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승천 축일, 한 청년이 드레스덴의 슈바르츠 성문을 지나가다 넘어진다. 그 바람에 노파가 팔던 과일 광주리가 거리로 쏟아졌다. 노파는 청년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너는 곧 크리스털 속으로 떨어질 거다, 크리스털 속으로!””
그는 안젤무스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어설픈 신식 복장에 어딘가 촌스러운 행동으로 행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승천 축일의 분주함을 즐기기 위해 시내로 나온 안젤무스는 이제껏 겪은 불운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그때 풀밭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목소리를 듣는다. 뒤이어 크리스털 종의 화음 같은 울림이 들리고, 세 마리의 작은 뱀을 발견하고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정향나무가 안젤무스에게 말을 건다.
노파의 저주, 크리스탈 종소리, 말을 거는 정향나무와 세 마리의 뱀, 그리고 불운한 청년.
19세기 독일사회의 새로움을 맞이하는 한 청년의 이상하고 신비로운 하루
호프만의 <황금 항아리>에는 ‘새로운 시대의 옛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813년, 독일 사회를 이끈 ‘새로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총 열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안젤무스라는 한 불운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안젤무스는 불운을 타고났다고 믿는 꿈많은 청년으로, 그리스도의 승천 축일 날 과일 파는 노파의 광주리를 쏟은 일로 저주를 받는다. 원체 불운한 성격에 저주까지 더해졌으니, 안젤무스의 하루는 어떻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