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독일 수 있는 세상의 한편
그대여, 부디 그곳으로 가보라
오랫동안 ‘여행자’로, 꾸준히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변종모가 일곱 번째 에세이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를 펴냈다. 그동안 출간했던 책에서보다 ‘나’와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한 점이 두드러진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여행하는 이유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유하며 “그곳으로 가보라는 말로 은근히 부담 주고 싶다”고 밝힌다.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을 매우 절실히 드러낸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화(火), 슬픔, 우울감 등으로 인해 좌절을 느끼곤 하는 현대인. 우리는 정신없이 사느라 흔하게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과 직면한다. 삶을 지치게 하고, 결국 내가 나를 외면하거나 미워하게 만드는 이런 감정들을 떨치기 위해 가장 추천할 만한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 이 책에서 언급한 22곳의 여행지에서 작가는 직접 ‘나를 찾고 다독이는 법’을 깨달아나갔다며, 그 경험을 우리와 함께하고, 소중한 이와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이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지우고 위로를 얻는 방법이라고 했다. 22곳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고 따뜻한 사색 시와 산문을 읽다보면 좌절하고 지친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책,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챕터별 마무리 페이지에 있는, 여행자에게 알찬 도움을 줄 추천 경유지와 꼭 들러봐야 할 곳 등 꼭 알아야 할 여행 정보 팁도 놓치지 말자.
프롤로그
새하얀 변명-비에이, 홋카이도, 일본
꽃이 되고 싶었다-바라나시, 인도
안으로 걷기-포르투, 포르투갈
꽃의 속도를 닮으려-훈자, 파키스탄
휠체어를 미는 남자-쉐프샤오우엔, 모로코
15년의 15분-브린다반, 인도
단 한 번의 뉴요커-뉴욕, 미국
환한 어둠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슬픔-메르주가, 모로코
어린 남자의 순정-코임브라, 포르투갈
지가 하는 게 사랑인 줄도 모르고-페샤와르, 파키스탄
믿거나 말거나-미르레프트, 모로코
바람의 어원-콘수에그라, 스페인
하와이라는 계절-코나, 하와이
마음이 그래서-반다라 아바스, 마샤드, 이란
그래도 떠나겠지-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스페인
기억의 냄새-부르고뉴, 프랑스
누구나의 바다에서-호카곶, 포르투갈. 북정마을, 성북동
숲에서 보았다-비에이, 홋카이도, 일본
에필로그
여행은 걷다가 멈추어 나를 만나는 일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시간, 그들과 나의 사이
22곳의 여행지에는 두 가지 테마가 있다. 풍경과 사람이다. 이는 나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는,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눈을 뗄 수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나의 존재를 되새긴다. 오가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몇 마디 나누며 인연에 대해 상기한다. 여행은 이렇듯 ‘나를 만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고, 인연으로 맺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만든다.
내가 나의 손을 잡고
모든 풍경과
사람들을 스치며
내가 내 속을 걷는 일
여행……
– 본문 중에서
이러한 여행지에서 우리는 소원을 빈다. 남은 생을 경건히 보낼 수 있기를, 아름다운 꽃처럼 많은 사람에게 또 다른 위로가 되어 주기를(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길 기대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온 마음으로 걸으면 진실한 인연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어보기도 한다(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굳이 어떤 목적을 갖거나 깊은 생각을 품지 않아도 된다. 그저 꽃잎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느끼고 싶거나(파키스탄의 훈자), 겨울 숲속에 서 있는 자작나무의 속삭임을 듣고 싶어서(일본의 훗카이도 비에이) 떠나는 것이라도 괜찮다. 그곳에서도 충분히 미처 몰랐던 나를 만날 수 있다.
낯선 곳이 두렵지 않은 삶
천생 여행자 변종모의 진정성 깃든 사진과 글
이 책의 절반은 작가 변종모가 직접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만큼 줄글의 분량도 만만찮다. 시와 짧은 글로 쉬어 가는 페이지, 여행지의 정보를 담은 팁 등이 있어 쉬어 가는 페이지도 있다. 알찬 구성이다.
사진과 글 구석구석에는 오랫동안 여행자로 살아온 작가가 낯선 곳을 찾아 방황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속에서 경험한 것들을 진귀한 사진으로 표현하여 22곳의 여행지가 생생하고 색다르게 다가온다. 글은 통통 튀거나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온화한 진정성이 흐르고 있어 따뜻하고 편안하다. “낯선 곳이 두렵지 않다” “오늘도 나는 배낭여행자”라는 말을 자주 하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여행을 통해 힘을 내라는 것”이다. 한번쯤 떠나본 여행에서, 아무리 낯설어도 경쾌하게 걷던 나를 떠올리면 이겨내지 못할 힘든 현실은 없을 거라는. 그만큼 여행이 주는 위로의 힘은 강력하고 특별하다는 것이다.
작가의 메시지에 힘입어, 무작정 배낭을 메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 22곳의 여행지를 찾아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평생 기억에 남는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