수업을 받으면서 방정식과 적분, 잘못 번역된 문장들, 잘 보이지 않는 부호들, 검은 칠판 등을 영원히 증오하리라 다짐한다. 선생들은 박식하지만 학생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조금쯤 강제적이고, 조금쯤 비겁하다. 하노는 교실에 앉아 자신이 열일곱 살이 됐을 때 이미 누군가 자신을 한 시절에서 다른 시절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느낀다. 하노는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하노는 흐릿한 자신을 느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발 딛고 선 이곳은 어디인지 어느 것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존재를 모르겠는 존재만큼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고로 자신은 존재한다고 말하겠지만, 아직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하노는 그저 혼란 속에 자신의 희미한 존재를 부여잡고 흔들릴 뿐이다. 하노의 내면은 세 가지 다른 세계 속에 부유한다. 시골에 파묻힌 기숙사와 그의 고향인 북쪽 도시, 학교를 벗어나 그가 숨어들곤 하는 산. 하노는 이 세계들을 오가면서 갈 곳을 잃기도 하고, 돌아올 곳을 잃기도 하며, 어느 한곳에도 머물고 싶지 않다는 충동도 느낀다.
이런 하노에게 예술이 다가온다. 그는 밤마다 회중전등 아래서 침대 커버를 둘러쓰고 책을 읽는다. 밤마다 남모르게 책을 읽다보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이 괴롭고 힘겨운 아침을 멀리 물러나게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하노는 그의 내부에서 확실히 뭔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탐욕스럽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본다. 이러한 하노의 지적 호기심은 읽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까지 덩달아 채워준다. 그가 접하는 음악과 미술, 시는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시적인 언어로 해석되어, 풍부한 감정을 하노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선사한다. 하노가 음악과 시, 그 몇 마디 안 되는 진실한 말 속에 영원한 모든 것이 담겼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독자들 또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이 지적호기심은 결코 ‘미학’이라고 규정한 학문적인 내용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스페인 평단으로부터 이 소설이 ‘시적인 언어와 서사가 아름답게 조화된 작품’이라는 평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안토니오 콜리나스는 유려하고 상징으로 응축된 언어, 하노의 내면을 따라 흐르는 서사를 통해 미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혼란스러운 한편의 성장기를 완성했다.
하노는 예술뿐 아니라 자연과 사랑, 운명의 의미를 찾아 고뇌하고 방황한다. 그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대상인 디아나. 열여섯 살의 어린 소녀 디아나는 하노에게 뭔가 이상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한다. 두려움과 현실이 달콤하게 뒤섞이는 사랑이라는 감정. 하노는 디아나가 예술의 향기를 느끼도록 이끌어주었고, 시를 현실로 만들어주었으며, 하노의 꿈을 구체화시켜 준 존재라고 묘사한다. 하노가 지향하는 예술의 강력한 상징으로서 그녀가 있는 것이다. 반면 교수의 부인인 마르타는 성숙함을 의미한다. 그녀는 하노에게 정열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일깨워준다. 이 두 여인 사이에서 하노는 팽팽한 긴장감과 이상, 혼돈 속으로 침잠한다.
소설 속에서 하노가 이런 혼란에 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의 이름 ‘하노’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와 그 이름이 같다. 그렇기에 그는 별과 열정, 예술과 삶, 디아나와 마르타 사이의 치열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인 동시에 결국 하나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상징으로서 하노가 있다. 하노는 상반된 세계를 조화롭게 받아들이고자 그토록 치열하게 성장통을 앓는다.
하노는 이러한 혼돈 속에서 자신 내면의 목소리를 응축한다. 그리고 디아나의 죽음을 맞고 비탄에 빠진 그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들을 쏟아낸다. 깊은 밤 한가운데서 싹을 틔우고, 어둠을 찢고 그 자신을 찢는 듯한 목소리를. 이전에 하노가 친구들과 ‘온실 언덕’이라 부르는 모임을 가졌을 때, 높고 검은 곳으로부터 내려온 목소리, 하노로 하여금 불현듯 모든 세계를 느끼게 했던 목소리가 그의 내부에서 터져나온다. 그 목소리는 하노에게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 예술에 대한 눈을 뜨게 했고, 그의 내부에서 울려나와 희미한 그의 존재를 밝혀 주는 예술이라는 빛으로 화한다. 후에 하노는 말한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으로부터 시가 나온다는 것이 놀랍다고. “생명이 존재하는 한, 예술에 충실하라”라고.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
이번 소설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크나큰 영광입니다. 이 소설은 스페인 독자들뿐 아니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 이 작품에서는 오늘날의 생생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아포리즘 장르를 도입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다시금 한국 문화와 대화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번에 소개되는 제 작품은 오늘날(최소한 스페인에서) 주류를 이루는 소설이 아니라, 저의 작품이 모두 그렇듯이 ‘더욱 저 멀리’ 가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강요되어온 문화나 수많은 정보에 역행하고자 하는 커다란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으로부터 오로지 현실에 대한 흑백사진 같은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 작품을 창의성을 전제로 한 자유를 향한 커다란 몸짓으로 여깁니다. (……) 다시 한 번 이 소설을 통해 자연스레 우러나온,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저의 문학적 ‘결실’을 전달함으로써 한국의 독자들과 한국 문화에 다가설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한편 동양 문화가 우려해왔던 가치관인 자연, 예술, 사랑, 시간, 죽음, 영적인 요소 등에 큰 관심을 두면서 한국문화에 접근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역자 후기’에서
그는 스페인에서 ‘국가 비평상’ ‘국가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시인이자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수요하는 ‘국가 번역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언어 감각의 소유자이다. 또 한편으로 그는 소설에 관심을 보여 첫 작품을 썼는데 그것이 바로 『남쪽에서 보낸 일년』이다. (……) 주인공 하노의 성장과정과, 한 학년, 일 년 동안 그가 겪게 되는 여러 경험들은 상황 그 자체로 독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작품에서 전개되는 문화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미학의 관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미학에 관한 교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또 하나의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가 독자들의 마음 한켠을 오래도록 차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